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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크림 만들기 실험] 스테아르산으로 핸드크림(로션) 만들기.

2020. 12. 7. solo

심심해서 집에 있는 재료로 핸드크림을 만들었다. 비누 만들려고 사다 놓은 Stearic Acid로 만들었는데, Stearic Acid 자체가 유화제인 것은 아니고 NaOH를 사용해서 반응을 시켜야 한다. (이 >Stearic Acid는 편의상 그렇게 부르지만 순수 지방산이 아님. 자세한건 추가실험2의 참고3에 설명.)

원래 이런 로션이나 크림을 만드는 에멀시파잉 왁스(E-Wax) 같은 유화제가 따로 있던데 주문하고 택배 받고 하기 귀찮아서 집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 보기로 했다. 어차피 유화제=계면활성제니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다소의 단점이 있지만 크림은 쓸만하게 만들어진다.

하지만 농도를 낮춰서 로션이나 스킨로션 등을 만들어 보려니 좀 곤란했는데, 만들어진 로션 등의 보습 능력은 문제가 없지만 발림성이 참... 거지같다.

내용이 길어지니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기록한다.

 

핸드크림의 재료 및 메모.

핸드크림 재료 목록.

정제수: 55.87g
스테아르산: 2g
1% NaOH용액: 28.24g (순도100% 기준)
포도씨유: 5.7g
글리세린: 7.5g
복합파라벤: 0.46g
비타민E: 0.079g
네롤리F.O: 다섯 방울.

합계 100g.

아래는 특이점 메모 몇 가지.

1. 정제수라고 적혀있지만 실제로는 그냥 수돗물 썼다.

2. 재료 목록 중 1% NaOH용액은 필요한 NaOH가 너무 적은 양이라 저울로 재기 힘들어 1% 용액으로 만들어 사용한 것이다. 원한다면 용액으로 만들어놓지 않고 그때그때 저울로 재어서 NaOH를 직접 투입해도 된다.

3. 재료 비율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지용성 재료(오일포함) 대비 스테아르산이 3 : 1로 되어있다. 스테아르산(사실은 아마도 스테아린)이 비누화되며 3개로 쪼개지기 때문인데, 각 재료의 정확한 몰질량은 모르니 대강 비슷할거라 가정하고 지용성 재료가 스테아르산의 3배를 넘으면 오일이 남는다고 표시하도록 시트를 만들었다. 결과는 완전하진 않아도 큰 문제 없었다.

4. NaOH외에도 보존제나 향료같은 사용량이 매우 적은 재료는 저울에 달지 않고 방울 단위로 첨가해서 사용했다. 비중도 신경 안 쓰고 1방울 = 0.03g으로 계산하여 적당히 넣었다.

5. 글리세린 너무 많이 넣으면 안좋다. 지나치게 넣으면 특유의 끈적임이 남아서 오히려 불편. 솔직히 7.5%도 좀 애매한 것 같다.

핸드크림을 만드는 과정.

손에만 쓰는게 아니라 발, 다리에도 사용하는 크림이니 핸드크림, 풋크림, 레그크림(?) 같은 식으로 부를수도 있겠지만 나 혼자 쓰는거니 세세하게 구분할 필요는 없어서 그냥 적당히 핸드크림으로 부른다. 어차피 하나로 다 돌려가며 쓰기도 하고.

만드는 과정은 아래와 같다.

 

뜨거운 냄비 안에 컵을 넣어 중탕으로 오일을 녹이고 있다.
냄비에서 중탕하고 있는 핸드크림 재료.

핸드크림 재료 중 향료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수용성, 지용성에 따라 미리 섞은 뒤 핫플레이트나 냄비에 중탕해서 온도를 올린다. 나는 가진게 냄비뿐이라 중탕으로 작업했다.

재료의 온도는 약 70~80℃까지 올려서 오일 부분이 모두 녹아서 투명해지도록 해야하는데, 오일 부분의 온도가 올라 잘 녹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수용성 재료(물 포함) 부분이 더 많아서 그쪽은 아직 온도가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나마 빠르게 작업하려고 (중탕용) 물을 커피포트로 끓인 다음 부어버린다. 더 빠르게 작업하고 싶으면 전자레인지로 재료를 직접 가열해서 써도 된다.

온도계는 각 재료별로 사용하면 좋겠지만 설거지도 귀찮고 한번에 중탕하는데 굳이 온도계를 따로 써야하나 싶어 하나만 사용했다.

