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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로 비누 만들기 1-5 (콩기름, 미니드릴[지속-펄스-버스트])

2020. 4. 16. solo

비누를 섞을 도구 찾기

화장품용 미니블렌더나 우유거품기 등은 비누 한개 분량을 만들 때 출력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내구성(수명)과 단기적인 내구성(과열)이 별로 좋지 못할 것이 뻔히 보인다.

그냥 겉으로만 봐도 뻔하긴 했지만 화장품 미니블렌더의 회전 방향을 바꾸기 위해 내부를 뜯어보니 사용된 모터가 매우 작고 거기에 저가형으로 모터 뒤쪽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고나서 예상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잠깐씩 사용하는거라면 문제 없이 오래 쓸 수 있을지 몰라도 비누교반처럼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을 하다보면 언제 퍼질지 모르는 문제라 다른 도구를 찾기로 했다.

요리용 블렌더를 쓰면 간단한데 블렌더는 힘은 확실하지만 소음 때문에 제한이 있고 소용량의 비누를 만들 때는 적합하지 않아서 이것저것 뒤적거리던 중 오래전에 사 놓은 미니드릴이 있어서 그걸 쓰기로 했다.


비누 교반에 사용한 미니드릴

팔콘 미니드릴. 12v 16000RPM.

전동 조각기를 살 때 번들로 끼워준 물건이 하나(팔콘), 다른 용도로 따로 구매했던게 하나(동성) 총합 두개인데 둘 다 크기도 작고 소음도 별것 아니라 이걸 쓰기로 결정. 둘 중 사용할 것은 팔콘의 미니드릴이다.

드릴에 끼울 팁은 우유거품기의 예비용 날을 사용하기로 했다. 마침 콜렛척이 맞는게 두개나 있어서 다행이었다. 우유거품기도 애초에 두개나 사서 다행이다. 거품기 날만 4개가 있으니 걱정 없이 마구 쓸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미니드릴의 회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12v에서 16000RPM... 장난 아니다. 물론 무부하 상태의 RPM이겠지만 그래도 작은 비누 한두개를 만들 때는 과하다.

우유거품기의 날을 끼우고 테스트 하니 1리터 정도의 물도 순식간에 소용돌이를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소용돌이 중간이 비어버려 공회전을 한다. 부아아앙~ 하는 소음과 진동은 덤.

전원 어댑터를 12V를 쓰지않고 5V짜리 어댑터를 찾아서 연결했더니[각주:1] 회전속도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300~400ml의 물 정도는 순식간에 소용돌이를 만든다. 거기에 물이 그릇의 절반이 안되게 담겼는데도 회전하면 넘치기 직전 높이까지 올라간다.

식용유는 물보다 점성이 크니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위험하겠다 싶어서 약 250ml용량의 컵에 물을 100ml담고 돌려보니 역시나... 까딱 잘못하면 방에다 기름 칠갑을 하게 생겼다. (⊙_⊙)

그래서 소용량의 비누를 섞을 때는 미니 블렌더로 5분~10분정도 섞어준 뒤 점성이 좀 생기면 미니드릴을 사용하기로 했다.

총 작업시간은 1시간, 미니드릴도 과열의 위험이 있으니 10분 미니드릴 + 10분 수작업을 반복할 예정이다. 수작업 도구는 실리콘 주걱에서 실리콘을 빼고 막대 부분을 사용한다.

비누의 초기 용량은 100g, 재료비는 여태까지 만든 비누들과 같은데, 수산화나트륨 : 물 : 식용유(백설콩기름) = 1 : 2 : 7의 비율이고 물은 차가운 수돗물을 사용, 식용유는 데우지 않고 수산화나트륨 용액은 뿌연 것만 가라앉으면 식기 전에 바로 사용한다.

1. 미니드릴(5v) 1시간 작업 (1번 비누)

2020.04.16 PM10:30 (제작)

식용유에 Lye잿물, 고농도의 수산화나트륨 용액.를 붓고 미니블렌더를 2분 정도 돌린 후 상태를 보니 드릴을 바로 써도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미니드릴로 비누액을 교반하니 생각보다 얌전하게 돌아갔는데 그래도 회전 속도가 빨라서 거품기 날의 위치를 잘못 잡으면 부글거리며 기포가 엄청나게 들어갔다.

위치를 잘 잡고 타이머가 끝날때까지 미니드릴로 작업했고 발열이 심하지 않아서 주걱은 사용하지 않았다. 중간 중간 비누액(반죽)의 상태를 확인한다고 잠시 드릴을 끈 시간이 몇번 있지만 짧은 시간이라 1시간 내내 돌렸다고 해도 무리는 없을것 같다.

