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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 + 스테아르산으로 비누 만들기 실험

2020. 10. 15. solo

스테아르산 첨가 비누의 개요.

전에 몇 번 만들어본 식용유에 스테아르산을 첨가한 비누는 그냥 느낌과 상태를 글로만 적었는데 이번에는 사진도 곁들여서 기록하기로 했다.

왜 비누가 잘 안 만들어지는지 궁금한 것도 있고, 값이 싸며 무엇보다 겨울에도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오일이 다루기가 편해서 가급적 식용유 같은 소프트 오일을 사용하고 싶어서 그렇다.

물론 테스트라고는 하지만 온도계와 정밀 저울을 사용한 아주 정확한 계량도 하지 않고 재료 역시 그다지 통일성 있게 하지는 않는다.

거기까지 하려니 귀찮고, 막 궁금해서 미치겠다는 수준은 아니니까 그건 내키면 하는 것으로...

아래는 소프트오일(식용유) + 정제 스테아르산으로 만든 비누 제작 기록으로 만들 때마다 추가할 것이고 순서나 종류별 묶음 같은 것은 아마 없을 것, 그리고 중복되는 내용이 많을 테니 추가할 때마다 과정은 생략하거나 줄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비누만들기 오일 특성#스테아르산

포도씨유(95%) + Stearic Acid(5%), 저온.

재료 목록.

  • 포도씨유: 332.5g (95%)
  • 스테아르산: 17.5g (5%)
  • NaOH: 47.5g (순도98%)
  • 물: 110.9g
  • 파인 니들: 3.5g (1%)
  • 유칼립투스: 1.75g (0.5%)

오일 중량 350g, 총 중량 513.7g, 수분 중량 110.9g, 고형분 중량 397.5g.

에센셜 오일이 들어갔기 때문에 순비누와 비교하면 비누화 속도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비누 제작 당시의 온도.

  • 실내기온: 20℃
  • Lye: 15~20℃
  • 베이스오일: 15~20℃
  • 에센셜오일: 실온과 동일

오일과 Lye 온도가 15~20인 이유는 주방이 반쯤 실외라 두 가지 재료 모두 실외 기온에 맞춰졌을 것이지만 실내로 옮긴 후 약 30분 정도 방치했기에 그렇다. 용기를 손으로 만져보면 싸늘하긴 하지만 차갑지는 않고 실내에 있는 다른 금속 및 나무 재질을 만졌을 때와 별로 차이가 느껴지지 않아서 그렇게 기록했다.

오일을 녹이는 방법은 비커에 포도씨유를 넣고 스테아르산을 추가한 다음 전자레인지에서 30초 + 30초 + 10초 + 10초 같은 방식으로 스테아르산을 완전히 녹이되,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지 않게 했다.

오일과 Lye는 주방에 놔두고 식혔는데 완전히 싸늘하게 식은 상태에서 오일은 반쯤 굳은 젤리같은 형태였다. 비커를 흔들면 표면이 출렁이는 것이 보이지만 그렇다고 표면만 막이 생기고 안쪽은 완전 액체인 상태는 아니다.

오일과 Lye 온도를 상당히 낮게 잡은 이유는 전에 만든 비누의 경우 섞기 전 재료 온도가 50℃ 이상이어서 그것과 비교하고 싶어서 이렇게 낮게 잡았다. 결과는 음...

오일 위에 떠 있는 하얀 알갱이가 Stearic Acid.
스테아르산의 녹는점은 약 70℃
완전히 녹이면 투명해진다.

비누 반죽 교반.

반쯤 굳은 오일이지만 막대를 이용해서 굳은 오일을 몇 번 저으면 그래도 액체라고 느껴질 정도의 형태가 되었다. 이렇게 만든 후 Lye를 부었다.

교반은 처음에는 1cm 직경의 PVC 막대로 했고 잠시 후 미니 드릴 9V 구동으로 약 1~3분간 작업, 그 후 비누틀에 붓기 전까지 약 10분~20분은 다시 PVC 막대로 저었다.

교반 시 주걱은 아예 사용하지 않았고, 막대로 비누 반죽이 비커를 벗어나지만 않을 정도로 강하게 휘저었는데, 때에 따라 비커를 기울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자세로 작업했다.