핸드크림 제작 시 주의할 점은 온도가 낮으면 일부 오일이나 재료가 굳을 수 있고 그렇다고 너무 높으면 기포가 올라와서 그게 다 거품이 되어버리니 적당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적당한 온도가 70~80℃인 것. 애초에 스테아르산의 녹는점이 약 70℃다.

 

녹은 스테아르산에 유화제를 붓고 있다.
스테아르산은 섞는 즉시 반응한다.

수용성, 지용성 재료 모두 온도가 충분히 올랐으면 둘을 섞고 잘 저으면 되는데, 가급적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적당한 속도로 조심해서 젓는게 좋다. (색은 재료가 섞이자마자 즉시 하얗게 변한다.)

거품은 한번 생기면 쉽게 없어지지 않아서 조심해야 하는데 젓는 속도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좌우로 번갈아가며 저으면 더 쉽게 거품이 생기니까 가능하면 한 방향으로만 젓는게 더 좋다.

고온의 액체 상태의 핸드크림을 젓는 시간은 NaOH가 모두 반응하도록 70~80℃에서 20분 가량 저었다. 하지만 비슷한 크림을 여러번 만들어 보니 10분 저었을 때, 그냥 섞자마자 바로 냄비에서 꺼내서 저었을 때와 눈에 띄는 차이는 없었다.

전체 교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느리더라도 젓는 것을 중단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잠깐이라면 몰라도 오랫동안 젓지 않고 방치하면 액체 상태의 크림(로션) 위쪽에 막이 생긴다.

이건 아마 컵 위쪽은 열원에서 멀어 온도가 낮아지니까 생기는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이걸 다시 풀어주려면 제법 귀찮으니 애초에 막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게 제일 좋다.

 

만들어진 핸드크림의 pH.
참고용 pH. 크림의 색을 생각하면 pH는 약 8인 것 같다. 온도가 높을 때는 pH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온다.

핸드크림 pH 참고.
로션이나 크림류의 pH는 최종적으로 9 이하가 되어야 한다.
왜냐면 화장품법에 그렇게 나와있다.
팔 물건이 아니니 꼭 지키지 않아도 되겠지만 법 만들 때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이정도면 인체에 해롭지 않습니다."하고 정한거니까 가급적 지키는게 좋겠다.
다름 아닌 안전을 위한거니까.

 

스테인리스 컵에 담긴 따뜻한 핸드크림과 온도계.
향료는 어느 정도 식은 뒤 넣는다.

액체 상태의 핸드크림을 젓다 보면 온도가 내려가면서 점성이 생겨 저을 때 저항감이 느껴지는데, 이때 막대를 들어 올려보면 날계란처럼 끈적한 모양을 갖고 온도가 내려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점도가 있으면서도 툭툭 끊어지는, 익숙한 크림 같은 성질을 갖는다.

스테아르산을 적게 사용했다면 매우 낮은 온도에서, 많이 썼다면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끈기가 생기며 굳는데, 이번에 만든 스테아르산 2%의 핸드크림은 약 40℃부터 끈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에센셜 오일 같은 향료는 끈기가 생기기 직전에 넣고 저으면 된다.

 

핸드크림이 식어서 약간 단단해진 모습.
식을 때까지 계속 저은 핸드크림.
차가워진 핸드크림을 작은 플라스틱 통에 담았다.
조금 더 식힌 뒤 통에 담았다.

식으면서 단단해져 크림의 형태가 갖춰졌고, 더 젓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상황이면 통에 담으면 되는데 미약한 온기가 남은 상태에서 더 식으면 크림이나 로션이 조금이지만 더 단단해지며 하루 정도 지난 뒤에는 또 점도가 오른다.

핸드크림을 만들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로션을 만들었다면 입구가 좁은 병에 넣었다가 다음날 로션이 병에서 나오지 않는 사태가 생길 수 있으니 로션 등을 만들 때는 최종적으로 용기에 옮기기 전에 하루 정도 방치해서 점도를 확인 후 넣는 것이 좋겠다.

만든 직후의 핸드크림 사용감.

손등에 핸드크림 덩어리가 올려져 있다.
만든 직후의 핸드크림을 조금 덜어서 손과 목에 발랐다.

음... 아주 좋지는 않다.

보습 능력이나 끈적임 등은 문제가 없다. 손과 목에 발라봤지만 특별한 자극 같은 것도 없고. 하지만 예상했던 바르는 느낌이 문제다.

