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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용 계피비누 만들기

2020. 6. 14. solo

주방용 계피비누 재료.

설거지용으로 사용할 주방비누를 만들었는데 주 재료를 콩기름으로 하면 약간의 기름냄새 비슷한 특유의 향이 있어 향기를 내는 천연분말 같은 것을 넣어 보기로 했다.

뭐가 좋을지 이리저리 검색하다보니 주방비누에는 계피가 좋아 보여서 계피가루를 구입하고 비누를 만들었는데...

그런데 이번 계피비누의 경우도 전에 만든 커피비누 처럼 비누에 계피가루을 넣으니 계피 냄새는 싹~ 사라지고 없어졌다.

아주 미약하게 "계피 냄새인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뭐라고 해야할지... 물비린내 같기도 하고 시큼한 느낌 같기도 하면서 또 어떻게 보면 약냄새 같은 느낌도 있어서 뭐라고 콕 집기가 힘들다.

커피비누에 비하면 냄새가 옅어서 "불쾌하다"까지는 아니지만 계피 향은 하나도 나지 않는데, 그래도 비누 자체는 문제 없이 만들어졌고 한가지 작업을 추가 하면 계피 냄새가 돌아온다.

재료 목록

  • 콩기름: 350g
  • NaOH: 48.7g
  • 소금: 7g (2%)
  • 계피가루: 7g (2%)
  • 물: 119.9g

이 계피 비누의 재료는 보통 크기의 비누 4~5개 분량으로 수분 포함 약 530g을 기준으로 했다. 수산화나트륨은 순도 약98% 일때의 중량이다.

계피비누의 주의 사항

계피비누의 경우 한가지 주의점이 있다. 그게 뭐냐면 계피 자체가 자극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

계피에 예민한 체질이면 알러지 반응이 있을 수 있으니 계피 비율을 너무 늘리지 말고 가능하면 얼굴 같은 예민한 피부에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나는 별 문제 없긴 했지만...

이번에 만든 계피비누로 세안을 해 보니 계피가루 비율 1%의 경우 아무 느낌이 없었지만 2%의 경우 아~~주 미약하게 화끈한 느낌이 있었는데 계피에 예민한 사람은 더 강한 자극으로 느낄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설거지용 비누로만 쓰는게 좋을듯하다.

내 경우는 손이나 몸통에 사용해 본 결과 아무 느낌도 없었고, 얼굴에서 나는 미약하게 화끈한 느낌도 금방 사라지며 다른 부작용은 아직 감지되지 않았다.

해외 솝퍼들은 아예 쓰면 안된다는 사람도 있고 조금은 쓰는 사람도 있었는데 한 포럼에서도 계피 에센셜 오일에 대한 질문 중 누구는 0.5%를 한계치로 두고 사용하면 된다고 하고 또 누구는 얼굴이 불타는 느낌이 들거라며 쓰면 안된다고 경고하는 사람도 있었다.

음... 자극성이 있는 것은 맞지만 사용 자체를 금지해야 하는지는 의견이 갈리는 모양이다.

스쳐지나며 본 뉴스 중 유럽에서, 음... 이름이 기억 나지 않는데, 계피를 너무 많이 넣는 음식 하나를 금지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니 아무래도 보편적으로 자극성이 있다는 것 자체는 맞는 모양이라 자기에게 맞춰 적당히 잘 조절해서 써야 할 것 같다.

주의

계피에는 쿠마린(Coumarin or 1, 2-benzopyrone)이라는 독성 물질이 있는데 다량 섭취할 경우 간독성과 발암성이 있는 물질이다.

관련문서(외부): 1, 2, 3, 4

비누 제작 과정

계피가루 2%. 비누를 틀에 부은 직후.

다음은 계피비누 만들기 작업 과정. 특별할 것도 없이 제작 그 자체는 아주 간단하다.

