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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 비누의 특성 요약. (콩기름, CP)

2020. 5. 22. solo

식용유 비누의 장점

  • 세정력이 괜찮은 편.
  • 콩기름을 사용해서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 단일 오일이라 재료와 도구가 단순해진다.

식용유 비누의 단점

  • 거품이 적고 아주 약간이지만 기름 냄새가 난다.[각주:1]
  • 비누화 속도가 느려서 첨가물이 없다면 전동기구로 1시간 이상 돌려도 트레이스가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재료를 데우지 않고 저온에서 교반할 때 더욱 그렇다.
  • 단단한 비누 쓰듯이 하면 비누 소모가 빠르다.
  • 물에 젖은 상태로 보관하면 비누 겉면이 녹아서 진흙같이 혹은 콧물같은 모양으로 끈적해진다. 세정력은 변함 없지만 비누 소모가 극단적으로 빨라지고 미관상 좋지않다.[각주:2]

비누 교반 및 트레이스

비누 제작과 온도

각 재료를 50도 이상으로 데우고 작업하면 빠르게 비누를 만들수 있지만 실온처럼 저온으로 작업해도 문제 없이 비누가 만들어진다.

트레이스가 생기지 않아서 걱정할 수도 있는데 식용유(콩기름)은 원래 트레이스가 잘 안 생긴다. 온도를 50도 정도로 맞추고 작업해도 마찬가지지만 충분히 섞어주기만 했다면 비누의 성능은 걱정할 필요 없다.

콩기름은 비누화 속도가 느려서 잘 일어나지 않지만... 비누 경화시에 온도가 충분히 높으면 비누의 젤화가 진행되는데 보온을 충실히 하면 잘 일어나고 아니면 강제적인 젤화를 유발하려고 전기장판 or 오븐 등으로 약간 가열을 하기도 한다.

가열 없이 젤상으로 돌입하는 것은 비누의 양도 중요한 요소인데 많은 양이 한번에 몰려있으면 그만큼 온도 하락이 느리기 때문이다.

젤화가 진행된 비누는 색의 발현이 굉장히 진하게 되는데 보기에는 변화가 굉장히 큰 것 같지만 세정력 등 비누의 성능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체감상 경도는 살짝 낮은것 같기도 했다.

트레이스

콩기름 100%를 사용한 비누의 경우 트레이스가 잘 생기지 않는다. 경화 촉진제를 사용하면 트레이스가 생기긴 하는데 어지간한 양으로는 비누를 아무리 저어도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보통 틀에 부은 뒤 수분이 줄어들면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첨가물 없이) 꼭 틀에 붓기 전에 트레이스를 보겠다면 계속해서 교반 하지 말고 적당히 비누를 교반한 뒤 그대로 몇시간 방치한 뒤 다시 저어보면 떨어뜨렸을 때 흔적이 남을 정도로 점도가 올라가 있다.

만약 경화 촉진제를 사용한다면 눈으로 보일만큼 확실한 트레이스가 비교적 쉽게 생기는데 경화 촉진제로 소금을 사용했을 때 소금을 오일의 7.143% 사용하고, 콩기름100%, 실내 기온 약 23도에서는 확실한 트레이스가 발생했다. 재료는 실온에서 섞었다.

소금 5%로도 실온에 둔 재료로 트레이스가 발생하고 2%정도면 온도를 조금 올려주는게 좋다. 아니면 스틱 블렌더 같은 고속 회전하는 기구를 사용하거나.

경화 촉진제로 소금을 사용한 비누의 트레이스 상태.

식용유로 비누 만들기 2 (콩기름, 소금)

가짜 트레이스를 조심

비누 재료를 섞을 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는데 가짜 트레이스에 속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수작업으로 비누를 섞을 때는 잘 모르지만 미니드릴/블렌더 같은 전동기구를 사용할 때는 처음 교반을 시작하면 점도가 급격히 오르는 구간이 있는데 이렇게 확 올라간 점도를 보고 "어, 트레이스 났네" 이렇게 생각하면 속는 것이다.

