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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용도 계피비누 만들기 (multiple oil)

2020. 10. 4. solo

다양한 오일을 사용해서 만든 계피비누

예전에 만든 주방용 계피비누는 콩기름 하나만 사용한 비누라 습기에 취약한 문제가 있어서 새로운 계피비누를 만들었다.

이 계피비누는 하드-소프트 오일 여러 종류를 섞어서 만든 비누라 비교적 습기에 강하며 설거지에만 쓰는게 아니라 세안, 손 씻기, 머리 감기, 가벼운 손빨래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다목적-다용도 비누다.

또, 하드 오일을 제법 사용했지만 경화제로 소금을 1% 추가하였다.

두 번에 걸쳐서 만들었는데 한번은 원통형으로, 또 한번은 사각형의 4구 개별 몰드를 사용했고 완전히 동일한 재료를 썼지만, 제작 방법의 차이로 결과물이 약간 다르다.

제작 방법의 차이는 오븐 작업의 유무, 소금을 녹이는 시점, 재료를 섞은 온도, 이 세 가지로 각각 원통형의 경우 [오븐 작업 없음 - Lye 제작 전 - 모든 재료 실온]이다.

비누를 원통형으로 만들 때는 까먹고 기록을 남기지 않아서 아래의 기록은 사각 몰드를 사용할 때 남긴 것이다.

재료 목록

계피 비누 재료 및 제작 도구.

  • 포도씨유: 175g
  • 팜유: 87.5g
  • 코코넛오일: 70g
  • 시어버터: 17.5g
  • 계피가루: 3.5g
  • NaOH: 52.44g (순도98%)
  • 소금: 3.5g (1%)
  • 물: 117g

오일 합계 350g, 수분 포함 총 중량은 약 526g이고 수분의 완전 증발을 가정하면 고형분 중량은 약 409g이다.

수산화나트륨의 경우 일반적으로 구입 가능한 제품 중 순도가 가장 높은편에 속하는 98%, Lye농도는 33%를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주의

이 비누는 재료 중 계피가 있다. 계피에는 쿠마린(Coumarin or 1, 2-benzopyrone)이라는 독성 물질이 있는데 다량 섭취할 경우 간독성과 발암성이 있는 물질이다. 비누이기에 먹는 용도는 아니지만 사람에 따라 염증, 피부자극, 알러지 반응이 있을 수 있으니 사용 중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 즉시 사용을 중지할 것.
관련문서(외부): 1, 2, 3, 4

비누 제작

먼저 모든 오일을 비커에 넣고 전자레인지에서 30초 + 30초를 돌린다.

그러면 코코넛과 팜유는 대부분 녹고 시어버터는 반쯤 녹아서 둥둥 떠 있는데 시어버터를 완전히 녹이는 것은 녹은 오일들의 잔열로 한다. 비커를 살살 흔들어 주거나 주걱 등으로 저으면 된다.

오일이 다 녹으면 계피 가루를 오일에 넣고 잘 섞어준다.

전자레인지에서 오일을 녹일 때는 짧게 여러번 돌린다.
오일을 완전히 녹이는 것은 데워진 오일의 잔열을 이용.
오일이 전부 녹았으면 계피 가루를 섞어준다.

 

그 다음은 Lye를 만들어 놓아야 하는데(재료사진 왼쪽의 컵) 수산화나트륨은 매우 강한 염기성-부식성 물질이므로 제조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수산화나트륨)

반드시 차가운 물에 수산화나트륨을 "조금씩" 넣어야 하고 그 반대는 절대로 안된다. 잘못하면 폭발하거나 끓어 넘쳐서 피부와 안구에 심각한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리고 차가운 물에 수산화나트륨을 조금씩 넣되, 가능하면 큰 그릇에 찬물을 받아 중탕하듯 열을 식혀주면 더 좋다.

또 다른 주의점으로는 (수분을 최소한으로 했을 때) 소금물을 따로 만들지 않을거면 Lye를 만들기 전 소금을 먼저 녹여야 한다. 반대로 하면 덜 녹은 소금이 미세한 알갱이가 되어 돌아다닌다.

그러면 균일하게 퍼지지 못한 소금 덩어리들이 비누 중간중간에 무수한 하얀 점으로 남는데 비누의 품질은 문제가 없지만 그다지 보기 좋지 않다.

 

이제 오일과 Lye가 식을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데, 손으로 용기를 만져서 체감상 대략 40℃ 근처가 되었을 때 오일과 Lye를 섞었다. (기온은 약 20℃)

온도계로 측정하며 작업하는게 좋지만 기름 때문에 설거지거리가 늘어나는게 싫어서 적당히 만들었다. 온도에 민감한 재료는 없으니 이렇게 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다.

재료가 적당히 식었으면 오일에 Lye를 (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붓고 잘 섞어서 트레이스가 나면 비누틀에 부으면 된다. 그런데 이번엔 좀 과하게 트레이스가 났다. 이러면 비누 성능은 문제 없어도 부을 때 귀찮아진다.

깔끔하게 쭉~ 부어지면 편한데 주걱으로 일일이 퍼 담고 또 주걱에 묻은거 닦고 긁고... 어휴!

