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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로 비누 만들기 1-1 (콩기름)

2020. 4. 5. solo

집에 있던 식용유로 비누를 만들었다. 미용 비누는 아니고 가장 기본적인 빨래비누인데 예전에는 재활용 비누 혹은 재생 비누 이런식으로 불리기도 했다.

주로 쓰고 남은 식용유나 한번 사용한 폐식용유 같은걸로 만드는데, 꼭 사용했던 기름이 아니라 다소 오래된 미사용 식용유로 만들어도 된다. 식용유를 많이 샀다가 남거나 혹은 유통기한이 지나서 먹기는 좀 그렇지만 폐유 처리할 곳이 마땅치 않을 때 비누로 만들어서 써버리면 된다.

주의사항으로 만약 폐유를 써서 비누를 만든다면 찌꺼기를 잘 걸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누를 쓸 때 튀김부스러기 같은게 그대로 박혀있는 끔찍한 모습을 보게된다.

아무튼 수산화나트륨을 다룰 때 조심해야 한다는 부분과 다 섞은 비누 액을 30분~1시간동안 저어야 한다는게 좀 문제긴 한데 그 외는 특별한 게 없고, 물의 경우도 정제수가 아니면 비누화 반응이 느려진다고 하고 색이 검게 변할수도 있다고 하던데 반응 속도는 몰라도 색은 아무 문제 없었다.

 

안전 사고 주의

수산화나트륨을 녹일 때는 반드시 지켜야 할 주의사항이 있는데 피부, 안구 및 호흡기 손상을 원하는게 아니면 지키는게 좋다.

  • 반드시 물에 수산화나트륨을 넣는다. 그렇지 않으면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사방으로 튈 수 있다.
  • 수산화나트륨이 녹을 때는 많은 열이 발생하므로 가급적 조금씩 나눠서 찬물에 녹인다.
  • 알루미늄 통은 쓰면 안된다. 수산화나트륨은 알루미늄을 아주 빠르게 부식시키기 때문에 녹아서 구멍이 뚫린다. 큰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절대 금지.
  • 가능하면 라텍스 장갑을 끼고 보안경을 착용한다.
  • 환기를 철처히 하며 가능하면 실외에서 섞는다.
  • 수산화나트륨 용액에서 올라오는 증기는 들이마시거나 눈에 닿지 않게 한다.
  • 수산화나트륨 가루가 피부에 묻었을 경우 바로 물에 씻지 말고 일단 털어낸 후 대량의 물로 씻고, 액체일 경우 즉시 씻는다.

 

재료 및 만드는 방법

비누를 만드는 방법은 엄청 간단하다. 물, 수산화나트륨(NaOH=가성소다), 식용유를 섞으면 끝.

재료 비율은 식용유7, 물2, 수산화나트륨1.

내가 사용한 식용유는 오뚜기 콩기름인데 원래는 대두유의 비누화값이 0.135~0.137이라 거기 맞춰야 하지만 미용목적이 아니라 대충 정했다.

만드는 방법은 설명하기가 힘들 정도로 간단하지만 이걸 다시 한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비누의 양은 계산하기 쉽게 건조 전 중량 100g을 기준으로 한다.

  1. 물 20g에 수산화나트륨(가성소다) 10g를 완전히 녹인다.
  2. 식용유 70g을 그릇에 담고 필요하면 따뜻하게 데운다.
  3. 녹인 수산화나트륨 용액(lye)을 식용유에 전부 붓는다.
  4. 막대로 30분 ~ 1시간 젓는다.
  5. 비누가 점성을 갖고 뻑뻑해지면 틀에 담는다.
  6. 적당히 굳으면 틀에서 꺼내 자른다.
  7. 바람이 통하는 곳에서 한달간 건조시킨 뒤 사용한다.

이 중 위험한 것은 수산화나트륨을 다루는 부분이고 힘든 부분은 비누를 틀에 붓기 전 저어 주는 부분이다.

그런데 100g의 소용량으로 만들 경우 빨리 식어버려서 그런지 아니면 종이컵에다 섞어서 입구가 좁아 건조가 느린건지 비누를 열심히 저어도 뻑뻑한 점성을 갖는게 쉽지 않았다.

형태가 떠먹는 요구르트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사용한 식용유의 특성 문제도 있겠지만 어쨌든 점성이 빠르게 올라오지 않아서 나는 점성과 색이 대충 막걸리 비슷하게 되면 작은 실리콘 틀에 부어 놓고 2~3일 후 꺼냈다.