스테아르산의 한계 때문에 오일 비율이 적어서 그런 것도 있겠고 주 오일인 포도씨유의 특성 문제도 있겠지만 생긴건 완전히 크림인데 바를 때의 느낌은 크림 보다는 로션에 가깝다.

하루 지난 뒤 사용해 보고 또 며칠 후까지 핸드크림의 특성이 서서히 변하면서 안정화 되겠지만 그렇게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며칠 동안 이번 핸드크림 뿐 아니라 로션 등 다양한 형태의 크림과 로션을 만들었는데, 스테아르산의 비율이 3.5%만 되어도 크림이 아니라 거의 젤리 수준이 되고 10%근처면 반쯤은 플라스틱이나 다름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스테아르산을 늘릴 수는 없었는데, 아래의 로션 항목에 적은 것처럼 유화제인 스테아르산은 그대로 두고 오일 비율만 늘리면 형태나 바르는 느낌은 좋아지지만 손바닥이 기름 범벅이 되어버린다.

주 오일을 포도씨유 대신 상온에서 고체인 다른 오일을 사용하면 좀 더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그건 다음에 만들어 보기로 하고 스테아르산을 유화제로 사용한 크림/로션 제작은 일단 종료.

참고. 젓는 시간과 크림의 형태 문제.

유리병에 담긴 핸드크림.
하루 정도 방치해도 수분이 분리되지 않은 핸드크림.

그런데 같은 재료, 같은 비율,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도 어떤건 물 or 기름이 소량 분리되는데 어떤건 또 괜찮고 그렇더라. 이게 정확히 왜 그런지 모르겠다. 뭔가 잘못하긴 했으니 그럴건데...

사용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요것도 좀 까다롭고 귀찮은 문제다.

간이로 같은 배치에서 적당히 젓고 덜어낸 것과 차가워질 때까지 저은 크림을 비교해 봤는데, 먼저 덜어낸 것은 젤리처럼 굳으며 물이 나오지도 않지만 약간 단단하며 손 안에서 비교적 덜 녹아서 쓰기 불편하고, 오래 저은 크림은 아주 부드러우며 쓰기도 좋지만 물이 쉽게 배어나온다.

제대로 된 비교는 아니지만 대강 언제 문제가 잘 생기는 지는 알 수 있는데, 두가지 상태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체감상 대충 20℃정도에서 멈추는게 좋아보이지만 온도계로 측정하며 비교한게 아니니 당분간은 감으로 시기를 조절해야 할 듯. 일단 온도계 30℃에서 교반을 멈춘 것은 확실히 젤리 비슷한 덩어리가 되었다.

젤리 비슷한 상태가 된 것을 으깨서 사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사용 자체는 큰 문제 없었지만 정상적인 방법이라고 하긴 조금 어려움이 있을 듯.

어? 그러고보니 스테아르산 많이 넣었을 때 떡지고 단단해지는 것도 혹시... 요것도 나중에 시간 나면 테스트 해 봐야겠다.

스테아르산으로 만든 로션은 뭐가 문제?

이게 참... 만들어는 진다.

그래. 로션이나 스킨로션 같은 게 만들어지고 피부에 바른 뒤 보습 능력 같은 것도 적당히 좋다.

그럼 뭐가 문제인가? 바르는 과정이랑 느낌이 좀... 핸드크림보다 더 심하다.

일반적인 로션을 바를 때의 그 착 달라붙는 느낌이 전혀 없고 물 혹은 공기를 바르는 느낌이다.

용기에 담겨 있을 때, 눈으로 볼 때는 형태도 좋고 광택도 좋고 아주 좋은데 손에 덜면 이미 표면이 살짝 녹아 흐르기 시작하고, 문지르면 순식간에 녹아서 물 같은 형태가 된다.

마치 여름의 땡볕에 노출된 아이스크림이 녹는 듯한 광경이지만 그보다 훨씬 빠르게 녹아버린다. 물론 그렇게 녹았다고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기가 좀 그렇더라...

이렇게 온도에 민감하다면 겨울인 지금은 로션 형태지만 같은 물건이 여름이 되면 물처럼 찰랑 거리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것도 그다지 유쾌한 부분은 아니다.

그 외 문제는 없지만 요게 좀... 그렇다.

그렇다고 스테아르산은 그대로 두고 오일을 많이 넣으면 겉보기에는 하얗게 잘 유화가 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기름이 단어 그대로 "섞여만"있게 된다.

미용을 위해 오일을 생으로 피부에 바르기도 하니 그 자체는 문제가 없겠지만 물만 가지고는 기름에 범벅된 손이 씻기지 않아서 꼭 비누칠을 해야 하니 사용에 불편함이 따른다.

