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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션 대신 쓰려고 수분크림(젤) 만들어 봄

2020. 3. 26. solo

수분젤 1 (0.2%, 5:1)

카보머젤을 만들어본 김에 로션 대용으로 수분크림을 만들어보았다. 아니 로션인가? 젤? 수딩젤이란 것도 있던데 이거 되게 헷갈리네.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고 대충 수분젤로 하자. 뭐 특별한 기능 이런거는 일절 없고 그냥 딱 보습만 된다.

재료는 카보머, 물, 글리세린, 향료 이게 전부라서 사용감[각주:1]은 썩 좋지 않다. 로션 같은걸 바르는 느낌과 전혀 다르고 촉감이 그냥 물을 바르는 느낌. (⊙_⊙)

알로에 젤을 조금 넣을까 했는데 일단 기본 재료만 써보자 싶어서 이렇게 만들었다.

처음 만든 것은 크게 신경쓰지않고 대충 만들어서 글리세린 비율이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아마 2% 정도로 기억한다. 따르는 부피만 보고 눈대중으로 해서...

만들어둔 프리젤 말고 카보머 젤을 새로 만들어서 썼는데 카보머 비율은 0.2%, NaOH는 카보머의 1/5.

기타 성분으로는 티트리 오일과 로즈마리 오일, 페퍼민트 오일을 넣었다.[각주:2] 의도가 있는 배합은 아니고 그냥 있는거 대충 섞어본거.

그런데 페퍼민트는 페퍼민트 껌 같은 향기고 로즈마리는 진한 냄새를 맡으니 한순간 에프킬라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비슷하더라.

아무튼 점도가 묽어 보여서 0.3%, 10 : 1 젤을 새로 만들었는데 바르는 느낌은 새로만든게 낫지만 입구가 좁은 병에서는 좀 묽은게 낫겠다.

원래는 손발에 바르기 위해 만들었는데 손목 안쪽에 발라도 문제 없길래 용기를 내어 얼굴에도 발라 보았다.

내가 피부에 각질이 많이 일어나는 편인데 테스트를 위해 일부러 비누로 세안하고 이 수분젤을 발랐다.

결과는 성공.

아침에 세안하고 수분젤만 바른 뒤 오후 7시까지 거의 13시간을 그대로 지냈는데 글을 쓰고있는 지금까지 문제없다.

발적, 가려움, 따가움 같은 피부트러블이 없고 얼굴이 끈적거리거나 반대로 푸석거리며 당기는 느낌도 없다. 장기적으로는 아직 모르겠지만 단기적인 독성은 없다고 봐도 좋겠지.

물을 바르는듯한 이상한 느낌을 참으며 얼굴에 젤을 바르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글리세린이 주변 수분을 흡수해서 그런지 얼굴이 촉촉해지면서 자연스러운 유분이 자리잡는 느낌이었다.

다만 세안 후 젤을 바른 직후는 수분이 막 넉넉하게 있는 느낌은 아니라 글리세린이 부족한가 싶었다. 많이는 아니고 약간 긴가민가한 느낌 정도. 처음에도 피부가 당길 정도는 아니었다.

글리세린은 조금만 넣었는데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다니 달리 보습제가 아니구나. 뭐 측정기 같은게 없으니 그냥 내가 느낀 체감이 그렇다는 거지만.

대신, 재료가 재료니 어쩔수없는 부분도 있다. 글리세린을 써 보면 알겠지만 완벽히 건조된 보들거림이 아니라 특유의 "이거 끈적한건가?"하는 끈적임 비슷한 어색함, 그게 미약하게 남는다.

만약 그 미약한 느낌마저 싫으면 글리세린을 줄이거나 없애고 다른 보습제를 쓰는수 밖에. 뭐가 좋을지는 찾아봐야겠고.

수분젤 2 (0.3%, 10:1)

수제 화장품이 유리병에 담겨있다.직접 만든 수분젤. 로션 대용으로 사용한다.

원래 완벽한 클리어젤은 아니었지만 이것저것 섞으니 반투명에 가까워졌다.

카보머 0.3%, NaOH 0.03%, 글리세린 2%, 향료 적당히 몇방울. 작은 통에 넣는 것을 생각하면 NaOH 비율은 20 : 1 이하가 더 나은것 같다.

새로 만든 0.3% 수분젤은 비누로 씻은 다리에 발랐는데 왼쪽 다리만 바르고 오른쪽 다리는 바르지 않았다. 바른 부위는 발목에서 무릎까지.

골고루 펴 바르지 않았더니 젤이 두껍게 발렸는지 처음 움직일 때 약간 당기는 느낌이 들다가 없어졌다.

각질(비늘)은 수분젤을 바른 쪽은 전혀 보이지 않고 그냥 놔둔 쪽은 조금 보인다. 손으로 만져보면 역시 젤을 바른 다리는 매끈하고 보들보들한데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다리는 약간씩 거친 부위가 있다.

