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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대비해 얼굴용 수분젤 만들기

2020. 10. 6. solo

얼굴용 자작 수분젤

개요

이제 기온이 내려가면서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었는데 습도가 30%대로 떨어지기도 해서 세안 후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으면 피부가 푸석거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예전에 만들었던 기본 수분젤을 다시 만들기로 하면서 보습제는 알로에 젤을 첨가할까 생각했지만 알로에 젤 속에 도대체 알로에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알 수 없어서 관뒀다.

대신 글리세린을 넣기로 결정한 뒤 겨우내 쓸 요량으로 젤을 좀 많이 만들었는데, 구성은 카보머젤 + 글리세린이 전부다.

기본적으로 향료는 넣지 않았지만 예전에 에센셜 오일을 첨가하니 카보머 젤의 투명도가 감소하는 것이 기억나서 수분젤 일부는 에센셜 오일을 첨가하며 투명도 변화를 확인했다.

재료 목록

수분젤 재료는 증점제, 중화제, 보습제, 물 네 가지 뿐이다.

아래는 수분젤 총 중량이 500g일 때의 재료 목록이다.

  • 카보폴980: 1g (0.2%)
  • NaOH: 0.41g
  • 글리세린: 15~50g (3~10%)
  • 물: 443.18g + 40.41g = 483.59g

물은 카보머 분말을 녹일 때와 NaOH로 중화제를 만들 때 따로 사용했으며 모든 물은 끓여서 식힌 수돗물이다.

글리세린은 얼마나 촉촉함을 유지할 것인가에 따라 적당히 넣는다. 내 경우 글리세린 특유의 끈적함이 조금 거슬려서 3%를 넣었다.

글리세린 양이 3%를 초과하면 위 재료 목록 중 수분량을 그만큼 줄여야 하는데, 예를 들면 글리세린이 10%일 때 수분 총량은 408.18g + 40.41g = 448.59g이다.

수분 젤 만들기

1. 카보머 분말 녹이기

제일 먼저 카보머를 물에 녹여야 하는데, 이게 제일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카보머를 전부 한번에 부어도 되긴 하지만 기계 없이 수작업으로 혹은 소형 전동공구 정도만 사용한다면 카보머가 제대로 녹지 않고 뭉치는게 많아져 굉장히 번거롭게 된다.

그래서 카보머를 전부 한번에 섞는 것보다 일부만 체로 쳐서 얇게 뿌린 뒤 그대로 방치해서 카보머가 물에 녹도록 한 뒤 나머지 카보머를 또 뿌리는게 낫다.

그렇게 모든 카보머를 물 위에 뿌리고 대충 30분~1시간 정도면 카보머가 다 녹아서 물이 반투명한 상태가 되어 있다. 이 때 좁은 그릇 보다 넓은 그릇을 쓰면 더 빨리 녹는데 물의 온도는 따뜻하거나 차갑거나 별로 차이가 없어 보였다.

이런 식으로 체로 쳐야 잘 녹는다.

다 녹은 카보머. 물이 뿌옇게 변했다.

카보머가 다 녹았더라도 덩어리진 것이 있을 수 있으니 다시 막대와 미니 드릴로 잘 섞어준다. 불빛에 비춰가면서 덩어리진 것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섞는다.

2. 중화제 섞기

카보머 중화제는 카보머 중량의 40%의 수산화나트륨을 사용했다. (2.5:1)

1% 농도의 액상으로 만든 중화제를 1번의 카보머가 녹은 물에 붓고 막대로 살살 저으면 순식간에 점도가 오르며 젤 상태가 된다. 그리고 뿌옇던 물이 다시 투명함을 되찾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젤이 완전히 투명하지는 않아서 조금 불만족스럽긴 한데 그냥저냥 쓸한한 수준이라 이대로 쓰기로 했다.

중화제를 넣고 섞으면 순식간에 젤이 만들어진다.

3. 보습제 추가하고 통에 담기

만들어진 카보머 젤에 보습제인 글리세린을 붓고 잘 섞으면 되는데, 가능한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서 저어야 한다. 젤이라서 한번 거품이 생기면 사라지지 않는다.

글리세린을 다 섞었으면 이제 통에 담으면 되는데 주의점이 있다. 깔때기는 가능한 큰 것을 써야한다는 부분이다. 작은걸 쓰면 젤의 점도 때문제 통에 잘 안 들어간다.

4. 수분젤에 에센셜 오일 추가

수분젤을 통에 적당히 담고 일부는 남겨서 향료를 첨가하기로 했는데 예전에 카보머 젤에 에센셜 오일같은 향료를 가용화제 없이 그냥 넣었을 때 투명도가 감소했던 것이 기억 나 이번에는 가용화제를 사용해서 오일을 넣어 보았다.

가용화제는 에탄올과 올리브리퀴드, 에탄올은 무수에탄올이 없어서 소독용 에탄올을 사용했다.

수분젤은 각각 60ml정도, 로즈마리 에센셜 오일을 각 세 방울 넣었고 에탄올은 대충 1/4뚜껑 정도, 올리브 리퀴드는 여섯 방울을 넣었다.