그래도 기름진 느낌이 좋다면 이런식으로 스테아르산 vs 오일 비율을 1 : 6 정도로 사용해도 되는데 1 : 12까지도 겉보기에는 멀쩡했다.

거기에 전체 오일 비율을 높게 잡으면 크림처럼 만들 수도 있으면서 온도 변화에도 비교적 둔감한 모습을 보였고.

다만 장기간 보관시 층 분리가 있을 수도 있겠는데 그건 확인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추가 실험: 핸드크림이 물과 분리되는 이유.

단적으로 말하면 수산화나트륨의 양이 많아서 그렇다.

기록한 것을 다 적으면 이것과 아래의 두 가지 추가 실험 만으로 수십 페이지는 될 양이라 줄여서 요점만 적는다.

딱 스테아르산이 반응할 정도만 1% NaOH 용액을 넣었지만 계량 실수 등의 이유로 과하게 들어간 수산화나트륨이 포도씨유와 반응했기 때문. 여태 크림이 뭉치고 떡지는 것이 스테아르산의 특성인줄 알았는데 완전히 반대였다.

포도씨유가 수산화나트륨에 반응해서 비누화되면 그 양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크림에서 물이 약간 나오는 수준이고 심하면 오일끼리 뭉쳐서 물과 분리되어 버린다.

실패한 핸드크림의 모습. 물과 크림이 따로 분리되었다.
NaOH 과다일 때는 이렇게 분리된다.

 

이걸 확인하기 위해 포도씨유만, 그리고 스테아르산만 사용해서 크림을 만들어 봤다.

총량 100g중 유화제로써 2.5g, 오일로써 7.3g을 사용했는데 포도씨유와 스테아르산 모두 동일한 양, 동일한 비율을 사용했다.

결과는 스테아르산 쪽은 아주 쉽게, 매우 깔끔하게 크림이 만들어졌고 포도씨유는 극소량을 제외하면 아예 반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포도씨유 쪽은 0.1g정도의 스테아르산을 추가하여 반응을 도왔는데 정상적인 크림과 달리 오일이 자기들끼리 뭉치다 못해 점액질 덩어리가 되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 결과로 NaOH과다가 원인인 것을 확인하고 NaOH의 양을 아주 살짝 줄여서 핸드크림을 제작했는데, 이번에는 시간과 작업량을 줄이기 위해 향료와 보존제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한 컵에 넣고 전자레인지에서 녹여버렸다.

그 후 적당히 크림이 식었을 때 나머지 재료를 섞고 실온까지 식히면서 저었지만 크림에서 물이 분리되어 나오지 않았다. 위쪽의 젓는 시간 항목에 첨부한 유리병에 담긴 핸드크림의 사진처럼 막대로 휘저어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추가 실험: 온도에 따른 스테아르산의 점도 변화.

이제 크림에서 물이 나오지 않게 하는 방법은 알았다.

그러나 수상층과 유상층이 분리되지 않은 정상적인 크림/로션의 경우에도 가끔 점도가 예상치 못하게 낮아지거나 하는 일이 있었다. 분명히 뻑뻑한 크림이었는데 갑자기 로션 수준으로 점도가 떨어서 주르륵 흐르게 된다던가 하는 그런 일.

주로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때 그런 일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는데,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가지로 생각하다가 다른 재료 없이 물, NaOH, 스테아르산 만을 가지고 크림을 만들어 보았다.

 

100g의 재료를 계산한 뒤 스테아르산을 2g 넣고 물과 1% NaOH 용액을 넣은 뒤 전자레인지에서 돌려서 크림을 만들었다. 그러자 매우 점도 높음(뻑뻑한) 크림이 나왔는데, 여기에 글리세린을 넣고 포도씨유를 넣고 이런 식으로 조금 씩 진행해 봐도 특별히 점도가 낮아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소폭 오르는 느낌이 있었을 뿐.

심지어 물을 추가해서 총량 200g을 만들어 농도를 절반으로 낮췄는데도 무르긴 하지만 여전히 크림이라고 할한한 수준이었다. (막대에 찍어서 들어도 흐르지 않는 수준.)