혹시 드릴을 사용해서 교반하면 트레이스가 생길까 기대를 했었는데 트레이스는 생기지 않았고 비누 반죽의 끈적함은 미니블렌더를 사용한 비누제작의 1번 비누와 비슷한 느낌이다. 오히려 물렁하면 물렁하지 더 끈적하지는 않을것 같다.

이번에는 특이사항이 하나 있는데 모터의 열이 전달되어서 그런지 비누 반죽이 마지막까지 약간 따뜻한 온도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이게 비누 경화에 영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교반 후 비누틀에 붓는 모습.

2020.04.17 AM10:30 (12시간)

1번 비누 12시간 후.

비누 표면의 물기가 줄어들었고 미세 요철 없이 매끈한 표면이고 마지막에 떨어뜨린 방울이 흔적으로 남아있다. 미니블렌더 1번 비누와 비슷한 상황.

2020.04.17 PM10:30 (24시간)

24시간째. 표면은 물기가 거의 없어 보이는데 비누틀을 눌러보면 힘 없이 안으로 들어간다. 드릴로 교반해도 하루만에는 굳지 않는 모양.

2020.04.18 PM01:00 (38.5시간)

물기가 보이지 않고 비누가 좀 단단해 보여서 틀에서 꺼내려고 했는데 가장자리가 갈라진다. 억지로 꺼내려면 꺼낼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비누 1-4의 3번 비누처럼 될 것 같아서 좀 더 기다리기로 했다.

2020.04.18 PM10:30 (48시간)

틀에서 꺼낸 1번 비누.

비누를 붓고 이틀째에 틀에서 꺼냈다. 낮에 잠시 살펴본다고 건드리다 뜯어진 부분을 제외하고는 깔끔하게 떨어졌고 비누 자체도 좀 단단하다. 1-4의 1번 비누와 비슷한 정도로 보인다.

표면의 촉감은 좀 끈적거리는 느낌인데 덜말랐다는 느낌은 아니고 뭔가 기름 혹은 글리세린으로 비누 표면이 젖어있는 그런 느낌이다. 여태까지 만든 비누를 생각하면 2~3일 말리면 없어질 것이다.

2. 미니드릴(5v) 2분 + 주걱 3분 반복, 총합 30분 (2번 비누)

2020.04.18 PM10:00 (제작)

2번 비누는 교반 시간 및 패턴을 변경 했다. 식용유 및 가성소다, 물 비율은 똑같다.

미니드릴 2분 교반 후 실리콘 팁을 제거한 주걱[각주:2] 3분을 반복하여 총 교반시간 30분으로 작업했다.

원래 1시간 동안 작업하려고 했는데 지겨워진 것도 있고 1시간 작업하나 10분 남짓 작업하나 겉보기엔 똑같아 보여서 고민하다 30분째에 작업을 그만뒀다.

교반을 짧게해서 경화 시간이 더 오래걸릴수도 있겠지만 여태까지의 결과를 보면 비누 자체는 문제 없이 만들어질 것이다.

2번 비누를 실리콘 틀에 붓는 중.

2020.04.19 PM12:00 (14시간)

비누의 물기가 줄어들어 표면의 요철이 드러나 있는데 아직은 굳지 않았고 반죽상태다.

2020.04.19 PM09:00 (23시간)

표면은 물기가 거의 보이지 않아서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 하지만 아직은 비누틀의 옆구리를 누르면 표면으로 물기가 올라오는 반죽같은 느낌이다.

2020.04.20 AM10:00 (36시간)

2번 비누를 틀에서 분리. 오전 10시 10분 경에 분리했지만 그정도 시간 차이는 대충 통합.

이 비누도 여태까지의 다른 비누들보다 경화 시간이 빠른데 꺼낼 때 가장자리의 솟은 부분을 제외하면 비누가 망가지지도 않고 손에 묻어나지도 않았다. 표면이 좀 축축한-촉촉한 느낌은 있었지만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고 비누를 꺼내면서 손으로 느껴지는 단단함도 1번 비누와 비슷했다.

여태까지의 비누 제작 결과를 생각하면 결국 교반 시간을 길게 해도 그다지 메리트가 없고 오히려 비누가 틀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 결국 적당히 교반하는 것이 좋다는 뜻인데 재료마다, 상황마다 전부 그 정도가 다를테니 교반 시간을 정해놓고 작업하기 보다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끼며 적당히 만드는게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0.04.21 PM10:00

표면으로 배어나온 글리세린이 말라붙은 뒤. 비누에 백태가 끼어있다.