트레이스는 저온인데다 손으로 저었음에도 순식간에 발생했다. 아마 Stearic Acid가 빠르게 반응하여 단단해진 것으로 보이며 포도씨유는 거의 반응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이유는 작업중 비누 반죽의 온도가 거의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비커 내부에서 반응한 물질이 별로 없다는 것.

그 후 비누 반죽이 적당한 점도가 되고 색이 밝아진 채 더 이상 변화가 없어 보일 때 향료를 섞었다. 향료를 섞은 이후에도 그 전과 마찬가지로 PVC 막대를 사용해서 비커를 기울이며 색이 균일해 질 때까지 힘차게 섞어 주었다.

나중에 비누가 다 굳고 나서 생각하니 그래도 교반이 부족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재료가 차가웠으므로 더 오랫동안 저어야 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스테아르산 때문에 가짜 트레이스가 난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균일한 색만 생각하고 있었다.

음... 스틱 블렌더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비누 만들 때 쓰기엔 아까워서 아끼고 있었더니 이래저래 실수가 잦다. 차라리 블렌더를 하나 더 살까?

Stearic Acid 5%에도 생각보다 높은 온도에서 굳는다. 눈대중으로 25~30℃에서 굳기 시작하는 듯.
하지만 굳어있어도 막대로 저으면 대강 액체 비슷해진다.
균일한 색의 비누 반죽.
트레이스 발생. 그러나 완성 후 생각하니 가짜트레이스다.
에센셜오일 투입.

비누틀에 붓기.

비누를 틀에 부은 시점: 2020-10-11 00:00

비누 반죽을 틀에 부을 때는 딱 붓기 좋은 점도였다.

반죽 온도의 경우 측면을 에어캡으로 보온 한 프링글스 통에(사실은 노브랜드 감자칩 통) 붓고 두 시간, 네 시간 째에 비누틀 밑면의 금속 부분을 만져 보았는데 두 경우 모두 온도가 전혀 오르지 않고 오히려 싸늘하기만 했다.

비누 반죽의 점도 참고. 이 정도 기울기에 이 정도 흐름이다.

비누틀에 부은 뒤의 상황.

비누의 굳음 상태는 2, 4, 12시간 째에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 표면의 물기가 졸아들어 있었지만 아직 반죽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래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대략적인 상태.

 

24시간: 2020-10-12 00:00, 대부분 물기가 사라지고 어느 정도 굳은 것으로 보였지만 아직은 단단하지 않아 보인다.

 

40시간: 2020-10-12 16:00, 물기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비누틀이 실리콘이 아니라 측면을 눌러볼 수 없어서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44시간: 2020-10-12 19:45, 글리세린이 비누 상면에 좁쌀 크기의 방울로 무수히 솟아나와 있는데 양을 봐선 분출 시작이 그리 오래되진 않은 것 같다. 아마도 19:30 쯤에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한다.

비누를 틀에 붓고 44시간째에 글리세린이 솟아나왔다.

 

48시간: 2020-10-13 00:00, 비누 상면이 거의 다 글리세린으로 덮여 있다. 약간 기울여서 글리세린이 비누 위를 완전히 덮도록 함.

 

60시간: 2020-10-13 12:00, 여전히 비누 위에 글리세린이 고여 있다. 변화 없는 듯.

 

66시간: 2020-10-13 18:30, 글리세린이 조금 줄어든 느낌이다. 하지만 큰 변화는 없고 여전히 비누 위쪽은 글리세린에 잠겨있다. 그런데 이게 진짜 글리세린인지 물인지는 모르겠다.

 

84시간: 2020-10-14 12:00, 글리세린은 변화가 없고 비누 윗면이 약간 변색된 것 같다. (착각, 변색없음)

 

108시간: 2020-10-15 12:00, 변화 없음. 위쪽에 고인 글리세린을 따라서 버리고 물로 헹군 뒤 방치하여 상부를 말림. 글리세린(or물)은 pH가 13~14이상으로 매우 높았다.

보통은 재흡수 되던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표시 한계 초과
pH 13~14 혹은 그 이상.

비누를 분리한 후.

113시간째인 2020-10-15, 19:00경 비누를 분리했다.