비슷한 실험을 여러번 하다보니 스테아르산을 정량보다 조금 더 넣었을 때, 그러니까 이미 크림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스테아르산을 1g 추가하고 다시 녹였다 식히니 점도가 확 낮아져 물처럼 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

혹시 소량의 유화되지 않은 스테아르산은 오히려 점도를 낮추는 것인가 하며 다시 제작해 봤지만 실패. 여전히 매우 높은 점도의 크림이 만들어졌다. 정량을 넣었을 때보다 약간 점도가 낮은 기분은 들었지만 확실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시 원인을 찾던 중 온도에 생각이 미쳐 아예 부글거리며 끓을 때까지 전자레인지에 돌려봤다. 그랬더니 식고 나서 크림이 아니라 거의 물같은 수준으로 점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전자레인지는 온도를 정확히 알 수 없어서 중탕으로 작업하며 비교하기로 했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 열 전달이 잘 되도록 스테인리스 컵에 재료를 담고 스테아르산은 2%가 아닌 1%로, 온도는 최대한 70℃ 근처로 조절했고 교반 시간은 5분이다.

스테아르산 비율에 따른 점도를 대강이라도 비교하기 위해 이전과 다르게 향료와 보존제, 오일의 중량까지 물로 채워 100g을 만들었다. 즉, 오직 물과 NaOH와 유화제로써 스테아르산을 넣은것 뿐, 다른 재료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

총 세가지 상황을 준비했는데, 재료와 작업 온도를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스테아르산 1%, 75℃, 5분
  2. 스테아르산 1.5%, 75℃, 5분
  3. 스테아르산 1%, 95℃, 5분

각각의 크림/로션은 모든 재료를 한번에 넣고 재료를 담은 컵을 뜨거운 물에 넣은 뒤 온도계를 꽂아 원하는 온도가 되면 타이머를 켜고 저었다.

그 후 찬물로 가능한 빠르게 식힌 뒤 플라스틱 컵에 옮겨 담고 방안에 방치, 마지막 컵을 갖다 놓은 뒤 1시간 후 확인했다. 실내 기온은 약 13~15℃ 정도였다.

다만 마지막 3번의 경우 아무리 가스불을 세게 틀어도 컵 안의 재료가 100℃까지 올라가지 않아 95℃에서 작업했는데, 대신 끝날 때까지 온도계의 눈금이 95아래로 내려가지는 않았다. 정말로 100℃를 찍으려면 일반 가정에서는 아무래도 전자레인지 밖에 없을 듯.

만들어진 크림/로션의 형태는 다음과 같다.

  1. 평범한 크림. 막대로 들어올리면 반고체 형태로 붙어있고 컵 안의 크림은 막대가 빠져나온 부분이 약간 뾰족하게 산처럼 솟아있다. 덩어리 같지는 않지만 컵을 기울이면 전체가 흘러나온다.
  2. 젤리. 완벽하게 식히면서 젓지 않아서 그런지 약간 단단한 젤리처럼 굳어있었다. 막대로 저으며 잘게 부수면 떡진 크림같은 느낌도 든다. 컵을 기울여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만 부수고 마구 휘저은 후 나중에 확인하니 물인지 글리세린인지 투명한 액체가 아주 조금이지만 나와있었다.
  3. 다소 뻑뻑한 밀가루풀 혹은 죽인데 쌀알 형태가 하나도 안 남은 죽 비슷한 모양. 1번과 비교하면 확실히 무르긴 하지만 천지차이 수준은 아니다.

3번의 경우 온도를 많이 올릴 수 없어서 그럴 수도 있기에 다시 전자레인지에서 확실히 끓을 때까지 약 1분10초 가열하고 다시 식혀 보았다. 방 안에 컵을 놔두면서 가끔씩 저으며 30분 뒤 확인했는데 훨씬 더 묽어졌다.

들어올리면 주르륵 흐르고 컵 안의 크림/로션은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다. 끈적하긴 해도 아직은 액체라는 느낌인데, 여기에 포도씨유 6g을 넣고 살짝 가열한 다음 섞어 보았다. 이 때 컵 안의 내용물은 약 86g이었고 포도씨유 6g를 더해 92g이 되었으니 스테아르산의 비율은 대략 1.09%, 포도씨유는 6.5%인 셈.

가열은 30초 + 20초. 온도는 온도계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얇은 플라스틱 컵을 손으로 쥐기 불편함이 없었으니 80℃를 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것을 약 1~2분 저어서 잘 섞은 뒤 찬물에 컵을 담궈 빠르게 식히고, 다시 실외에 15분 정도 놔둬서 빠르고 차갑게 식도록 했다.