2번 비누에 내가 확인하지 못한 사이에 글리세린 강 현상이 발생했는지 표면에 하얀 가루가 얇게 덮였다.(백태) 하지만 이 비누의 경우 세로로 세워 놓았음에도 글리세린이 모여서 흐른 자국은 없고 상당히 균일한 모습인 것으로 보아 표면에 맺힌 글리세린 방울들은 안경에 서린 김처럼 아주 미세한 크기였을 것이라 생각된다.

사진에서 비누 위쪽 부분의 번호나 손가락 자국에는 이런 백태가 없는 것을 보면 비누 내부에서 글리세린이 배어나온 것이 아니라 표면 근처에 있던 글리세린으로 인한 현상 같다.

그리고 이렇게 균일한 표면을 보면 "글리세린 강"이라는 표현이 안맞는것 같지만 다들 그렇게 부르는것 같고 무엇보다 정도의 차이일 뿐 같은 현상이니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

정확한 발생 시간은 모르겠지만 비누 상태를 확인한 현재 시간은 틀에서 꺼낸지 36시간, 처음 비누를 틀에 부었을 때부터는 72시간이다.

3. 미니드릴(5v) 2분 + 주걱 1분 (3번 비누)

2번 비누를 만들 때 첫번째 미니드릴 교반 작업 중 비누 반죽 안에 이상한 모양이 보였다. 자잘한 알갱이들이 떠다니는 모습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비누반죽(액)이 작은 알갱이 형태로 뭉쳐서 떠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이거 혹시?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서 새로운 비누를 만들었는데 여태까지와는 다른 특이한 점이 있었다. 좀 더 정확히는 보고도 무시하고 지나갔기 때문이지만 아무튼 새로운 발견이다.

어떤거냐면 미니드릴로 딱 2분만 돌리고 비누 반죽을 잠시 방치하면 굉장히 점도가 높아진다는 것. 물론 트레이스가 생길 정도는 아니고 위쪽에 덜 섞인 식용유 일부가 둥둥 떠다니긴 한다.


이 상태에서 혹시 더 뻑뻑해질까 싶어 주걱으로 1분간 저어봤는데 천천히 저었음에도 점점 점도가 낮아졌다. 나중에 다른 작업 패턴도 시험해 봐야겠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상을 해보면 아마 비누화 반응이 완료되기 전에는 비누 반죽의 입자들이 굉장히 결합력이 약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주걱으로 직접 저으면 거기에 많은 양의 비누가 부딫혀서 깨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미니드릴로 작업했을 때는 드릴에 장착된 거품기 날에 실제로 부딫히는 입자는 적고 비누 입자를 통한 간접적인 운동의 전달이라 덜 깨지는 것이고.

그렇다면 미니 드릴로 오랫동안 작업하면 점도가 낮아지는 이유는 뭘까? 작은 충격도 많이 쌓이면 누적량이 많아져서 결합이 약해지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거품기 날에 직접 부딫히는 비누 입자가 많아서 그런걸까?

어쩌면 Lye와 식용유가 섞이면서 점도가 상승 곡선을 그리는데 충격을 받으면 서로 떨어져 점도가 낮아지고 한번 떨어진 입자들이 다시 결합을 하려면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는 그런 상황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최초 결합 속도와 분리 후 재결합 속도에 차이가 있다는 것.

그런데 드릴이나 블렌더를 사용한 경우는 그렇다치고 수작업을 할 때, 특히 아주 천천히 저었는데도 점도가 낮아지는건 대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현상들을 생각했을 때 어떻게 보면 "반드시 한 방향으로만 저어라"라는 말을 나름 이해 할 수도 있겠다. 방향을 왔다갔다 하며 저으면 거품이 생기기도 쉽고 한쪽으로 젓다가 반대 방향으로 저을 때 관성 때문에 잠시 동안 큰 힘을 받게 되는 문제도 있을테니까. 하지만 한 방향으로 저을 때 이미 점도가 확 내려가는 것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은것 같다.

음... 아무튼 주걱으로 저어서 점도가 낮아지긴 했지만 꽤 높은 점도 상태에서 틀에 부었는데 경화시간이 어떨지 모르겠다.

2020.04.18 PM10:30 (제작)

3번 비누 제작.

