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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비누 만들기 (쌀가루, 쌀뜨물)

2020. 7. 18. solo

왼쪽 비누가 쌀가루 비누. 표면의 곰보 모양은 기포 때문이다.

세수, 설거지 등 다용도로 사용할 쌀비누를 만들어 보았다. 쌀을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라 쌀뜨물과 쌀가루 중 어느 것을 쓸지 고민하다 둘 다 만들어 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쌀가루 비누, 쌀뜨물 비누 모두 사용상 큰 차이는 없었다.

두가지 쌀비누 모두 거품은 보통-적음 수준이며 물에 녹아 흐물거리는 것이 적은데, 수분에 오래 노출되면 표면이 살짝 약해지는 것은 있지만 콩기름100% 처럼 흐물거리지도 않고 말리면 금방 단단해진다.

쌀비누 재료 및 제작 메모

  • 포도씨유: 175g
  • 팜유: 175g
  • 쌀가루: 17.5g (5%) (쌀뜨물 비누에는 없음)
  • NaOH: 49.15g
  • 물 or 쌀뜨물: 116.6g

NaOH는 순도 98% 기준. 오일 총량 350g, 하드오일 vs 소프트오일 1 : 1이며[각주:1] 포도씨유는 대두유 혹은 올리브유로 대체할 수 있다.

쌀비누의 총량은 수분 포함 약 530g으로 건조 시 보통 크기의 비누 4~5개 분량으로써 계산 및 비누 제작의 편의를 위한 대표값이다.

물은 그냥 수돗물인데 혹시 쌀뜨물의 경우 NaOH가 덜 녹을까봐 최소량 보다는 약간 많이 사용했고 비누 제작 시 기온은 23~25℃, 교반 도구는 미니드릴이며 비누에 다른 첨가물은 없다.


수동으로 분쇄한 쌀가루

쌀가루 비누는 아주 소량으로 소형 실리콘 틀에 개별로 만들었고, 쌀가루는 수동 커피 그라인더를 사용해서 최대한 곱게 분쇄한 후 소형 뜰체로 쳐서 가능한 고운 가루만 모아서 사용했다.[각주:2] 쌀가루는 물이 아닌 오일에 풀어서 사용했다.

재료 온도는 온도계 없이 대충 감으로 했는데 40~50℃쯤에서 섞었고 틀에 부은 뒤 3시간째에 오븐 작업을 한번 했다. 분리는 48시간째에 했다.

쌀뜨물 비누는 약간 큰 통에 한번에 만들었는데 프링글스 통을 사용했고 그냥 비누를 부으면 꺼낼수 없으니 달라붙지 않게 스티커지를 사용했다. 위에 적어놓은 재료 중 쌀가루만 빼면 바로 쌀뜨물 비누의 재료 분량이다.

쌀뜨물은 앞에서 곱게 분쇄한 쌀가루 15g을 찬물 1500g에 넣고 잘 우려낸 후 #300 PET 망사로 걸러서 빈 페트병에 부었고 방부제로써 복합파라벤 1.5g을 첨가했다. 이 쌀뜨물을 물 대신 사용했다.

쌀뜨물을 Lye로 만들 때는 냉장실에서 차갑게 식힌 상태로 수산화나트륨을 넣었고 섞을 때도 찬물에서 중탕하며 Lye의 온도가 올라가지 않게 했다. 비누 재료를 섞을 때 온도는 오일 45℃, Lye 50℃였다. (이건 온도계 사용)

오븐 작업은 없었고 보온은 찬바람이 들어가지 않게 윗면을 랩으로 감싸고 프링글스 통을 골판지 상자 안에 대충 넣어둔 것 이외엔 없다.

비누 분리는 틀에 붓고 나서 36시간째에 했는데 찌그러지거나 묻어나는 것 없이 잘 분리되었다. 완성된 비누는 제법 단단해서 비누칼로 자를 때는 살짝 저항감이 있었다.

팜유 비율을 생각하면 아마도 쌀가루 비누, 쌀뜨물 비누 모두 24시간 이내에 분리했어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분리한 직후의 쌀비누 사용감

원래는 비누를 틀에서 분리한 후 4주 이상 건조해야 하지만 성격이 급해서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분리 후 바로 비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2020-07-18)

쌀비누의 사용감은 공통적으로 세정력은 보통이고 사용 시 특별한 자극이나 향은 없었다.

차이점은 쌀가루 비누는 처음에는 비교적 거품이 덜 생기지만 사용하면서 날짜가 지날수록 거품이 늘어났고, 평소에는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았는데 머리를 감을 때는 아주 약한 쌀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쌀뜨물 비누는 자른 그 날 사용해도 거품이 쉽게 생겼고 쌀냄새는 나지 않았다.

이 정도만 해도 다용도로 쓰기 괜찮은 비누 같은데 여기서 거품이나 세정력이 더 증가하기를 원하면 코코넛 오일을 10%정도 사용하면 적당할 것 같다.

쌀뜨물 비누의 3개월 건조 후 사용감과 거품

쌀비누를 틀에서 분리하고 4주 후 테스트한다는 걸 까먹고 있었다.

이것저것 바빠서 정신없다가 어느 날 쌀비누를 찾아보니 하나도 안 보이길래 쌀비누는 다 써버린 줄 알았는데, 이번 달 초쯤 웬 박스 안에 신문지에 싸인 덩어리 두 개를 발견하고서 뜯어보니 쌀비누였다...

그 후 건조대에 올려놓고 있다가 2020-10-26 오늘 사용해 보았다. 이것도 이틀만 더 기다렸으면 석 달 열흘, 거의 100일인데 또 까먹고 오늘 사용했다...

얼굴, 몸통, 머리에 골고루 사용한 결과 틀에서 분리한 직후의 비누와 특별한 차이는 없었는데, 거품이 살짝 늘어난 것 같고 비누에서 미약하고 부드러운 식용유 냄새와 빨랫비누 냄새의 중간쯤 되는 냄새가 났지만 불쾌한 종류의 냄새는 아니었다.

D.O.S도 한 개가 생겼는데 처음 신문지 안에서 발견했을 때 있었고 D.O.S를 도려낸 후 지금까지는 추가로 생기지 않았다. 아마 신문에 닿은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싶다.

표면 일부 영역에 하얀 가루가 말라붙어 있다.


우측 하단의 패인 곳이 DOS가 있던 곳. 안쪽이 노르스름한 것은 원래 그렇다.


수세미에 묻혀서 설거지한 경우.


비누를 손에 묻혀서 문지를 경우. 이정도 큰 거품이 제법 긴 시간 유지되었다.


쌀비누 제작 기록은 이것으로 마친다. 다음번엔 쌀가루의 비율을 높이고 오일 구성을 바꿔서 만들어 봐야겠다.


  1. 언제 굳는지 확인하기 위해 두 오일을 녹여서 섞은 뒤 온도계를 꽂고 수시로 확인했는데 30℃에서도 오일이 전혀 굳지 않고 투명한 상태를 유지했다. 대략 25℃쯤 되니 표면에 필름이 생기는데 표면만 그렇고 안쪽은 여전히 액체상태였다. 단, 투명도는 낮아져서 약간 뿌연 상태가 되었다. [본문으로]
  2. 그래도 큰 알갱이들이 섞였지만 사용하면서 알갱이가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