결과는 묽은~보통 로션 정도. 잘 봐주면 끈적한 로션? 전자레인지에서 끓을 때까지 가열하는 것을 여러번 반복하면 좀 더 묽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래는 스테아르산 1%만 해도 제법 크림 같은 느낌이다.

이걸 손에 발라보니 수분 함량이 높아서 마르는게 조금 느리지만 마른 뒤 손에서 끈적임은 없고 극히 미약한 유분감 같은게 있다. 그리고 기분 탓인지 뭔가 식용유 냄새가 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향료를 안 넣었더니...

결론은, 스테아르산을 유화제로 사용해서 온도를 높게 해서 크림/로션을 만들면 온도를 낮게 해서 작업한 것보다 점도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기존에 만들어 둔 실험용 핸드크림도 이런 식으로 고온과 스테아르산 첨가를 병행하니 오일이 많아 보습력(기름기)가 높으면서 점도는 비교적 낮은, 즉 로션이 만들어졌고 대략적인 비율과 느낌 몇 가지를 아래에 적는다. (이것은 전자레인지에서 살짝 끓을 때까지 돌렸다.)

총량 200g+α, 스테아르산(유화) 2g, 글리세린 10g, 포도씨유 12g에서, 크림/로션은 약 20~25℃로 식었을 경우.

스테아르산 1g: 거의 물. 점도가 아주 약간은 있어서 스킨로션이라고 할 정도.
스테아르산 2g: 아주 무른 로션. 막대에 찍어 올리면 주르륵 하는 느낌으로 빠르게 흐른다.
스테아르산 3g: 제법 끈기가 있어 본격적인 로션이라고 할만함. 막대로 찍어올리면 뚝뚝뚝하고 떨어진다.

물론 온도가 변하면 점도 역시 조금 변하긴 하는데 일반적인 온도는 대충 실내온도 정도니까 대표로 기록한 것.

 

왜 이런 현상이 있는가?

모른다. 내가 전공자가 아니라 아는 것이 없다.

다만 추측을 하자면 100℃쯤 되면 비누화된 스테아르산이 자기들끼리 달라 붙어 비교적 단단한 구조를 만들기 보단 따로 노는 성질이 되거나, 온도가 낮을 때보다 높을 때 스테아르산이 더 빠르게 반응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두번째 생각의 경우 낮은 온도로 작업할 경우 미반응 스테아르산이 남아있게 되고 결국 물과 결합할 수 있는 유화제가 아니라 오일로써 존재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만약 이 생각이 맞다면 낮은 온도에서 작업하고 점도의 대부분을 비누화한 스테아르산에 의존하는 크림/로션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도가 조금식 낮아질 것이다. 물론 NaOH와 스테아르산이 만나지 않으면 아무 반응도 없을테니 가만히 놔두면 변화는 크지 않겠지만.

그 외 스테아르산이 파괴되거나 뭔가 성질이 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스테아르산의 녹는점은 70℃지만 끓는 점은 361℃에 스테아르산 나트륨의 녹는점은 250℃ 근처다. 이정도 온도로 뭔가 문제가 생기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 참고1. 크림이 따뜻할 때 실처럼 쭉~ 늘어지며 점액질 덩어리처럼 행동하는 것도 스테아르산의 특성이다. 처음에는 포도씨유의 불포화지방산 때문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참고2. 스테아르산을 적정 농도로 사용하고 또 크림/로션이 덜 식었을 때 끈적하게 늘어지는 상황에서는 이 끈적거리는 성질 때문에 점액질 덩어리처럼 움직인다. 때문에 점도가 높다고 생각하지만 식으면서 온도가 내려가면 끈적이는 성질이 사라지면서 점도가 내려가니 주의. 물론 어느정도인가 하는 부분과 성질이 바뀌는 온도는 스테아르산의 비율에 따라 다르다.

*참고3. 스테아르산은 스테아르산이 아니다. 무슨 소리냐면 내가 사용하는 하얀 알갱이 상태의 스테아르산이 실제 지방산 분자가 아니라 일반적인 오일과 같이 지방산 3개가 글리세롤에 붙어있는 그런 형태로, 즉 스테아린으로 의심된다. 판매처에서는 스테아린''이라고 적어놔서 지방산 형태의 스테아르산인줄 알았는데 어째 물에 안 녹더라...

* 참고4. 다른 유화제 부분 말고 오일 부분에 스테아르산만 사용하여 핸드크림을 만드니 마르고 나서 손이 완전 뻑뻑해서 도저히 쓸 수 없었다. 물론 비율 등에 따라 차이는 있을 것이다.