교반 초기에 점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비누 액/반죽을 자세히 보면 뭔가 몽글거리는 덩어리들이 깨알처럼 작게 보이는데 계란을 라면에 넣고 휘저어서 풀었을 때와 비슷하다.

계란이 라면 국물에 녹은게 아니라 작은 덩어리가 되어 국물과 따로 놀듯이 이런 가짜 트레이스가 난 비누도 비슷한 모습인데 작은 크기에다 색깔도 비슷해서 멀리서 얼핏 보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속을 수 있다. (가짜 트레이스 참고. 사진없음)

가짜트레이스 상황에서 비누를 계속 교반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도가 점점 낮아지기 시작하는데 이 때 비누를 들여다 보면 작고 몽글거리는 덩어리가 없이 균일하게 잘 풀어져 있을 것이다. 최소한 이 상태 까지는 비누를 저어줘야 한다.

각 상황마다 전부 다르겠지만 대강이라도 기준을 잡으면 다음과 같다.

콩기름100%, 70g에 첨가물 없고 실온에서 만드는 비누의 경우 미니드릴 최소한 5분 교반. 미니드릴은 팔콘 미니드릴(12v, 0.5A, 16000RPM)을 5v에서 구동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대략 무부하 상태에서 6667RPM 가량 될것이고 Rated는 절반인 3000RPM 근처로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는 않을것 같다.

교반 시간이 경화 속도에 미치는 영향

비누를 교반하고 틀에 부을 때 교반 시간을 최소한으로 잡아서 온도가 비교적 높을 때 부으면 초기 진행이 빨라 보이지만 실제로 틀에서 꺼내는 것은 느리고, 충분히 오랜 시간을 교반한 뒤 틀에 부으면 초기 진행은 느려보여도 전체 경화 속도는 더 빨라서 좀 더 빨리 틀에서 꺼낼 수 있다.

온도 뿐 아니라 트레이스 정도, 수분량, 첨가물, 단열 등 변수가 5~6개 이상이라 정확한 경화 시간을 예측하기는 어렵고 경험적인 경화 시간은 대략 아래와 같다.

  • 트레이스 X: 5~7일.
  • 얇은 트레이스: 4~5일.
  • 중간 트레이스: 2~3일.
  • 두꺼운 트레이스: 약 2일.

오일은 전부 or 대부분 콩기름, 기온 15~20℃, 단열이 충실하지는 않을 때 기준. 트레이스가 없다는 것이 교반을 대충 했다는 뜻은 아니며 트레이스가 있는 상황은 경화제나 하드 오일이 일부 포함된 경우다.

그리고 이런 경화 시간은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첨가물, 온도 등의 변수에 따라 제법 달라지니까 단순 참고만 해야지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

전동 기구를 사용할 때 주의점

드릴이나 블렌더 등 전동기구가 너무 강력하게/빠르게 돌아가면 기포가 생기거나 내용물이 밖으로 튈 우려가 있으니 적당한 출력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은 것은 당연하고 거기에 더해 가끔씩 전동기구를 끄고 수동으로 비누를 저어야 한다.

사람 손으로는 흉내 못 낼 강력한 회전인데 어째서 수작업이 필요하냐면 골고루 안섞여서 그렇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전동기구가 비록 강력한 힘으로 비누액/반죽을 섞어주지만 날과 그 주변의 형태, 그릇의 모양, 비누의 양과 점도 등에 따라 섞이는 곳만 계속 섞이고 일부 영역은 그냥 그자리에 가만히 있는 경우가 흔하게 있어서 그렇다.

특히 스프링을 감아놓은 우유 거품기 날처럼 수평 방향으로만 밀어주는 구조는 점도가 높아질 경우 상하 부분이 잘 섞이지 않게 되는데, 비록 강한 회전을 통해 소용돌이를 만들어 상하의 층이 섞인다 해도 가장자리 일부 영역은 섞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전동기구를 가동하는 것이 아니라 껐다 켰다 하면서 수작업으로 구석진 곳을 포함하여 전체를 휘저어야 한다. 유튭에서 솝퍼들의 영상을 보면 교반 작업 시 블렌더만 사용하는게 아니라 주걱도 같이 사용하는 이유다.