  1. 물과 소금을 대강 섞어 소금물을 만든다.
  2. 수산화나트륨을 소금물에 조금씩 넣고 잘 섞어 Lye를 만든다. 그리고 방치.
  3. 오일에 계피가루를 넣고 블렌더 등을 써서 뭉친 것이 없도록 잘 섞어준다.
  4. 실내 온도로 식은 Lye를 오일에 붓는다. Lye를 실온으로 식히는 이유는 급트레이스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이유는 없다. (*1)
  5. 오일+Lye를 트레이스가 생길때까지 잘 저은 뒤 비누틀에 붓는다. 이 때 실온에서 경화하도록 놔두지 말고 오븐 작업을 하면 약 24시간 후 분리할 수 있고 계피 냄새도 돌아온다. (*2)
  6. 오븐 작업을 하지 않을 경우 약 2일~3일 뒤 꺼낸다.

*1. 필요하면 냉장고에 넣어 빨리 식혀도 되는데 트레이스가 느린 것 같으면 비누 반죽을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워서 사용하면 된다.

*2. 오븐을 100도로 예열한 후 비누를 오븐에 넣고 오븐을 끈다. 그리고 그대로 식힌다. 오븐작업을 할 경우 cpop비누라고 부른다. Cold Process Oven Process의 약자다. 너무 과하게 할 경우 비누가 거뭇하게 변하고 색이 돌아오지 않는다.

비누틀에서 비누를 분리하고 약 4주 ~ 6주 건조한 뒤 사용하면 되는데 빨리 사용하고 싶다면 손으로 만졌을 때 살짝 단단한 느낌만 들면 그 때 써도 상관은 없다. 아마 빠르면 하루, 늦어도 3~4일이면 될 것이다. (충분히 오랜 시간 건조하면 오븐 작업 없이도 계피 냄새가 돌아온다.)

제작시의 특이점

이번에는 온도 조작을 했는데 가열은 아니고 냉각 부분을 적용했다. 이것도 얼음물 같이 차갑게 한 것은 아니고 수산화나트륨 용액을 실내 온도로 식혀서 사용한 것.(28℃)

계피비누를 처음 만들었을때 온도가 높아서 계피 향이 날아갔나 싶어서 저온으로 작업해 본 것인데 온도를 낮춰서 작업해도 계피 향은 남지 않았다.

계피 분말의 투입 시점도 [트레이스 후 투입] <> [처음부터 오일에 풀기] 두가지로 테스트 해 봤지만 계피 향은 어느쪽에도 남지 않았다.

이번의 계피비누 만들기에는 또 한가지 특이점이 있었는데 소금물 투입을 비누 교반 후가 아니라 처음부터 수산화나트륨 용액에 섞은 뒤 작업했다는 것. 물론 여태까지 하던대로 나중에 섞어서 비누를 만들기도 했고 결과물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이렇게 하니까 수산화나트륨 용액을 실내온도로 식혀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레이스가 좀 더 쉽게 생겼다. 순식간에 트레이스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고 28도라는 비교적 높은 기온에서, 미니드릴도 5v작업 후 9v로 좀 강하게 돌리기도 했다.

이렇게 들고 있어도 비누가 흐르지 않는다.

 

중간 정도의 트레이스. 뻑뻑한 미숫가루와 비슷하다.

하지만 첨가물이 있고 교반이 좀 강하게 되었다고 해도 콩기름 100%를 사용했을 때 비교적 쉽게 트레이스가 발생했다는 점을 주목하여 앞으로 소금물을 섞을 때는 처음부터 수산화나트륨 용액과 섞어서 사용하기로 한다.

요점 메모

  • 비누가 경화할수록 색이 밝아지지만 계피 향은 역시 나지 않는다.
  • 경화 도중에 오븐 작업을 한번 실시하니 강제로 젤화가 진행되어 비누의 색이 어둡게 변하고 동시에 계피 향이 다시 나타난다.
  • 계피가루 1% 경우 오븐 작업을 두번 하니까 계피 향이 다시 사라졌는데 2%의 경우 한번만 진행해서 그 후는 모른다.
  • 오븐 작업 덕분인지 비누틀에서 분리 후 하루만 건조해도 사용은 가능하다. 대신 수분 함량이 높아서 오래 건조한 비누 보단 표면이 빨리 물러지는 경향은 있다.

