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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료를 첨가한 multiple oil 비누 만들기 실험 (코,팜,시어,포도)

2020. 10. 11. solo

여태 비누를 만들며 에센셜 오일이나 프래그런스 오일 같은 향료는 거의 쓰지 않았다.

이름만으로는 어떤 에센셜 오일이 정확히 어떤 향인지 알기 어렵고 판매자의 상품 설명과 실제 향의 느낌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꽤 있었으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에센셜 오일의 비싼 가격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왕 비누를 만들면서 향료를 한번도 쓰지 않기는 좀 그래서 이번엔 비교적 저렴한 에센셜 오일을 사용해 비누를 만들었는데, 결과는 반 실패.

이번 비누는 두가지 이유로 실패 판정을 내렸는데, 처음은 에센셜오일 블렌딩 과정에서 비율을 착각했고, 두번째는 비누 반죽에 에센셜오일이 완전히 섞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료의 섞임 문제일 뿐 비누 자체의 성능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되어 최종 결론은 반 실패로 판정했다.

재료 목록

다음은 재료 목록이다.

  • 포도씨유: 175g
  • 팜유: 105g
  • 코코넛오일: 52.5g
  • 시어버터: 17.5g
  • 소금: 1.75g
  • 물: 12.25g
  • NaOH: 51.6g
  • 물: 103.1g
  • 티트리: 5.25g
  • 페퍼민트: 1.75g
  • 스윗오렌지: 1.75g

소금은 따로 소금물로 만들어서 사용했고 NaOH는 순도 98% 기준으로 슈퍼팻은 없다.

오일 총량 350g, 비누 재료 총 중량은 527.5g, 수분 총량은 115.4g이고 수분과 에센셜 오일의 완전 증발을 가정하면 비누 무게는 약 403g이다. (포도씨유는 콩기름으로 대체 가능.)

에센셜 오일의 경우 처음 계획은 스윗오렌지 향을 5.25g 사용하려고 했었고 메모까지 작성했지만 에센셜 오일을 덜어낼 때 그만 티트리를 제일 많이 사용하고 말았다.

비누 제작 과정

비누 제작 온도는 기온 20℃, Lye 및 오일은 약 35~40℃(체감)이었고 이번에는 오일을 녹이고 비누 반죽을 트레이스 내는 부분은 사진을 생략하고 글만 적는다.

  1. 모든 오일을 비커에 담고 전자레인지에서 오일을 전부 녹인다.
  2. 오일이 식는 동안 소금물과 Lye를 만들어 둔다.
  3. 재료를 담은 용기를 만져보고 대강 미지근~따뜻 사이면 작업을 시작.
  4. Lye + 오일을 미니드릴로 교반한다.
  5. 트레이스가 생기면 소금물을 붓고 다시 섞는다.
  6. 소금물이 완전히 섞였다고 생각되면 에센셜 오일을 붓고 섞는다.
  7. 측면을 에어캡으로 보온한 비누틀에(프링글스통) 반죽을 붓고 18시간 후 꺼낸다.

비누 제작 순서는 대략적으로 위 리스트와 같다.

바로 전의 다용도 계피비누와 비슷한 구성이지만 코코넛 오일이 조금 적고 소금 또한 0.5%만 들어갔다. 이 비누에서 소금은 비누의 경도를 높이려는 목적이 아니고 그냥 트레이스를 빠르게 내기 위한 것이다.

 

틀에 붓기 직전의 비누반죽. 주걱에 묻은 비누 반죽이 전혀 흐르지 않는다.

비누 반죽은 제법 두꺼운 트레이스가 생겼는데, 재료 온도를 더 낮춰야 하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온기가 남은 상태에서 섞은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트레이스 후 에센셜 오일을 섞는 것은 미니드릴 + 주걱으로 했는데 반죽을 섞을 때는 에센셜 오일이 제대로 섞였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비누를 꺼내 보니 일부가 덜 섞여서 표면에 띠같은 얼룩이 일부 보였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실패 판정을 넣은 것인데, 간단하게 실패 원인을 추측하면 두가지가 떠오른다.

1. 지나치게 두꺼운 트레이스로 비누 반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드릴 날과 주걱이 지나간 자리만 섞여서 에센셜 오일이 따로 뭉친 부분이 존재하게 되었다.

2. 좁은 비커에서 뻑뻑한 반죽을 골고루 휘젓기에는 주걱이 너무 넓었다.

이 두가지 상황이 유력하다고 생각된다. 다음번에는 트레이스 상태 조절과 에센셜 오일을 섞는 과정을 조금 더 신경써서 만들어야겠다.