식용유 + Lye 젓지 않은 상태. 우측 상단의 조명 모양을 아래 사진과 비교하면 비누의 상태 차이를 알 수 있다.


식용유 + Lye. 미니드릴 2분 작업 후. 표면이 완전한 액체상태면 조명의 반사가 선명한 모양으로 보였을 것이다.



기름이 떠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차이가 보인다.


2020.04.19 PM12:00 (14.5시간)

표면의 물기가 아주 적어보인다. 비슷한 시간에 먼저 만든 2번 비누보다 더 물기가 적고 아주 살짝 단단한 듯. 하지만 역시 고체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 약간 뻑뻑한 반죽 정도?

표면 요철의 모양을 보면 처음 틀에 부을 때 기름이 떠 있다고 생각한 것이 기름이 아니라 빠르게 비누화된 알갱이일 수도 있겠다.

2020.04.19 PM09:00 (22.5시간)

비누가 꽤 굳어서 이제 고체라고 불러 줄 정도는 된다. 하지만 옆구리를 눌러보면 비누 가장자리 부분이 안으로 밀려드는 상태라 틀에서 분리할 수는 없어 보인다.

아직 경화 속도를 말할 수준은 아닌것 같지만 체감상으로는 이전에 만든 비누 중 48시간만에 틀에서 분리했던 비누들과 비슷하거나 살짝 빠른 느낌이다.

2020.04.20 AM01:00 (26.5시간)

3번 비누 틀에서 분리됨.

얼마나 굳었는지 대강 확인하려고 옆구리를 살짝 눌러보니 제법 단단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비누틀을 제껴봤더니 아주 깔끔하게 분리되고 비누 가장자리가 뜯어지는 일도 없길래 송곳으로 번호를 새겼는데 이번에는 또 푹 하고 송곳이 들어가는게 좀 무른 느낌이었다.

그래도 가장자리가 잘 떨어졌으니 틀에서 꺼낼 수는 있겠지하고 분리했는데 비누의 뒷면 모서리가 찌그러지고 또 손에 비누가 묻어난다. 거기에 윗면의 아래쪽은 비누가 크게 떨어져나왔다.

비누의 손상이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틀에서 분리될 정도로 빠르게 굳은 것은 처음. 하루 반도 안되서 꺼낼 수 있었다.


비누 1-5-3. 표면에 새겨져있는 번호는 실수로 잘못 새긴 것이다.

음... 하다못해 36시간째에 꺼내볼 걸 그래도 좀 일렀나 보다.

아무튼 이 비누는 교반시간이 상당히 짧았으니 약 1주일 후 pH테스트를 해 봐야겠는데 사진 앞쪽에 보이는 떨어져 나온 비누 부분으로 손을 씻어보니 비누화도 거의 끝난 느낌이다.

비누화가 덜 끝난 것으로 손을 씻어보면 손바닥과 손가락이 쭈글거리고 약간 저릿한 혹은 조여드는 느낌과 함께 완전히 헹궈낸 다음에도 특유의 자극적인 느낌이 잠깐 남는다. 거기에 피부가 굉장히 땡기는 느낌도 같이 있고.

덜 반응한 수산화나트륨 때문에 그런건데 이번 비누는 그런 부분이 거의 없었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손발에 사용할 거라면 무시해도 될 정도다.

음... 2번 비누까지 분리하고 나면 미니드릴을 펄스와 버스트 패턴으로 테스트를 좀 해 봐야겠다.

2020.04.20 PM01:00

틀에서 꺼내 12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보다 늦게 꺼낸 2번 비누보다 더 표면이 축축하고 무르다. 교반 시간이 너무 짧았나?

2020.04.20 PM09:00 (Glycerin Rivers 발생)

틀에서 분리 후 20시간.

좀 더 단단해지긴 했지만 아직 다소 무른 감이 있어서 가장자리 부분은 잘 부서진다. 그리고 비누 표면에 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오는 글리세린 강(Glycerin Rivers) 현상이 생겼다. 이 현상이 생기면 표면의 액체가 마른 후 그 자리는 하얀 결정(Na2CO3)으로 덮힌다.

글리세린 강 현상은 CP비누가 너무 온도가 높거나, 만들 때 물이 많았거나, 트레이스가 너무 얇을 때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그리고 내 경험을 추가하면 트레이스가 없었더라도 교반이 충분히 되었다면 발생하지 않았다. 애초에 내가 만든 식용유 비누 중 트레이스가 제대로 난 것은 하나도 없었으니...