비누에서 계피 냄새가 나지 않다가 오븐 작업 후 다시 계피 냄새가 나는 것을 보면 비누 내부에 갇혀있던 혹은 계피가루에 남아있던 계피 냄새가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이거나 아니면 새로운 화학 반응을 통해 계피 냄새가 돌아온 듯.

어느 경우던지 제작시 열이 꽤 발생하는 비누, 그러니까 비누화가 빠른 팜유나 코코넛오일 등을 많이 사용한 비누라면 오븐작업 없이도 계피 향이 유지될수도 있을것같다.

이건 나중에 복합 오일을 사용할 때 다시 테스트가 필요하겠다.

경화 후의 계피비누

오븐작업 전. 틀에 부은지 약 10시간 째.

오븐 작업 후. 비누의 색이 좀 더 어둡게 변했고 계피 냄새가 되돌아왔다.

경화된 계피 비누. 비누의 색이 오븐작업 직후보다 밝아졌다.

비누에 점점이 박힌 계피 가루가 보인다.

 

사용감

특별한 장단점은 없다. 단점이라고 해야 할지 그냥 특성이라고 해야 할지 두가지 주의점이 있다.

첫번째는 입자의 굵기 문제로 계피가루의 입자가 생각보다 굵다는 것인데 비누로 만들기 전 계피가루를 만져 보았을 때는 꽤 부드러운 느낌이었지만 비누로 만들어 쓰다 보니 약간 굵고 거친 느낌이 있었다.

내가 구입한 계피가루는 대략 300메쉬 정도의 입도였는데 설거지할 때 수세미에 묻은 계피가루가 연약한 식기 등에 흡집을 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플라스틱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식기가 단단한 편이니 한두번에 흡집이 남지는 않겠지만 설거지를 여러번 하다보면 어느새 눈에 띄는 흠집이 생길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원래 가능한 싸게 주방 비누를 만들려고 한 것인데 식용유만 쓰면 잘 녹아내리니까 소금을 조금 넣었지만 소금 비율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6월 12~14일의 높은 습도 하에서는 소금 2%가 부족했던 것인지 아니면 비누 받침대가 문제인지 사용중인 비누가 상당히 쉽게 물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표면 약 1~2mm 정도만 그렇고 안쪽은 단단함을 유지하고 있긴 했는데 그래도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다음번엔 소금 5% 및 10%를 만들어 테스트 해 봐야겠다.

 

 

추가 정보

첫번째로 소금 10%의 경우 비누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재료가 식은 뒤 섞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트레이스도 나지 않고 최종 비누 모양도 엉망진창. 그래도 어느 정도는 굳어서 비누틀에서 꺼낼수는 있었지만 비누를 꺼내는 도중 찌그러지고 뜯겨졌다.

소금으로 인한 비누의 단단함 증가분 이상으로 수분이 많아져서 그런것 같은데 HP비누로 만들어버리면 가능할 것 같았지만 그렇게까지 하기엔 지나치다 싶어서 그만뒀다.

비누를 틀에서 꺼내고 시간이 지나면 모양은 좀 그렇지만 비누가 굳기는 하고 사용할 수도 있는데, 비누를 잘라 보면 위쪽은 비교적 깔끔한 모양이지만 아래쪽으로 가면서 퍼석퍼석한 것이 보인다. 이것 때문에 비누를 자를 때 중간까지는 칼날이 잘 들어가다가 갑자기 비누가 쪼개진다.

소금 10% 계피비누 단면.

중간쯤에서 비누가 부서진 것을 알수 있다. 왼쪽 위의 하얀 점은 다른 비누의 조각이 묻은 것.