점도가 높아서 비커를 기울여도 잘 흘러내리지 않는다.

 

 

여태 만든 비누와 또 하나의 다른 점은 프링글스 통의 측면 보온인데, 에어캡을 몇 바퀴 둘러서 간이 보온이나마 적용하고서 골판지 상자에 넣었다. 아직은 기온이 그리 낮지 않으니 이 정도면 충분 할 것이다.

완성된 비누

틀에 서 빼기 전의 비누.
틀에서 꺼낸 비누.

비누를 틀에 붓고 18시간 후 분리했는데 제작 과정 항목에 적은 것처럼 일부 문제점이 보인다. 비누 왼쪽 하단의 작은 표면 일그러짐, 중간의 얼룩 등이 그것이다.

 

표면 일그러짐을 자세히 보면 끈적한 풀이나 요플레 같은 것이 포장과 내용물 사이에 있다가 포장을 벗겨내면 남는 흔적과 비슷하게 생겼다.

똑같이 끈적한 무언가가 비누와 이형지 사이에 있었으니 그런건데, 이게 물인지 아니면 덜 섞인 에센셜 오일인지, 그도 아니면 글리세린인지는 모르겠다.

 

비누의 위쪽 면.

 

비누의 바깥과 달리 안쪽은 균일한 모습이다.

그런데 비누를 잘라보니 표면에서 보이던 얼룩 같은 부분이 없다. 뭐지?

희한하게도 얼룩이 있는 자리만 피해서 자른 건가? 그럴 확률은 낮겠는데... 아니면 혹시 비누 바깥 부분만 온도차로 인해 얼룩이 발생했나?

아무튼 최소 2주, 최대 4주 건조 후 사용해 보고 소감을 기록하면 끝. 다음번 제작할 때 신경 써야지 지금은 더 할 것이 없다.

까먹지 않으려나...

약 2개월 건조 후

약 2개월 건조한 비누.

2020-12-21. 10주+2일, 약 2개월 조금 넘게 건조 후.

요것도 까먹고 있다가 생각난 김에 기록.

 

비누 표면에 D.O.S가 하나 보인다.
다행히 D.O.S의 깊이는 얕았다.

다락에 올려 놓은 건조대에서 비누를 꺼내 살펴보니 건조가 잘 되었지만 비누 한개에서 DOS가 하나 보인다.

이 DOS는 예전부터 수시로 살펴볼 때도 있던 것인데, 대충 건조 2~3주차에 확인했지만 실제 발생은 언제인지 잘 모르겠고 하나가 보인 후 혹시 DOS가 점점 퍼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스럽게 더 생기지는 않았다. DOS의 깊이도 매우 얕다.

 

수분에 장기 접촉시 비누가 녹아 내리는 것은 팜유와 코코넛 오일이 들어가서 별 문제 없고, 코코넛 오일 때문에 걱정했던 피부 거칠어짐은 살짝 있기는 하지만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다.

내부의 얼룩 등은 보이지 않으며 냄새의 경우 페퍼민트 향이 은은하게 날 뿐 오렌지나 티트리 향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다.

만졌을 때 상당한 단단함이 느껴지며 사용 중 허벅지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표면 일부만 살짝 찌그러질 뿐, 갈라지거나 크게 찌그러지는 모습이 없을 정도로 튼튼하다.

 

실제 비누 거품은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조금 더 많다.

손빨래를 해 보니 거품은 적당히 잘 나왔는데 코코넛 오일 때문인지 비누 소모가 살짝 빠른 느낌. 코코넛 오일은 조금 더 줄여도 괜찮을 것 같다.

사진 상에서 보이는 거품은 손에 묻은 비눗기를 씻어내는 동안 흘러 가서 실제 보다는 약간 적어 보인다. 실제로는 사진보다 20~30%쯤은 더 많은 듯?

 

약 하루 정도 비누 받침대에 놓고 머리감기, 세수, 손빨래 등에 사용했을 때 비누가 물에 불어 표면이 약해지는 것이 일부 영역에 있긴 했지만 범위도 좁고 깊이도 얕아서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세정력도 괜찮아 보이고 거품도 잘 나오며 피부 거칠어짐도 별로 없으니 이정도면 다용도 비누라는 표현에 별로 문제는 없을 듯.

비누틀에서 꺼낼 때 얼룩이 보인 것과 향료를 잘못 넣은 것 때문에 반 실패로 판정을 하긴 했지만 비누의 성능만 보면 성공으로 판정해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