그리고 막대로 잘 섞어주었는데, 결과는 두 가지 경우 모두 수분젤이 눈에 띄게 뿌옇게 변했지만 에탄올 쪽이 조금은 더 투명했다.

그런데 60ml에 로즈마리 에센셜 세 방울은 좀 과했다. 강한 향을 좋아하는 사람은 몰라도 나는 은은한 향을 좋아해서 로즈마리 에센셜은 1 ~ 1.5 방울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아래의 사진들은 에센셜오일을 섞은 젤의 투명도 비교인데 육안과 달리 사진상에서는 잘 구분되지 않는다.

에센셜오일을 넣지 않는 기본 수분젤


에탄올을 가용화제로 사용한 젤


올리브리퀴드를 사용한 젤


아래 사진들은 에센셜오일을 넣은 두 가지 젤을 섞은 것이다. 탁함이 아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아서 그냥 섞어버렸다.


이건 기본 수분젤

향료를 넣은 젤. 위 사진의 기본젤과 차이가 보인다.

완성된 수분 젤 테스트

완성된 수분젤은 냉장고에 넣고 쓸 때만 꺼내니까 사용할 수 있는 기한은 충분히 길 것이다. 그래도 매번 큰 통을 꺼냈다 넣었다하기엔 좀 그래서 작은 화장품 통에 일부를 소분했는데(첫 사진 왼쪽 통) 지금 들어있는 것은 향료를 섞은 수분젤이다.

그래서 시험 사용도 향료가 들어있는걸 먼저 하게 되었다.

얼굴의 유분을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 비누로 두 번 씻었고, 수분젤은 콩알 크기로 세 번 짜서 사용했다.

한 번 사용할 때 대략 이정도 양을 썼다.

사용감은 전에 만든 카보머 0.2% 수분젤보다 좀 더 나아서 어느 정도 기성품에 근접한거 같다. 똑같은 재료에 똑같은 비율인데 그동안 몇 번 만들어 봤다고 스킬이 늘어서 그런가?

보습은 무난하게 잘 되고 전체적으로 아무 느낌이 없었지만 미간과 볼 끝부분 같은 일부가 살짝 당기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거울을 봤을 때 아무 문제가 없었고 10분 정도 지나면 피부에서 기름기를 방출해서 그런지 아니면 글리세린이 수분을 끌어당겨서 그런지 피부가 당기는 느낌이 사라졌다.

그 외 피부 자극은 없었다.

끈적이는 느낌은 크지 않아서 글리세린 함량을 조금 더 늘려도 될 것 같은데, 5%까지 늘려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또, 다음에는 투명도를 희생하더라도 보습용 오일을 추가해 봐야겠다. 포도씨유나 올리브유 같은거.

그런데 오일을 첨가하면 성능은 더 좋아지겠지만 안그래도 뿌연 젤이 더 뿌옇게 변하면 보기가 좀 안 좋을것 같은데...

뿌연 젤에 거품이라도 있으면 겉보기엔 완전 콧물이잖아 이거...

혹시 카보머 말고 다른 증점제를 쓰거나 향료를 수용성으로 쓰면 좀 나아질까?

추가 작업 - 보습용 오일 추가

평소에는 수분젤 정도면 충분하지만 날이 심하게 건조하거나 피부 컨디션이 좀 안좋을 때는 얼굴이 건조한 느낌이 꽤 오래 가서 오일을 추가해 보기로 했다.

전체 수분젤에 오일을 추가한건 아니고 시험 삼아서 작은 통 두 개 중 많이 사용한 하나를 비우고 오일을 추가했는데, 오일은 5%를 넣기로 했고 유화제나 가용화제가 필요하기에 총 5% 중 포도씨유와 올리브리퀴드를 1:2 비율로 혼합한 뒤 수분젤에 섞었다.

결과는 예상과 같아서 수분젤이 로션 비슷한 하얀색이었다. 다행스럽게 콧물같은 느낌이 아니라 안심했다. 휴...

보습 성능도 약간 개선되었는데 오일 양이 워낙 적어서 바르고 나서도 끈적임이나 묵직한 느낌 없이 산뜻하다.

하지만 그 산뜻한 느낌이 한발만 더 나가면 피부가 조금 당기는 상황일 수 있겠다 싶었다. 비록 지금 내 피부 상태에는 적당한 정도였지만 날씨가 극히 건조하거나 혹은 피부 타입이 심한 건성이라면 부족할 것 같은 느낌~

보습 오일을 10%~20%쯤 사용하면 극 건성 피부에도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쯤 되면 수분젤이 아니라 로션이나 다름없으니 차라리 유화제를 사서 로션을 만드는게 나을 것이다.

언젠가 로션이나 크림, 립밤 같은 것들도 만들어봐야겠는데 새로운 재료에 HLB니 하는 값으로 계산도 해야 해서 아직 손대기 좀 겁난다.


포도씨유와 올리브리퀴드 1:2 혼합액. 이미 색이 좀 탁해진 것이 보인다.




거의 로션 수준인데 약간 무른 로션 같은 색과 점성이다.


손등에 짜면 이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