아마 위 아래가 다른 것은 트레이스가 나지 않으면서 소금이 아래쪽으로 가라앉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된다. 그게 아니면 오븐 작업을 할 때 아래는 실리콘 몰드 때문에 열이 차단되고 오픈되어 있는 위쪽은 열이 잘 전달되어 젤상이 되었던가.

소금이 10%나 되지만 건조시키면 비누로써 동작하고 수세미에 묻혔을 때는 거품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손을 씻거나 하는 경우는 아마 거품이 다소 적을듯 하다.

코코넛 오일을 조금 섞으면 좀 더 거품이 잘 날것 같으니 나중에 다시 만들어 봐야 겠다.

 

두번째는 오븐작업 문제인데 너무 과할 경우 비누가 거뭇거뭇하게 되고 색이 갈색으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거기에 계피 냄새도 나지않게 된다.

그리고 오븐작업을 하는 타이밍도 비누틀에 붓고 즉시 하는것 보다는 약간 굳은 다음에 하는게 더 나아보였는데 그렇다고 하루 이상 지나서 비누가 거의 굳어갈 쯤에는 해봤자 별로 소용이 없었다.

소금 5%, 계피가루 2%, 트레이스가 난 비누를 틀에 붓고 하루 지난 뒤 오븐작업 1회 했을 때 색은 문제 없고 향은 비릿한 약 냄새만 없어졌지만 여태 계피 비누를 만든 경험으로는 실제 사용 시 계피향이 날 것으로 생각된다. (아래의 사진과는 다른 비누.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계피비누를 틀에서 꺼내고 건조시키면 계피향이 약하게 나마 돌아왔다.)

하지만 오븐 작업을 해도 비누의 경화시간이 크게 단축되지는 않았다. 단축 자체는 되지만 비누를 꺼낼 때 일부가 찌그러졌다. 타이밍이 좀 까다로운 것 같은데, 아마 비누 내부에서 반응이 한창 진행중일 때 오븐 작업을 하는게 베스트인 것 같다. 당연히 콩기름 100%의 소이빈 카스틸 비누의 경우에만 그렇고 다른 오일, 특히 포화지방산을 다량 포함한 오일에서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오일 특성에 따른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소금 5%, 계피가루 2%. 오븐작업을 약간 과하게 후 틀에서 꺼내기 전. 형광등 아래서 육안으로 보면 표면이 회색에 가깝다.

소금 5%, 계피가루 2%. 틀에서 분리한 후. 오븐 작업은 약 2~3회로 기억한다.

뒤에 있는 직사각형의 어두운 비누는 오븐작업을 아주 과하게 한 비누.

바로 위에 있는 사진의 비누 중 앞쪽에 있는 정사각형 비누는 오븐 작업을 다소 과하게 해서 위쪽만 변색이 되었고 뒤에 있는 직사각형으로 생긴 거뭇한 색의 비누는 오븐 작업을 지나치게 많이 한 비누다.

(뒤에 있는 비누는) 소금 없고 계피가루만 2% 사용한 비누인데 트레이스는 생기지 않았고 비누틀에 부은 즉시 오븐 작업을 했다. 오븐 작업은 3~5회 정도인데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이 비누는 비누 전체가 젤화를 넘어 살짝 탄 것인지 색도 시커멓지만 계피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이하 탄 비누) 내부에서는 계피 냄새가 날까 싶어 탄 비누를 설거지할 때 써 봤지만 전혀 냄새가 나지 않았고 같은 날에 만든 다른 비누보다 살짝 끈적이는 느낌이 있었다.

대신이라고 할지 거품은 조금 더 잘 나는것 같았다. 계피가루를 넣은 비누가 아무것도 넣지않은 기본 비누보다 거품이 조금 더 잘 나오는데 탄 비누는 그것보다 거품이 더 잘 나왔다. 비누 소모량이 많은 건지...

둘 다 얼굴에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설거지할 때나 손을 씻을 때 사용해 보았는데 자극성이나 피부 거칠어짐을 느끼지 못했다.

색이나 향은 문제가 있어도 비누 자체의 성능은 아무 문제 없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