같은 재료, 같은 비율, 비슷한 온도로 작업한 비누라도 점성과는 별개로 교반 시간 및 강도에 따라 어떤것은 글리세린 강이 생겼고 어떤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미니블렌더나 드릴을 사용해서 충분히 저어준 비누는 멀쩡했고 수작업을 주로 한 비누에서는 생겼는데 그 중에서도 느리게 저은 비누일수록, 교반 도구가 가느다란 막대 형상에 가까울 수록 더 잘 생겼다. 1-1, 1-3, 1-4-2, 1-4-3 같은 비누들.[각주:3]

특히 1-4-2는 주걱으로 천천히, 1-4-3 비누는 주걱으로 힘차고 빠르게 저은 비누인데 둘 중 1-4-2 비누가 더 심한 글리세린 강이 생겨서 표면의 하얀 점이 많고 더 크다.

수작업으로 교반한 비누 중 1-2 비누는 글리세린 강이 생기지 않았는데 재작업을 하면서 고온에서 장시간 충분히 교반한 것 때문에 그런것 같다.

작업시간이 긴 비누에서 글리세린 강이 생기지 않은 것을 시간이 지나 비누액(반죽)의 온도가 내려가서(식어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틀에 붓기전까지 따뜻함을 유지하던 1-5-1 비누와 아예 고온에서 중탕하며 교반하고 뜨거울 때 틀에 부은 1-2비누에서 발생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식용유와 Lye 모두 상온으로 식힌 뒤 수작업을 했던 1-3 비누에서 글리세린 강이 매우 심하게 발생한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차라리 안팎의 온도차가 크면 쉽게 생긴다고 보는게 더 나을것 같다.

그 외에는 수산화나트륨 비율이 너무 높아도 생긴다고 볼 수 있겠다. 1-3 비누는 두개 모두 거의 같은 작업 과정을 거쳤지만[각주:4] 둘 중 식용유 양이 더 적은 1-3-2 비누가 더 두껍고 빈틈없는 흰색 층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글리세린 강의 문제는 보기에만 좋지 않을 뿐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서 그냥 사용해도 문제 없지만 그래도 거슬린다면 표면의 투명한 액체(글리세린)이 마르기 전에 닦아내면 마른 후에도 눈에 띄지 않는다.

2020.04.21 AM03:00

틀에서 분리한지 26시간.

이제 3번 비누는 만져도 모양이 변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 손에 묻어나지도 않으며 표면은 건조한 느낌이다.

어제 밤에 발생한 글리세린 강은 비누가 제대로 굳기 전의 신호였나 보다. 내부에서 막판으로 빠르게 비누화가 진행되면서 열이 발생했고 그 열로 인해 글리세린 강 현상에 취약한 상태의 비누는 표면으로 글리세린이 밀려나오거나 해서 방울져 맺히는 것이라 생각된다.

현재는 제작 시점부터 보면 52.5시간으로 2일 4시간 30분인데 계속 들여다보고 있던게 아니라 정확히 언제 이정도의 굳기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4. 미니드릴(5v) 펄스-버스트 구동 비누 교반 테스트

특별한 차이점이 없었다.

펄스 구동은 스위치를 껐다켰다 하면 수동으로 했는데 3초 가동 3초 휴식, 5초 가동 5초 휴식, 10초 가동, 5초 휴식 이런 식으로 펄스 구동을 한 경우도 있었고 혹은 조금 길게 1분 단위로 드릴을 가동하고 몇초 쉬는 식으로 버스트 구동을 하기도 했다.[각주:5]

이렇게 대충 랜덤하게 드릴을 동작시켰고 펄스와 버스트 모두 총 교반 시간은 10분으로 타이머를 맞춘 뒤 작업했다. 그러나 작업 도중에도 그렇고 작업 후에도 그렇고 여태까지의 비누와 별로 다른 점이 없었다.

작업 과정에 실수가 있었나 싶어 2번 비누를 만들 때 본 것을 토대로 미니드릴 2분 가동 후 3분간 방치하니 컵을 흔들어보면 티가날 정도로 점도가 올랐는데 다시 3초~5초 정도 드릴을 돌리니 도루묵이 되어버린다.

다시 비누를 방치하면 점도가 오를까 싶어 뚜껑을 덮고 10분간 방치해도 점도가 그다지 오르지 않았고 그 상태에서 추가 작업으로 1분 교반 9분 방치를 두번 해봤는데 점도가 조금 오르긴 했지만 큰 변화가 없었다.