 

우유갑을 사용한 비누 샘플

250ml 우유갑에 넣을 생각으로 약 250g의 비누를 만들었다. 건조 후는 물이 사라진 만큼 다소 무게가 줄어들겠지.

식용유는 중탕으로 데워서 섭씨 50도 정도로 했고 수산화나트륨을 녹인 물은 수돗물을 끓인 뒤 식혀서 사용했다.

재료 목록은 아래와 같다.

  • 수산화나트륨: 25g
  • 물: 50g
  • 식용유(콩기름): 175g

2020.04.05 AM 11:30 제작

식용유로 만들지만 나름 수제 비누다.

 

수산화나트륨 용액을 식용유에 붓고 약 10분정도 저으면 막걸리 비슷한 점도가 나온다. 이 때 틀에 부으면 48시간 후 틀에서 꺼내 자를 수 있지만 이번에는 좀 더 저어서 뻑뻑하게 만들기로 한다.

 

1시간 정도 저은 후. 점도가 대충 끈적한 요구르트 혹은 스프 정도가 되었다. 이 이상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팔꿈치가 너무 아파서 안되겠다. 아무래도 블렌더가 있어야 할 듯.

젓는 속도는 어차피 사람 손으로 빨라봐야 한계가 있으니 힘줘서 빠르게 젓지 말고 편안하게 천천히 젓되 꾸준히 젓는게 더 나은것 같다.

젓는 방향은 일정하지 않았고 왼쪽으로 돌리다가 오른쪽으로 돌리다가 그랬다. 검색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레시피는 반드시 한쪽으로만 저어야 한다고 하던데 정작 왜 그래야하는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무조건 "반드시 한 방향으로만 저어라." 이렇게 이야기 할 뿐, 이유도 없고 결과도 없었다. 식용유 분자가 우회전만 허용하고 좌회전은 거부하나?

그래서 나는 방향은 아무렇게나 했다. 대신, 기포는 최대한 안 생기게 신경써서 저었다.

 

비누를 우유갑에 붓고 굳히면 되는데 이번에는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실리콘 틀에 부었을 때는 이틀이면 조심스럽게 만지면 뭉개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내가 보유중인 수산화나트륨이 오래되어서 그런지 순도를 낮춰서 계산해야할 듯 하다. 비누화 반응 속도가 영 시원찮다.

원래는 시약용 고순도 제품이라 제법 비싸게 주고 샀는데 세월이 흘러서 그런지 고순도라기엔 좀 그런 느낌이라 약 90%정도로 계산하는게 좋아 보인다.

 

우유갑 뚜껑 부분은 열어놓을까 했는데 비누가 굳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보려고 닫아 놓았다. 3일 까지는 허용 범위고 그 이상은 안된다.

 

2020.04.07 AM 11:30

48시간 후. 아직 덜 굳었다.

기울였을때 내용물이 움직이지는 않는데 아직 위쪽에 물기가 남아 광택이 보이고 우유갑 옆면을 살짝 눌러보면 단단함이 없다.

닫아놔서 건조가 느린건가? 아니면 너무 오랫동안 강하게 휘저어서?

20년 전에 폐식용유로 대량으로 빨래비누를 만들었을 때는 하루~이틀만에 잘 굳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문제가 뭐지? 이번에는 실수한게 있나...

기억을 되살려 보면 그 때는 기름 양이 한말 정도로 대량이었고 틀이 수평으로 넓게 생겼으며 뚜껑을 덮어도 바람 통할 부분은 많았다. 그리고 비누를 젓는 것은 막대로 천천히 저었다. 아니, 드릴이었던가? 좀 헷갈리네.

교반 시간, 식용유의 종류, NaOH 순도 및 비율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결과물이 좀 무른 비누였고 비누 냄새가 다소 강한 편에, 겉부분은 빨래가 잘 되었지만 안쪽으로 갈수록 거품이 적으며 조금 끈적한 느낌이 있었다.

대략 1년 이상 흐른 뒤에는 비누가 상당히 단단해졌고 비누 냄새도 줄고 끈적한 느낌도 적었다. 하지만 세정력이 낮은 것은 여전했다.

 

2020.04.08 AM 11:30

72시간 후. 아직도 덜 굳었다. 지금의 단단함은 끈적임을 뺀 밀가루 반죽 혹은 소프트 아이스크림 같은 느낌?