상태는 비누의 일부가 극단적으로 무르며 비누 외곽에 큰 얼룩이 있지만 잘라서 내부를 확인하니 거의 균일한 색을 지녔다.

무른 정도는 자른 비누 조각을 옮기기 위해 살짝 쥐는 정도의 힘에도 손가락 자국이 생길 정도인데 흰색 부위보다는 노란색 부위가 더 무른 것 같았다.

커다란 얼룩이 보이는데 냄새나 촉감을 보아 글리세린 + 에센셜오일 같은 느낌이었다.
비누 윗면. 꺼내기 전에는 잘 만들어 졌다고 생각했지만...
비누 아랫면
특히 노란색 부분이 극단적으로 무르다.
비누를 자른 뒤 절단면
비누 안쪽은 겉과 다르게 꽤 균일하다.
뒤에서 조명을 비춰도 특별한 차이 없이 비교적 균일하게 보인다.

 

자른 비누는 건조대에 올려놓았지만 한 개는 테스트를 위해 즉시 사용해 보았다.

거품은 손 씻을 때 보통이었고 양말 한 켤레를 세탁 해 보니 거품 양이 제법 풍부하며 쉽게 꺼지지 않는 거품이 나왔다. 시판 빨래 비누보다는 좀 떨어지는 거품이지만 그래도 버금가는 수준은 된다고 느껴진다.

세정력은 양호한 편이며 손을 씻어보니 강한 염기 특유의 "저림과 손끝이 불어서 쭈글거리는 현상"이 없었다.

수산화나트륨 용액 같은 경우는 묻어 있을 때는 손끝 지문 부위 근처가 저릿하며 재빠르게 씻어내도 금세 손이 쭈글쭈글해지는데 이 비누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아 내부의 수산화나트륨은 대부분 반응에 참여해서 정상적인 비누 수준으로 내려온 것 같다.

하지만 한두번이 아니고 여러 차례 손을 씻고 빨래한 뒤에는 손끝이 조금 쭈글거렸고 손가락 부분이 약간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심하지는 않았고 살짝만 땀이 나도 괜찮아질 딱 그 정도 당김이었다.

그렇지만 얼굴 피부는 아주 민감하니 극 지성 피부가 아닌 다음에는 얼굴에 사용하기 조금 곤란할 듯하다.

얼굴 씻는데 사용해 보니 다른 비누랑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하드오일 비율이 높은 비누보다 더 부드러운 느낌으로, 머리감기 및 세안에 사용할 때도 거품이 더 부드러운 느낌이고 세안 후에도 피부가 당기는 것도 훨씬 적어서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수준이었다. (기온:19℃, 습도:60%)

세안 후 얼굴에 뭘 바르긴 했지만 그냥 수분젤이라 효과가 엄청 크진 않고 여태 다른 비누를 쓰면서 항상 사용하던 패턴 그대로다.

 

그 외는 비누가 굉장히 물러서 소모가 높고 거기에 더해 수분 저항이 상당히 낮아 보인다. 비슷한 비율로 전에 만든 비누는 수분 저항이 꽤 높았는데 이번에는 왜 이런가? 차이점은 아마 콩기름 <> 포도씨유, 고온 <> 저온의 차이일 듯하다.

그런데 수분 저항이 낮기는 해도 부위마다 약간 달랐다. 비누 받침대에 올려놓아도 하얀색 부분은 물기가 고인 부분이 콩기름 100%비누처럼 흐물거리며 반쯤 녹은 상태가 되었는데 노란색 부분은 그정도는 아니었다.

콩기름 100%로 만든 비누는 젤화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이 비누는 스테아르산이 첨가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재료가 군데군데 몰려서 그런지 차이가 약간 있었다.

음... 하루도 채 안 써 본 거지만 거의 색상별로 차이가 있는 듯하니까 스테아르산과 젤화 여부가 이런 차이를 나타내는 게 아닐까?

 

원래 비누가 그럭저럭 잘 만들어지면 pH는 확인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비누가 이상하게 만들어졌으니 테스트를 해 보았다.

pH 테스트는 비누에 물을 묻혀 붓으로 문지른 뒤 테스트지에 발랐는데 pH가 대략 8근처로 나온다. 낮게 잡으면 7.5 ~ 높게 잡으면 8.5정도?

비누의 pH는 대략 8정도로 보인다.