비누의 경화 및 건조

비누의 경화 시간 (최소)

콩기름 100%, 첨가물 없이 잘 교반하여 비누를 만들 경우 재료에 대해 특별히 온도 조작을 하지 않았을 때 4월~5월의 실내온도에서 약 48시간 정도면 틀에서 꺼낼수 있었다. 첨가제를 넣으면 틀에서 꺼낼수 있는 시간이 늘어지기도 하는데 첨가제와 함께 들어간 물 때문이다.

소금을 첨가한 비누의 경우는 어떤 비율로 넣든 72시간 정도 걸렸고 설탕의 경우 소금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는데 이건 아직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정확한 것은 아니다. 대충 그정도라는 뜻.

커피의 경우 비누화를 가속하는건지 충분히 교반했다면 물과 함께 넣었음에도 48시간 근처에서 틀에서 꺼낼 수 있었다. 이것도 비율별로 테스트한 것은 아니라 확실하지는 않다.

이 항목의 경화 시간은 거의 최소한의 시간이며 비누 제작 시 변수가 워낙 많아서 항상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는데, 콩기름을 주로 사용한 비누에서 48시간이면 굉장히 빠른 편이니 이전 항목의 대략적인 경화 시간을 참고하는 것이 안전하다.

비누화 정도의 문제라기 보다는 최소한의 시간을 적용했을 때는 틀에서 꺼내다가 혹시 비누가 찌그러질 위험이 있기에 그런 것이다.

경화중 발생하는 결로현상 (글리세린 강)

비누 위에 글리세린이 이슬처럼 맺혀있다.

비누가 틀에서 거의 다 경화되어갈 때 비누의 표면에 글리세린이 방울져 맺힌다. 항상 발생하는 것은 아니었고 대개 수분 비율이 높을 때, 교반이 부족할 때, 재료 및 주변 온도가 낮을 때 더 쉽게 발생하는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글리세린이 솟은 뒤 1~2일 정도면 비누에 재흡수되어 보이지 않게 되었는데, 이 현상은 비누의 경화가 거의 끝나간다는 신호로 볼수도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글리세린이 솟아나온 후 다시 비누에 흡수되고 나면 비누를 틀에서 꺼낼 때 문제가 생기지 않았지만 그 전에 빼려고 하면 보통은 비누가 뭉개졌기 때문이다.

비누가 틀 안에서 글리세린이 솟은 뒤 재흡수되었다면 건조 중에는 다시 글리세린이 맺히지 않고 깨끗한 표면을 유지하나 경우에 따라 비누 표면 전체에 하얀 분말이 얇게 덮이는 경우도 있다.(백태)

백태1, 백태2

이것은 글리세린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배어나오거나 혹은 재흡수된 글리세린의 일부가 표면에 남아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이런 백태가 조금이라도 덜 생기게 하려면 글리세린이 솟아나왔을 때 휴지로 흡수해서 최대한 제거하면 된다.

건조에 필요한 시간

첨가물이 없는 비누의 경우 대략 1개월 정도면 수분량이 순비누분의 5% 근처로 들어온다. 식용유로 비누 만들기 1-1 (콩기름)

그런데 이렇게 건조를 시켜도 수분에 대한 비누의 저항력은 변화가 없었다. 바짝 말리면 물에 녹아 흐물거리는게 적을까 싶었는데 1주 건조한 비누와 4주 건조한 비누 사이에 뚜렷한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전통적인 카스티야, 알레포 비누처럼 6개월~수년 건조하면 어떻게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중동의 뜨겁고 건조한 바람을 기대할 수는 없으니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이런 테스트는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건조기를 개월-년 단위로 돌릴수는 없으니...

DOS(Dreaded Orange Spot)

DOS가 발생한 비누.