위쪽에서 보니 물기가 없고 옆구리를 만져보니 좀 단단한 느낌이 들길래 뜯었다. 그러나 아직 덜 굳은 비누가 찌그러지면서 종이에 붙어 나온다.

덜 굳어서 우유팩을 찢을 대 비누가 같이 딸려 나온다.

하루나 이틀정도 더 굳혔어야 한다는 뜻인데 이거 왜 이렇게 오래걸리지? 같은 비율로 실리콘 틀에서 만들었던건 2일 만에 굳었는데...

음... 영향을 준 요소를 생각해보면 비누의 양이 두배 넘게 많았고, 넓게 퍼진 틀이 아니라 위로 쌓였으며, 우유갑을 닫아 놓아서 수분의 건조가 느렸다.

이 정도로 예상할 수 있겠다.

근데 예전에 폐식용유로 만든건 왜 그렇게 빨리 굳었지? 폐식용유는 원래 미사용 식용유보다 빨리 굳는건가? 아니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의 혼선이 있을 수도 있겠다.

 

혹시 비누화 반응이 덜 끝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일부분을 떼어내 사용해 봤는데 미끌거리거나 끈적한 느낌없이 잘 씻겨 나가고 손도 제법 뽀득거리는 것이 비누화는 끝난것 같았다.

비누화가 덜 끝난 상황이라면 기름이 덕지덕지 묻어서 비누로 기능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용 후 손이 약간 거친 느낌이 들었다. 이건 수산화나트륨이 많으면 많았지 모자라지는 않다는 이야기.

처음 만들 때 생각했던 수산화나트륨 순도를 90%로 계산하는 것은 보류해야 할것 같다. 최소 95%에서 98%로 계산하는 것이 맞아 보인다.

수산화나트륨 양을 늘려서 하나 더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그건 취소하고 같은 비율에서 물 양만 줄인 뒤 우유갑을 닫지 않고 만들어 봐야겠다.

2020.04.10 AM 10:00

119시간 후. 그러니까 비누를 만든 뒤 약 5일째에 우유갑에서 꺼내 자를 정도로 굳었다. 어제 밤에도 단단함은 비슷했으니 아마 그때 꺼낼수도 있었을 것이다.

음... 그러니까 콩기름만 사용하고 트레이스가 나지 않은 비누는 건조에 약 4~5일 걸린다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근데 5일이라... 250g에 5일이면 1kg이면 20일 걸린다는거냐? 하하...하... 대량으로 제작하면 진짜 트레이스 안내면 큰일 나겠네.

음... 나중에 한번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 해 봐야겠다.

올리브유만 사용한 카스티야 비누도 틀에서 꺼내는데 최소 2주, 넉넉하게 4주가 걸린다고 하니 이것도 아마 비슷할것 같기는 하다.

아무튼 비누 겉 부분은 꽤 하얀 느낌의 아이보리 색. 일부 갈라진 부분이 있고 표면에 탄산나트륨이 하얗게 올라와 있다.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면 세탁비누 특유의 냄새가 난다.

조금 잘 부스러지는 편인데 바짝 마른 것이 아니라 촉촉하면서 잘 부스러지는 상태. 손가락으로 힘줘서 누르면 쑥 들어간다.

안쪽은 겉보다 진한 색이며 좀 칙칙한 베이지 같은 느낌이다. 겉보다는 무르고 비누 냄새가 좀 더 강하다.

이대로 1주일 말린 후에 pH 테스트를 해 봐야겠다.

 

비누 표면에 하얀 결정이 생겼다.

 

갈라진 부분.

 

보온을 하지 않고 공기에 바로 노출되어 빠른 건조로 인해 갈라진 것 같다.

 

나. 우유갑 출신이오!

 

 

겉바속촉? 비누의 안팎이 서로 다른 색과 단단함을 갖고 있다. 이것도 보온의 문제일 듯.

 

우유갑으로 만든 식용유 비누의 단면.
자르는 것은 실로. 칼을 썼다가 부서질까 걱정해서 실을 사용했다.

 

위에 있는 작은 비누는 이전에 만든 실리콘 틀 출신. 안과 밖의 색이 똑같은데 처음 잘랐을 때부터 이랬다. 아마 작은 용량이라 온도차가 없었던게 원인이라 생각된다.