아로마 오일은 티트리와 로즈마리만 사용했는데 병에 담겨있을 때는 향이 제법 나지만 실제로 손에 바르고 나서 냄새를 맡으면 아로마오일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일이 싸구려라 그런지 원래 그런 것인지...

그리고 카보머 자체가 유화제의 역할을 한다고 해서 위쪽에 둥둥 떠 있는 오일 좀 섞어보겠다고 젤화하기 전부터 젤이 된 후에도 거품기로 한참 친거 같은데 내 팔만 떨어지겠다. 유화제 역할 하기는 개뿔 ㅡ_ㅡ^

얼굴에 사용하니

0.2%젤 보다는 사용감이 좋았다. 그만큼 더 되직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그래도 기성품과는 차이가 상당히 크게 난다.

얼굴에 바르고 하룻밤 지난 뒤 역시 문제 없다. 일주일, 한달 같은 장기간 사용시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지금 당장으로는 얼굴과 팔다리에 바를수 있는 만능젤 같아 보인다.[각주:3]

좀 이상한 사용감만 제외하면.

글리세린의 양은 조금 줄여도 괜찮을 것 같은데 지금 만든 젤을 다 쓰고 새로만들 때 1%비율로 시험 해 봐야겠다.

자작 수분젤의 장단점.

장점
  • 가격이 아주 싸다.[각주:4]
  • 내게 필요하지 않은 성분은 뺄 수 있다.
  • 소량 제작이라 피부트러블이 생기면 즉시 성분 변경 가능.
  • 손수 만드는 즐거움.
  • 주변에 수제 화장품이라고 자랑할 수 있다.

단점
  • 만들 때 팔이 아프다.
  • 방부제가 없어서 냉장 보관하고 빨리 써야한다.
  • 알콜이 없어서 그런지 마르는데 좀 더 시간이 걸린다.
  • 가용화제가 없으면 아로마 오일이 둥둥 뜬다.
  • 이것저것 갖추려면 처음에 비용이 좀 들고 귀찮다.
  • 투명도와 사용감에서 기성 화장품과 확실히 차이가 나는게 보인다.
  • 예쁜 통을 구하기 어렵다.

추가 정보. 아로마오일과 에센셜오일

음... 검색하다보니 아로마오일과 에센셜오일이 다른거라고 한다.

에센셜은 100% 천연성분, 아로마오일이나 프래그런스오일 같은 제품은 합성 향료라서 에센셜 오일이 가지고 있는 효능이 없고 오히려 피부트러블을 유발한다고.

진짜?

그럼 10ml, 20ml짜리 쪼그만거 한병에 몇만원하는 그런거 써야 하는거였음?

(ノ*・ω・)ノ ┻━┻ 

이러면 나가린데... 어째 값이 싸드라니.

극소량을 쓰면 별 문제는 없겠지만... 찝찝하네.

다행히 갖고있는 오일 중 티트리는 에센셜오일이니까 그걸 주로 쓰고 나머지는 그냥 향으로만 써야겠다.

약 한달간의 사용 소감

2020.04.28.

수분젤2를 대략 한달 정도 사용해 보았으나 특별한 문제는 느껴지지 않았다. 따로 보존제를 넣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 기간은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다.

이상한 냄새, 이상한 색, 층 분리 같은 문제도 보이지 않았는데 보관은 냉장고에 넣어놓았고 사용할 때만 꺼냈으니 언제나 4도 근처의 낮은 온도에 보관되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다만 멀쩡한 맨 피부가 아니라 면도를 하고난 뒤 손상되어 따가움이 있는 피부에 수분젤을 바르니 피부가 조금 발갛게 변하거나 따가움이 좀 더 강해졌다. 경우에 따라 약간 부어오르는 느낌도 있긴했지만 심하지는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았다.

그런데 이건 기성품 로션 등도 마찬가지니까 특별히 수제 화장품의 성분 문제나 아니면 상해서 그렇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수분젤2는 냉장고 문에 보관했으니 조금 더 오래 보관할 화장품이라면 야채실에 넣으면 더 나을 듯 하다. 실제 세균 수 등을 체크하지 않는 이상 정확하진 않겠지만.



  1. 젤을 문지르고 바를 때의 촉감. [본문으로]
  2. 피부 상태-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은 대략 100g당 한방울 혹은 200g당 한방울이면 적당한것 같다. 체감상 많이 넣더라도 100g에 두방울 정도가 한계로 보인다. [본문으로]
  3. 2020.04.05까지 10일 넘게 사용한 결과는 이상 무. 아무런 트러블이 없다. [본문으로]
  4. 현재 상태는 재료값만 보면 100g당 100원 이하. 아로마 오일을 넉넉하게 넣으면 대충 100원 근처가 될 것 같고 정제수와 에센셜 오일을 사용하면 100g당 300원 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