틀에 붓는 시점의 점도는 대략 막걸리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더 끈적한 수준이었고 1mm 이하의 작은 기포들은 제대로 사라지지 않는, 딱 그 정도 수준이었다.

음... 2번 비누를 만들 때 본 것은 착각인가... 조건이 잘 안맞아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그정도로 예민한 조건이면 그냥 없는셈 치는게 더 낫겠다.

그래서 이 부분은 아무 가치가 없어 보여서 기록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다음 비누를 만든다면 찾기 쉽게 비누의 번호는 4번을 건너뛰고 5번부터 시작한다.

비누 교반 중 필름의 형성

비누를 섞다보면 가끔 비누 위쪽에 필름층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 우유를 데우면 생기는 그 얇은 막 같은 느낌인데 우유처럼 한번 생기면 잘 풀리지 않고 뭉쳐있는 것은 아니고 쉽게 사라지기는 한다.

주로 발생하는 상황은 비누액(반죽)의 점도가 일정 수준 이상일 때 보이는것 같고 교반 도구의 날을 비누액의 상층부가 아닌 바닥 근처 모서리에 위치시켜 소용돌이를 최대한 약하게 만들면 잘 보인다. 비누의 흐름이 정체되어 필름이 쌓이면서 마치 주름같은 모양으로 한곳에 몰려 있는데 조금만 각도를 바꿔도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가 사라진다.

발생한 상태에서도 드릴 등을 멈추면 주름진 것이 펴지면서 잘 보이지 않게 되어 사진으로 남기기 힘들다.

이 현상이 점도의 증가를 불러오는 것인지 아니면 점도의 증가로 발생하는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각주:6] 이 현상이 나타난 이후로 비누를 틀에 부으면 초기 반응이 빠르게 진행된다.

전체 비누화 과정은 식용유만 사용한 비누라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필름이 나타나면 속도가 빨라지는건지 어떤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틀에 부어놓으면 몇시간 지나지 않아서 표면의 물기가 사라지고 광택이 나는 표면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보였다.

이렇게 표면의 물기가 빨리 줄어드는 것은 소금을 첨가제로 넣기 위해 25% 농도의 소금물을 추가했을 때도 같았다.

아직은 정확한 원인과 결과를 모르니 그냥 이런 일이 있다고 참고만 할 것.


교반 시간과 글리세린 강

백태, 그러니까 글리세린 강의 발생 조건 중 3번 비누에서 교반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가 있다고 했는데 교반 시간의 변경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 2분~30분까지 교반 시간을 바꿔보며 테스트 해 보려고 했으나 동시 진행이 안되는 관계로 포기했다.

대신 2분30초 교반 후 즉시 틀에 부은 비누의 경우 틀에서 분리하고 나서 약 10시간 후 비누 표면에 글리세린이 솟아 나왔으나 그 양이 적어 백태가 표면을 뒤덮지는 않았고 얼핏 보면 잘 모를 정도로 적게 발생했다.[각주:7]

그러면 약 3분~5분 정도의 교반시간이라면 눈으로 봐서 문제가 없을 정도는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교반 도구는 정격이 12v 500mA, 16000RPM(12v)인 팔콘 미니드릴을 5v 보조 배터리에 연결하여 사용했고 팁 부분은 건전지를 넣어 쓰는 미니 우유거품기의 날을 사용했다. 우유거품기의 날은 스프링이 원형으로 한바퀴 감겨있는 모양의 제일 흔한 형태의 것이다.

이 테스트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다시 해 보기로 하고 일단은 여기서 중단한다.


  1. 보조 배터리도 사용 가능. [본문으로]
  2. 폭 2cm 정도. [본문으로]
  3. 1-5-2처럼 드릴을 사용했더라도 교반이 충분하지 못하면 생긴다. [본문으로]
  4. 1-3-1은 미니블렌더 10분 + 수작업 30분, 1-3-2는 미니블렌더 5분 + 수작업 35분. 1-3-2번 비누가 총 중량이 적어서 블렌더 사용시간을 줄였다. [본문으로]
  5. 편의 상으로 구분한 것. 정확한 구분법은 아니다. [본문으로]
  6. 아마 후자의 경우로 보인다. [본문으로]
  7. 그런데 교반 시간이 너무 짧으면 초기 반응은 빨라보이지만 실제 경화시간은 더 오래걸려서 틀에서 꺼낼 때 뭉개지기도 한다. 적당한 수준의 교반시간이 필요한데 체감상으로는 아마 최소한으로 5분 쯤으로 예상된다. 넉넉하게 잡으면 10분 정도.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