 

(참고) 이전에 만든 1 : 2 : 7 비누 테스트

위 문단 마지막 사진에 보이는 이전에 만든 비누는 대략 7일~10일 전에 만든 것이다. 비율은 1 : 2 : 7로 동일하다.

세조각으로 잘라놨는데 그 중 하나를 시험 삼아 사용해 보니 거품은 자잘한 크기로 많지도 적지도 않은 양이 생겨서 마치 크림같은 모습이었다.

사용감은 뽀득뽀득 잘 씻기면서도 별다른 자극이 없었는데 손이 거칠어지거나 하는 부분이 전혀 없어서 빨래비누로 쓰기 아까울 정도다. 이 레시피에 글리세린만 조금 추가하면 그대로 세안용 비누로 써도 될 것 같은 느낌.

애초에 폐식용유를 쓴게 아니라 신선한 새 식용유를 썼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뽀득뽀득함을 보면 설거지용으로도 괜찮아 보였고 손에 사용한 후 자극적이지 않아서 세수하고 머리를 감을 때도 써봤는데 사용 후 피부 상태도 문제 없었다.

비누를 쓰고 나면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이 있기는 했지만 그 정도가 어지간한 미용비누보다 적었고 머리를 감고 나면 머리카락이 뻑뻑해지는 것도 거의 없다. 전혀 없다고 해도 괜찮은 수준.

그래서 pH테스트지로 찍어보니 대략 8 정도의 pH가 나왔다.

식용유로 만든 비누의 pH

시간이 지날수록 남은 수산화나트륨마저 반응해서 없어지니까 정도는 크지 않더라도 pH는 지금보다 낮아질 것이다.

다만 비누 사용시 처음엔 단단했지만 금방 물러졌고 건조를 시켜도 일반 비누에 비해 잘 마르지 않아서 사용감이 다소 좋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pH 테스트 결과

비누를 틀에서 꺼내고 1주일 후 pH테스트를 했다. pH테스트는 붓에 물을 뭍혀서 비누를 충분히 문지른 뒤 그 붓을 pH테스트용지에 바르고 붓을 씻는 식으로 했다.

그 결과 비누의 안쪽면과 바깥면이 비슷한 수준의 pH를 보여줬지만 바깥쪽의 pH가 살짝 더 높았다.

비누의 단단함도 궁금해서 손가락으로 눌러봤는데(물 뭍히기 전) 안쪽은 쉽게 눌러지고 바깥은 안쪽보다 조금 더 단단했지만 그래도 사람의 손가락 힘을 버티지는 못하고 갈라져 버렸다.

1주일 정도의 건조로는 아직 단단함이 부족한데 한달정도 지나면 손 힘을 버틸 정도로 단단해질까?

 

엄지로 누른 비누 안쪽은 오목하게 파여버렸다.

 

 

pH테스트 결과. 왼쪽이 비누의 안쪽 면, 오른쪽이 비누의 바깥면이다.

빛의 반사나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사진상으로는 pH테스트 결과가 제대로 판단이 안될지도 모르겠는데 실제로는 오른쪽의 pH테스트지가 좀 더 진한 녹색을 띄었다.

하지만 비누의 양면이 모두 거의 8에 가까운 혹은 딱 8 정도인 pH값을 보여주고 있었다.

 

30일 건조 후

콩기름 100% 비누. 30일 건조 후.

틀에서 꺼낸 후 30일 건조후 중량이 약 209g.

최초의 수분포함 중량이 250g이고 덜 굳었을 때 떼어내서 테스트한 부분을 약 3g정도로 잡는다면 약 1.2%의 손실이 있는 셈이다.

비누의 무게를 약 211g으로 계산하면 대충 맞을것 같은데 이렇게 가정하면 사라진 수분은 39g, 남은 수분은 11g이 된다.

그렇다면 결국 4월 초 ~ 5월 초, 바람이 없는 실내, 30일 건조 후 비누의 수분 함량은 오일의 6.3% 혹은 순비누분의 5.5% 정도.

그리고 순비누분을 기준으로 대략 5% 정도의 수분량이면 비누가 다 말랐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건조해서 사용해도 물에 약한 것은 마찬가지라 1주~2주 건조한 비누와 별로 차이는 없더라... 세수하고 나서 당기는 것이 살짝 덜한 느낌 뿐 물에 오래 닿으면 물렁해지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