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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가 돌지 않을 때 (모터 자가수리)

2020. 8. 18. solo

전자레인지 고장과 원인

어느 날 갑자기 전자레인지가 돌지 않았다. 밥 짓는 도중에 고장이 났는데 이것저것 눌러보며 확인하니 다행히 마이크로파는 나오고 있었고 음식을 돌려주는 유리판, 그것만 동작하지 않고 있었다.

원인을 추측해보면 유리판, 즉 턴테이블 아래의 모터가 고장났거나 모터에 전원을 공급하는 부분에 이상이 있거나, 혹은 모터에 돌아라~ 하는 신호가 전달되지 않는 경우 셋 중 하나의 문제일거라 의심되었다.

결론을 미리 이야기하면 모터의 고장이었고 결국 자가수리에 성공했다.

전자레인지 수리 과정은 두 부분으로 나누었다. 첫번째는 모터를 분리하고 대체품을 찾는 것 까지, 두번째는 모터를 직접 수리하는 것이다.

아래는 그 과정의 기록인데, 220V를 다루는 전자제품이므로 전기를 다루는 게 무섭거나 자신이 없다면 여기서 종료. 수리점에 맞기는게 옳다.

그리고 직접 수리할 자신이 있다고 해도 언제나 안전제일. 전자레인지 분해 전에 전원 코드를 뽑았는지 세 번 확인하고 코드를 뽑은 뒤에도 최소한 1~3분 이상 시간을 두고 작업할 것.

만약 자가 수리 중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건 오롯이 본인의 책임인데 누구에게 하소연 할까? 언제나 두번, 세번 확인하는게 옳다. 운이 좋으면 사고가 나더라도 가볍게 넘어갈 가능성도 있지만 큰 사고가 난 뒤 울어봐야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유난스럽다고? 경험담이다.

턴테이블 모터 꺼내기

우선 제일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모터의 고장 유무를 확인하려고 전자레인지를 뒤집었다. 그러면 전자레인지 하판에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데 거기 모터가 있다. 이 부분을 열어줘야 한다.

전자레인지 안쪽의 (유리판을 직접 돌리는) 플라스틱 부품은 따로 건드릴 필요 없다. 모터를 제거하면 그 부품은 알아서 빠진다. 그리고 모터 분해에 필요한 나사도 두개 뿐이라 나중에 나사가 하나 남거나 하는 부분도 걱정할 일 없다.

전자레인지 하판. 안쪽에 모터가 보인다.
철망 안에 보이는 게 턴테이블 모터

전자레인지의 싱크로너스 모터

하판의 철망을 풀면 바로 모터가 나온다. 모터의 모델명은 SM16-BY36M1A6. 전압은 AC 21V를 사용하고 RPM은 60Hz에서 6rpm이다. 그런데 별로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이제 저 모터를 꺼내야 하니까 모터 고정 나사를 풀고 전원 선도 뽑는다.

 

전자레인지 모터 윗부분

모터 윗쪽은 이렇게 생겼다. 왼쪽의 플라스틱 부품은 전자레인지 안쪽에 있는거. 유리판 들어내면 보이는 그 부품이고 모터에 직접 꽂혀있는 부품이라 모터를 꺼내면 알아서 떨어진다.

문제가 간단하다면 사진에 보이는 모터 축에 WD40를 뿌리고 잘 돌려주면 다시 모터가 동작한다. 그러면 전자레인지가 돌지 않는 문제는 여기서 해결된다.

그러나 내 전자레인지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단계로 진행한다.

 

테스터기로 코일 저항을 확인. 단선도 없고 저항값도 적당한 게 모터 권선은 정상으로 보인다.

 

모터 전원 공급 체크. 전압도 문제 없음. 그렇다면 모터 내부의 기어가 망가졌거나 기어 혹은 모터의 회전자 같은 부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교체용 모터 찾기

그럼 모터를 구입해서 교체하거나 모터 자체를 수리해야 하는데 가격을 검색하니 뭐이리 비싸냐... 삼성 전자레인지용 모터를 검색하니 단번에 나오는데 모터 가격이 1만7천원, 거기에 배송료를 더하면 거의 2만원이다.

2만원 자체가 비싸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전자레인지용 모터는 만원 아래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건 뭔데 이렇게 비싸냐? 라는 것.

그래서 알리에서 전자레인지 모터를 검색 하니 무지하게 많은 종류가 나온다.

모터의 공급 전압이 220V인 경우가 많았는데 내 전자레인지에 사용할 21V 모터 호환 가능한 스펙으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파는 제품 몇 개를 링크한다. 회전속도는 조금 안 맞아도 되고 전압도 딱 맞을 필요 없이 문제가 없을만한 물건들만 추렸다.

SM-16T: 30V, 50Hz/60Hz, 5/6rpm

GAL-5-30-TD: 30V, 50Hz/60Hz, 5/6rpm

SSM-16HR: LG전자레인지용, 21V, 50Hz/60Hz, 5/6rpm

GM-16-2F5: 21V, 50Hz/60Hz, 4/5rpm (샤프트가 원형이다)

TYC-50: 전압, rpm, 샤프트 다양. 외형 치수를 제공한다.

Bringsmart: 상동

대충 이 정도. 주의할 점은 모터의 샤프트 길이와 직경, 모양 등이 해당 전자레인지에 맞느냐 하는 것. 구입 전 직접 측정하고 사야 할 것인데 아주 약간의 차이라면 줄로 깎아내거나 하면 되니까 수치가 엄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제 모터 교체를 위한 부분은 끝났다. 나는 이걸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전자레인지 뜯은거 모터도 뜯어보자 하고 더 진행했다. 알리에서 모터를 구매하면 한달정도 시일이 걸리니 그것도 좀 그렇고 해서 그냥 모터 자체를 분해 해 보았다.