비누에 사용된 오일이 산패하면 노란색~주황색 반점이 생기는데 이것을 Dreaded Orange Spot이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하면 반점이라고 하면 될 듯.

산패했다고는 해도 일반적으로 사용상 문제는 없으니 그대로 쓰거나 변색된 부분만 도려내고 쓰면 되는데 악취가 난다면 만일을 위해 버리는게 좋다.

산패의 원인은 주로 상하거나 오래된 오일, 물 등에 포함된 불순물(녹), 온도, 습기인데 DOS를 방지하려면 항산화제를 넣거나(방부제X) 항산화 기능이 있는 에센셜 오일을 사용하면 되고, 그런 첨가물 없이 DOS를 방지하려면 불순물이 없는 정제된 재료를 사용하고, 습기가 적은 곳에 보관하거나 건조 후 즉시 밀봉해야 한다.

내 경우 첨가물 없이 콩기름만으로 만든 비누에서 노란색 반점이 생겼는데 건조기간 약 1개월 정도에 발생했다. 건조를 방 안에서 해서 습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수돗물 때문인지 신선한 오일을 사용했는데도 DOS가 생겼다.

비누를 사용할 때

비누의 사용감

콩기름으로 만든 비누는 얼마나 건조하든 물에 굉장히 약해서 사용 후 제대로 건조하지 않으면 금방 물렁해진다.

비누 받침대에 놔둬도 구멍 뚫린 부분 이외는 비누와 받침대 표면 물기가 남아 물렁해지며 녹는데 비누가 녹아내린 모습이 마치 콧물처럼 찐득해서 보기에 좋지않다.

거품은 적은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비누거품과 다르게 아주 미세한 거품들이 모여 마치 크림을 발라놓은듯한 모습을 보인다. 세정력은 제법 좋은 편이며 거품 역시 충분히 오래 건조한 비누라면 제법 풍부하게 나온다.

냄새는 조금 나는데 아주 미약한 콩기름 냄새와 비슷하다. 이건 수산화나트륨 양을 그대로 두고 오일 비율을 확 낮춰서 만들어도 마찬가지였는데 슈퍼팻으로 기름이 남아서 냄새가 난 것은 아닌 모양이다.

기름 냄새를 제거하려면 향료를 넣으면 되는데 에센셜 오일의 경우 향의 세기에 따라 오일 70g당 최소 10방울 정도는 필요한 것 같았다.

세정력의 경우는 흔히 인터넷에서 보이는 정보와 다르게 충분히 강력하다. 코코넛 오일을 쓰지않은 비누는 세정력이 별로라고 하는 글도 보이던데 실제로 사용해본 결과 그렇지 않았다.

식사 후 그릇에 남은 기름 따위 대강만 문질러 줘도 뽀득뽀득하게 잘 씻기고 땀흘린 뒤 얼굴을 뒤덮은 개기름은 흔적도 없이 제거해 버린다.

세정력이 약하긴 커녕 지나쳐서 씻은 뒤 손으로 얼굴을 문질러보면 얼굴 가죽이 뜯겨 나가는게 아닐까 걱정되는 수준으로 뽀득거리는 일도 가끔 있는데 이건 아마도 수분에 약해 비누가 무르다보니 한번에 많은 양의 비누가 묻는 경우가 많아 아주 강력한 세정 능력을 발휘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세정력이 약하다는 말이 같은 양의 코코넛 오일 비누에 비해 약하다는 뜻인 듯.

시간에 따른 비누의 pH 변화

제대로 만든 비누라면 pH는 건조 1주, 2주, 4주차에서 차이가 없다. pH미터를 사용한게 아니고 테스트지를 사용해서 잰 pH라서 아주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비누 몇개를 세수할 때 사용해본 결과 얼굴에서 느껴지는 것도 차이는 없었다.


  1. 오래 건조시킬수록 기름 냄새는 줄어들고 거품은 많아진다. [본문으로]
  2. 적당한 양의 소금을 첨가하면 나아지는데 의외로 건조 기간은 큰 영향이 없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