 

주걱으로 비누 반죽을 저은 뒤 그 흔적이 남으면 된다.

 

이건 너무 뻑뻑한 트레이스.

 

트레이스가 과하면 틀에 붓기 어렵고 모양도 별로 예쁘지 않게 된다.

 

여기에 보이는 사각형 비누틀은 바로 전에 (동일한)계피비누를 만들었던 원형 비누틀과 달리 비누 한 개 분량씩 칸이 나뉘어 있어서 빨리 식을 것이 뻔하기에 오븐 작업을 했다. (오븐을 100℃로 예열 후 끄고 비누를 오븐에 넣은 뒤 그대로 방치.)

오븐 작업은 비누를 틀에 부은 지 2시간째에 1회, 17시간째에 1회, 총 2회 진행했는데, 한 번만 할걸 괜히 두번 진행했더니 계피 냄새가 별로 안 난다. 계피 비누를 처음 만들 때 겪어봤으면서 같은 실수를 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계피 냄새가 나고, 만든 직후라도 비누 안쪽은 계피 냄새가 나서 큰 문제는 아니었다.

 

개별 사각 틀과 원통형 틀 모두 비누를 분리한 시간은 비누를 붓고 약 18시간. 두 가지 경우 모두 12시간쯤에 확인했을 때도 분리 가능할 정도로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비누틀에서 꺼낸 직후

원형 틀에서 통짜로 만들어진 비누.
사각 실리콘 몰드에서 개별로 만들어진 비누

사각형 비누는 품질이 살짝 떨어져 원형 비누를 기준으로 한다.

비누틀에서 꺼낸 계피비누를 건조대에 올리고 몇 개는 바로 사용하기 위해 꺼냈다. 사용 소감은 특별한 장점은 없지만 대신 딱히 모난 점도 없는 무난한 비누였다.

이 부분은 원래 계피비누를 만들 때 의도가 그거였으니 제대로 만들어 진 것이다.

손 씻는 정도면 한두 번만 문질러도 풍부한 거품이 나오고, 세안 후 얼굴이 거칠어지는 문제도 적으며, 머리를 감은 뒤에는 머리칼이 빗자루처럼 뻣뻣해지지도 않는다.

거기에 적당히 향긋하고 부드러운 계피 냄새가 나서 향료를 넣지 않는 생 비누에 비해 사용감이 만족스럽다.

하지만 사소한 단점이 두 가지 있는데, 첫 째는 흰색 옷을 손빨래할 때는 옷에 붉은 색이 배여서 잘 안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계피가루가 1%라 그럴 확률은 낮겠지만 예전에 만들었던 계피비누는 흰 수건을 세탁한 후 수건이 미묘하게 불그스름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 흰색이나 기타 밝은 옷을 세탁할 때는 미리 구석진 부위에 시험한 뒤 쓰는게 좋을 것 같다.

둘째는 비누의 소모가 빠르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몇 번 쓰면 비누가 팍팍 줄어들 정도로 빠르게 소모되는 수준은 아니고 팜유 50%나 스테아르산 첨가 비누와 비교했을 때 좀 더 빨리 닳는게 느껴지는 정도다. ->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 팍팍 닳는다.

이건 아마 코코넛 오일 함량이 다소 높아서 그런게 아닌가 싶은데, 어찌 되었든 조금 거슬리는 부분이다.

약 2개월 건조 후

원형 계피비누 기준, 11주+5일. (2020-12-22)

처음과 그리 큰 차이는 없다. 계피 향도 변함 없고 거품이나 세정력도 별로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원형 계피 비누는 D.O.S가 하나도 없다. 계피의 색 때문에 묻혀서 안 보인다기엔 그정도로 계피색이 진하지는 않으니 D.O.S가 하나도 생기지 않았다고 보는게 맞을 듯.

사각 비누에는 윗면에 약간 붉은 부분이 있는데 이게 D.O.S인지 아니면 계피의 색소가 많이 몰린 것인지는 모르겠다. 일단 불쾌한 냄새나 끈적임은 없다.

2개월 조금 넘게 건조한 계피 비누,
틀에서 막 꺼냈을 때와 2개월 건조 후의 차이가 별로 없다.
사각 계피 비누는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

 

손빨래할 때 써 보니 거품이 아주 잘 나오는데 코코넛 오일 때문에 손이 좀 거칠어지는 느낌이 있고 비누 소모가 매우 빠르다.

양말에 몇번 문질렀더니 비누의 물결 무늬가 바로 닳아서 없어질 정도다. 물결 무늬로 커팅된 부분은 요철 부위라서 원래 잘 닳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과하게 빠르다.

비누의 세정력이나 거품은 매우 좋지만 이정도로 소모가 빠르면 다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조금 그렇고 설거지용으로만 써야 할 듯. 세탁은 잘 되지만 그래도 빨래할 때 쓰기엔 비누 소모가 너무 많아서 코코넛 오일이 좀 아깝다.

계피 비누 2개월 건조 후 손빨래 중.

이렇게. 물결 무늬로 커팅한 단면이 순식간에 밋밋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