추가 실험: 전자레인지에서 가열.

위 항목에서 온도에 따른 점도 변화를 확인 후 다시 문제가 생겼는데, 60g이라는 적은 용량, 재료 온도를 신경쓰지 않고 중탕물만 70℃ 근처로 맞추고, 스테아르산 1%+1% 상황에서 점도가 물 같이 변하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같은 용량으로 테스트 하되, 중탕이 아닌 전자레인지에서 아예 펄펄 끓어 용기로 사용한 물컵 밖으로 넘치기 직전까지 가열하는 방식으로 시험해 봤더니 오일로써의 역할을 기대한 스테아르산이 일정량 이하에서 점도를 크게 낮추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이전의 추가 실험에서 의심했던 소량의 스테아르산 문제였는데 중탕에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온도가 충분히 오르지 않았지 때문으로 보인다.

총량 60g을 정하고 거기에 따른 재료 중 일부만 투입해서 만들었는데, 보존제나 오일은 빼고 물, NaOH, 스테아르산만 사용했다. 다음은 유화제로 사용된 스테아르산과 오일로써 사용된 스테아르산의 계획된 전체 용량에 대한 비율과 점도의 순서다.

1%+2% > 1%+0% > 1%+1% > 1%+0.5%

이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소량의 비누화하지 않은 스테아르산은 비누화한 스테아르산의 점도를 크게 낮추는 성향이 있었다.

다음 구분선 아래의 내용은 작업중 스마트폰에서 메모한 것인데 귀찮으니 정리는 하지 않고 그냥 통째로 옮겨 놓는다.


1번 컵.

2020.12.16 16:30

물44.6g + 1%NaOH 8.6g + 스테아르산 0.6+0.6g. 합계 54.4그램.

30+10+20+20초. 부글거리며 끓어서 넘치기 직전.

차가워져도 역시 물 비슷한, 스킨로션 정도의 점도. 끈적한 느낌은 일절 없다.

 

18:00

물 3그램 보충, 스테아르산 0.6그램 추가 후 약1분 가열. 총량 55그램.

약간 식었지만 체감 약 60도의 뜨거운 상태에서 스테아르산 추가 전의 차가운 상태랑 비슷한 점도. 색도 약간 더 하얀 느낌.

체감 약 40~50도에서 점도 소폭 상승. 하얀 알갱이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덜 녹은 스테아르산이 있는 듯.

체감 35~40도에서 점도 꽤 증가. 온도가 조금 더 내려가니 죽 같은 형태가 됨. 다시 가열.

체감 약 40도 이상으로 김이 나는 상태에서 끈적한 로션과 크림의 중간, 둥근 스테인리스 막대에 찍어 올리면 떨어지긴 하지만 상당히 느리게 떨어지며 막대에는 다소 두껍게 묻어 있다. 비누로 치면 상당히 두꺼운 트레이스인데 컵을 기울이면 약간 느리게 흐른다.

아직도 흰 알갱이가 보이고 혹시 젤리화 되는지 방치 중. -> 완전히 식은 뒤에는 표면이 극히 미세하게 젤리화 된 것 같지만 부드러운 크림 상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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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컵.

2020.12.16 17:00

45.2g + 8.6g + 0.6g 합계 54.4그램.

58초. 부글거리며 끓어서 넘치기 직전.

따뜻할 때는 점도가 낮다. 식으면서 점도가 오르는데 체감 35°c에서 물 같기도 하고 묽은 풀 같기도 한 상태며 거기서 아주 약간 더 식으니 끈적함이 생기며 확실히 (묽은)풀 같아 졌다.

체감 20도에서는 큰 변화는 없지만 확실한 끈적함과 찰랑거리긴 해도 눈에 띄는 점도로 인해 로션으로 사용하면 딱 좋을 듯.

더 식어도 그다지 변화는 없음. 컵 안에서 빠르게 휘저으면 전체가 움직이는 듯한 모양이 보인다.

 

18:00

스테아르산 0.3그램 추가 후 약 1분 가열. 총량 54.7그램.

체감 20도까지 내려가도 물 같은 형태. 1% + 1% 조건보다 훨씬 무르다. 점도가 아예 없는 물 같은 느낌이다.

완전히 식은 뒤에도 역시 물과 비슷. 점도는 아예 없거나 거의 없어 보인다. 그리고 온도가 높을 때는 보이지 않던 하얀 알갱이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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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에 두 컵을 한번에 넣고 30초 가열 10초 휴식을 네번 반복. 세번째와 네번째는 1번 컵의 끓어 넘치는 문제로 실제 가열 시간은 상당히 짧다.