비누 건조 상황

건조 2주차 (2020-10-29)

젤상에 돌입한 안쪽 부분은 여전히 무르지만 분리 직후처럼 살짝 쥐는 수준으로 뭉개지는 정도는 아니고 손가락으로 약간 힘을 주면 쉽게 자국이 나는 정도.

비누 바깥의 하얀 부분은 다소 단단해서 비누를 옮기거나 사용하기 위해 쥐는 정도로는 아무렇지도 않다.

그리고 하얀 부분이 분리 직후는 아주 얇은 껍질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훨씬 두꺼워졌다. 경계면이 그라데이션을 이루고 있어서 딱 얼마라고 집을 수는 없지만 두꺼운 쪽은 약 5mm 정도 되어 보인다.

거품은 초기와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세정력은 미묘하게 늘어난 느낌?

향은 은은한 수준인데 파인 향은 거의 없고 유칼립투스가 지배적이다.

건조 6주차 (2020-11-28)

다락방에 놓고 약 6주간 건조했는데 다른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그동안 비가 오는 날이 몇 번 있었고 그때마다 표면에 물기가 맺혔다. 비가 그치고 날이 개면 비누 표면에 맺힌 물방울도 사라졌으나 일부는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다행히 그 물방울이 맺혔던 흔적을 제외하면 다른 변화는 없었다.

날이 습하면 비누 표면에 물기가 생기는 것 자체는 예상했었지만, 혹시 DOS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이었는데 DOS는 하나도 없었다. 다행이다.

 

아무튼, 비누의 상태를 이야기하면 아주 좋다.

처음 만들었을 때 살짝 쥐기만 해도 뭉개지던 표면은 아직도 좀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제법 단단해서 대충 막 다뤄도 아무 문제가 없고(꽉 쥐면 찌그러짐), 겉은 완전히 말라서 필러로 깎으면 단단한 느낌과 함께 살짝 바스러지며 안쪽은 수분이 있어 촉촉하다.

그리고 비누의 최심부는 촉촉함보다는 껌처럼 혹은 카라멜처럼 다소 끈적이는 느낌인데, 스테아르산을 넣지 않은 콩기름 100% 비누를 잘라 보았을 때와 완전히 동일하다.

 

따듯한 물로 손빨래 테스트.

세정력은 평범하게 콩기름(식용유)으로 만든 비누와 같다. 거품은 스테아르산이 없는 콩기름 비누보다 약간 더 많은 정도인데, 따뜻한 물로 빨래를 하면 세탁용으로 써도 될 정도로 풍부한 거품이 나온다. 시험 삼아 (따뜻한 물로) 양말과 수건을 손빨래를 해보니 비누가 다소 무른 편이라 소모가 약간 빠른 느낌 외엔 빨래용으로도 제법 괜찮은 비누였다.

수분에 대한 저항은 다소 높은 편이라 대충 써도 되지만 비누 받침대의 구조 등으로 계속해서 물기에 노출되면 비누가 약해져서 살짝 일그러지기도 한다.

이때 수세미 등의 거친 표면에 비누를 문질러 보면 상당히 많은 양의 비누가 깎여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비누를 세게 쥐면 찌그러지지만 고의적으로 비누를 뭉개려는게 아닌 이상 평범하게 쓸 때는 다소 무르긴 해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처음 이 비누를 만들었을 때는 이거 완전히 실패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6주간 건조하니 정상적인 비누와 같아졌다.

사실 4주 차쯤에도 겉 부분을 만져보았을 때는 비슷했으니 큰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이거 추가 테스트가 필요 없겠는데?

포도씨유 95% + 스테아르산 5%, 다락에서 6주 후.

 

6주간 건조시키니 겉바속촉 상태가 되었다.

 

바짝 마른 비누 단면.

 

필러로 벗겨낸 비누.

 

비누의 가장 안족은 끈적이는 껌 혹은 카라멜 같은 느낌이다.

 

원래는 스테아르산 함량에 따른 비누 상태를 비교해 볼 생각이었지만 건조 후의 비누 상태를 보니 추가 테스트는 필요 없을 듯하여 일단 종료한다.

어찌 되었든 충분한 시간을 들여 건조만 잘하면 초기 상태가 두부 수준이었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