전자레인지 모터 직접 수리하기

모터를 수리하려면 일단 모터 상판을 뜯어야 하는데 이번 모터의 경우 조금 큰 일자 드라이버로 모서리를 제끼니까 쉽게 분해되었다.

하지만 결국 내부의 부품을 들어내기 위해 모터의 일부분을 갈아내야 했는데 제거해야하는 부분은 모터 옆구리, 그러니까 외벽에서 안쪽으로 찍어 눌려진 돌기 부분이다. 이게 상판과 내부 부품을 못 나오게 막고 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안쪽으로 향한 돌기 네개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걸 제거해야 모터의 완전 분해가 가능하다. 사진으로 구분이 안되더라도 직접 보면 바로 알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 돌기를 제일 먼저 제거해야 할 수도 있다.

 

전자레인지 모터 상판 제거 모습. 안쪽에 기어가 여러개 잇다.

모터를 분해하면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기어를 전부 꺼내고 케이스의 금속 돌기를 미니 조각기로 제거, 그 다음 아래에 보이는 금속 판도 들어 낸다.

 

그러면 이런 모습인데 하얀건 코일이 감긴 부품, 안쪽의 검은 링은 자석이다. 저것도 전부 꺼낸다. 하얀 플라스틱 부품 앞부분의 단차는 나중에 모터를 조립할 때 순간접착제를 발라서 뚜껑을 붙일 것이다.

 

다 뜯어내면 이런 모습.

 

이게 전자레인지 고장의 원인이었다. 이제부터 30도 넘는 기온에서 쪼그리고 앉아 3시간 이상을 날려먹은 고난이 시작될 줄은...

1차 작업으로 위 사진에 나온 기어, 자석, 둥근 플라스틱 부품을 깨끗이 닦은 후 그리스를 바르고 재조립 후 전자레인지에 연결하고 동작시켜 보았다. 그런데 모터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웅~ 하는 소리는 들리고 모터를 만져보면 진동이 느껴지는데 정작 모터는 돌지 않았다.

그리스가 너무 많았나? 아니면 뭔가 걸리는게 있나 하고 이래저래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전부 실패. 동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동작하지 않는다... 정말 화가 나고 갑갑한 시간을 지나 마침내 이유를 알아냈다.

자석 안쪽에 보이는 저 원형 부품(이후 원판)이 닳았는지 자석과 기어, 원판만 조립하고 손으로 기어를 돌려보니 기어가 헛돌며 자석은 그냥 가만히 있었다.

감속기어까지 전부 조립 후 돌려보았을 때도 역시 자석은 움직이지 않고 기어만 헛 돌고 있었다.

그 다음 자석을 꺼내 손으로 잡고 기어만 갖다 댄 후 돌려보다 두 부품 접촉면의 요철이 딱 걸리며 움직이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음? 이걸 어떻게 하면 될거 같은데... 해결 방법을 고민하다가 심플하게 순간접착제로 붙이기로 했다. 붙어만 있으면 되는거니까 문제될건 없겠지 뭐.

 

이 사진이 접착 후의 모습. 자석과 기어를 비누칠해서 깨끗이 씻고 말린 후 순간접착제로 두개를 고정했지만... 씼다가 원판을 잃어버렸다.

원판이 있어야 자석과 기어가 바닥면에 닿아서 갈리는 것을 막을텐데 고민거리가 또 생겼다.

자석이 제법 빠르게 돌아서 아래쪽에 뭔가 덧대야 할텐데 가능한 강하고 내열성이 있는 재료가 적합하지만 당장 그런게 있을리가...

어쩔 수 없이 있는 재료를 뒤적이다가 자석 아랫면에 OHP필름을 접착하기로 했다. 레이저 프린터의 고열에도 녹지않고 멀쩡하니까 왠만큼 온도는 버티겠다 싶었다.

물론 OHP필름만 붙이고 끝이 아니라 OHP필름과 모터 케이스 사이에 그리스를 충분히 발라 주었다. 여기서 또 한가지 주의점이 있는데 모터의 토크가 워낙 약하다보니 그리스를 떡칠하면 모터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외 다른 부품들 사이에도 마찬가지로 그리스를 적당히 바른다.

그리고 모터를 가조립 후 전자레인지에 연결하고 동작 시키니 모터가 제대로 돌아간다. 드디어 성공!

이제 전자레인지를 조립 할 시간이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 나사 하나가 남는 일도 없이 잘 조립되었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수시간의 노력 끝에 드디어 전자레인지가 돌아왔다.

모터를 새로 구입해서 교체하는게 더 좋겠지만 지나치게 비싸거나 아니면 너무 오래걸리거나 하니 일단 이대로 사용하다가 다시 문제가 생기면 고치면서 쓸 생각이다.

도저히 고칠 수 없겠다 싶으면 그 때 모터를 사는 것으로.

수리 2년 후의 상황

음... 어... 야매로 수리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 치고는 잘 버틴다? 2020년 8월 하순에 수리하고 지금은 2022년 8월 하순. 겨울 두번에 여름 세번을 거쳤지만 전자레인지는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간다.

비 정상적인 소음, 진동이 전혀 없고 뭔가 탄내가 난다던지 그런 느낌도 없다. 턴테이블이 돌아가는 모양새도 딱히 힘이 딸린다거나 덜컥거린다거나 하지도 않고 힘차게 잘 돌아가는 중이다.

처음에 수리할 때는 1년 버티면 잘 버틴 거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2년 후인 지금까지 이상 현상 없음. 완전 멀쩡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고장 난 적 없는 물건인 줄 알겠다.

순간접착제와 그리스의 힘이 정말 대단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