두 컵 모두 점도가 높아졌는데 수분 증발 때문일 확률이 높아보이고 메모 작성 때문에 잠시 방치했더니 표면이 좀 덩어리지게 되었다.

1번 컵은 아주 뜨거울 때는 잠깐만 방치해도 표면이 굳던데 체감 약 40~50도에서는 쉽게 굳지 않는다. 매우 훌륭한 크림 상태로 내용물은 45.9그램이다.

2번 컵도 처음에 막이 생긴 것을 제외하면 따뜻할 때 잠시 방치해도 별 문제 없음. 내용물은 46.3그램이다.

물을 보충할 때 컵의 중량 12.5그램을 제외하면 보충량은 1번 컵은 약 9.1그램, 2번 컵은 약 8.4그램이 되어야한다.

 

아직 따듯할 때 수분 보충 후.

2번 컵은 여전히 물 같고 1번 컵은 찬물이라 그런지 크림이 잘 풀리지 않는다.

1번 컵을 시간을 들여 천천히 풀어주니 점도는 매우 낮아져 묽은 로션 정도가 되었다. 들어올리면 빠르게 뚝뚝뚝 떨어지지만 (스테인리스) 막대 표면에는 제법 오랫동안 묻어 있다.

두 컵이 미지근해서 전자레인지에서 10초 돌린 후. 2번 컵은 변화 없으나 1번 컵은 식으면서 점도가 약간 오르는 듯 함.

1번 컵, 체감 25도 쯤에서 약간 더 끈적해져서 무르지만 제법 로션 같음. 휘저을 때도 약간의 묵직함과 점도가 보임.

좀 더 식어도 점도가 오르지는 않는다. (54.7그램)

 

1번 컵 추가 30초 가열 직후. (54.3그램)

살짝 식은 체감 50~70도 영역에서 점도가 소폭 증가한 듯.

컵을 쥐었을 때 따뜻한 정도에서 확실히 점도가 올라서 밀가루 풀 같은 모양. 대략 40~50도로 생각. (54그램)

체감 20도 이하로 차가운 손가락에 아주 미약한 온기가 있는듯 없는 듯한 상태에서는 점도가 소폭 올라 뻑뻑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크림은 아니고 로션이라고 부를만한 수준이다. 막대로 찍어 올렸을 때 다소 느리게 뚝 뚝 떨어지며 떨어지는 방울의 크기도 물에 비해 크다. (53.3그램)

여기에 글리세린 3그램, 포도씨유 4g을 추가하고 물 1.7그램을 보충한 뒤 잘 젓고 나서 전자레인지에서 30초 돌렸는데, 전자레인지에서 가열하기 전에는 점도가 매우 낮으며 위쪽에 포도씨유가 하나도 섞이지 않은 채 둥둥 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전자레인지에 가열해도 기름이 섞이지 않는 모습이 여전해서 끓어 오를 때까지 가열했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막대로 제법 강하게 오래 휘저으니 온도가 내려가면서 섞이긴 하지만 불빛에 비춰보면 한 방울씩 기름이 떠 있는게 보인다.

아마 유화제에 비해 기름이 너무 많은 것도 있겠으며, 내부의 입자들이 균일하게 섞이는게 아니라 각자 잘 달라붙는 입자가 따로 있고 비누화된 스테아르산과 그렇지 않은 스테아르산이 다른 오일보다 우선적으로 달라 붙어 버리는 듯.

식은 뒤 점도를 보면 제법 점도가 있는 로션으로 좀 더 뻑뻑해지면 크림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한 수준. 즉, 전과 거의 비슷하거나 똑같다.

이 점도 관련 실험은 여기서 종료.

스테아르산 핸드크림의 결론.

핸드크림, 그럭저럭 쓸만하게 만들어진다. 하지만 굳이 스테아르산 만을 이용해서 크림을 만들 필요는 없다.

유화능력 좋고 가격도 비싸지 않은 좋은 제품이 널려있는데 뭐하러 굳이 이런 제품을 만들겠나. 그냥 재미로, 혹은 재료 사기 귀찮을 때 임시 방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널리 알려진 로션/크림 제법 외에 이런 방법도 있다는 정도일 뿐.

하지만 나는 청개구리 성향이 발동했으니 스테아르산 외에 다른 지방산으로도 로션과 크림을 만들어봐야 겠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나중에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