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금 비누 1 (콩기름95, SA5, 소금5, 클레이)

2021. 3. 1. solo

콩기름과 스테아르산으로 만든 소금비누.

콩기름 같은 식용유 기반의 비누는 대개 수분에 약해서 습한 환경에서는 잘 녹으며 비누 소모가 빠른 단점이 있다. 스테아르산을 소량 첨가하면 개선되긴 하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닌데, 그렇다고 팜유나 코코넛 오일 등을 사용해서 비누를 만들기에는 조금 번거로운 부분이 있어서 소금비누를 만들어 보았다.

스마트폰에서 메모하면서 만들었고 메모 이름은 SO-Salt2. 동일한 구성에 소금 2%, 향료가 다른 시리즈 비누는 SO-Salt1으로 기록되어있다. 지금을 일단 SO-Salt2만 블로그에 기록한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면 이 소금비누는 거품이 많지는 않지만 소금 양을 생각하면 선방하는 수준. 거품이 적다고는 해도 손 같은 맨살이 아닌 수세미나 머리카락 등 내부에 작은 공간이 무수하게 있는 곳에서는 아주 풍부한 거품이 발생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소금비누를 사용해서 맨손으로 설거지나 손빨래를 했을 때 손이 마른 뒤에는 보송보송한 느낌이 남는다.

소금 비누 재료 목록

  • 콩기름: 285g
  • 스테아르산: 15g
  • 소금: 15g (5%)
  • NaOH: 41.8g (순도98%)
  • 물: 134.7g => 수분 비율 44.9%
  • 핑크클레이: 3g
  • 향료: 오트밀 F.O 0.25%

* 이 레시피의 스테아르산은 40g의 시어버터로 대체할 수 있다. 콩기름 260g, 시어버터 40g이 되면 (98%)NaOH는 41.5g을 사용한다.

비누 만드는 법 (기초, 공통)

  1. 오일을 계량하고 녹인다. (or 녹인 뒤 계량)
  2. 유상 재료를 녹인 오일과 잘 섞는다.
  3. 물과 수상 재료를 계량하여 잘 섞는다.
  4. 수산화나트륨을 계량한 뒤 물에 녹여 Lye를 만든다. (*위험하니 주의)
  5. 오일과 Lye의 온도를 필요한 온도로, 비슷하게 맞춘다. (보통 30~50℃)
  6. Lye를 주걱에 대고 조심스럽게 부으며 오일에 넣는다.
  7. 핸드블렌더나 드릴, 주걱 등의 도구로 혼합된 재료를 잘 섞는다.
  8. 트레이스가 생기면 향료와 색소를 넣고 다시 잘 섞은 뒤 틀에 붓는다.
  9. 비누의 경화가 완료되면 꺼내서 자른 뒤 4~6주 건조하여 사용한다.
물은 가능한 정제수를 사용.

수돗물은 녹이나 기타 금속이온 등이 비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데,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으나 결코 좋다고 말 할 수는 없다.

트레이스는 추적, 흔적이라는 뜻.

비누 반죽의 점도가 충분히 오르면 주걱으로 그었을 때 주걱이 지나간 자리가 남아 있는데, 이때 주걱을 들어 올리면 주걱에 묻은 비누 반죽이 떨어진 후 가라앉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흔적의 연하고 진하고에 따라 얇은 트레이스, 두꺼운 트레이스 등으로 불리며 최소한 얇은 트레이스는 발생한 뒤에 틀에 붓는 것이 좋다. 보통 별 모양을 그려서 없어지지 않는지 확인한다.

향료와 색소는 트레이스가 발생한 후 투입.

색소는 발색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향료는 종류에 따라 트레이스를 급격히 가속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억제하여 비누 반죽을 무르게 만들기도 한다. 비누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향료의 영향을 받으면 비누의 상태를 착각할 수도 있고 만들 때 불편하기도 해서 보통은 트레이스가 생긴 후 넣는다.

오일을 전자레인지에서 녹이기.

하드오일이 포함된 레시피에서 전자레인지로 오일을 녹일 때 전자레인지 가동 시간을 한번에 길게 하면 오일이 끓어오를 위험이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내열성이 뛰어나지 않은 용기의 경우 변형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안전을 위해 오일의 총량에 따라 10~30초 단위로 전자레인지를 동작시키고 오일을 흔들어 주는 것을 반복하여 온도가 지나치게 오르지 않게 해야 한다.

수산화나트륨 주의 사항

수산화나트륨은 매우 강한 염기성-부식성 물질이며 물과 만나면 많은 열이 발생하므로 Lye 제조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반드시 차가운 물에 수산화나트륨을 "조금씩" 넣어야 하고 그 반대는 절대로 안된다. 잘못하면 폭발하거나 끓어 넘쳐서 피부와 안구에 심각한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차가운 물에 수산화나트륨을 조금씩 넣되 가능하면 큰 그릇에 찬물을 받아 중탕하듯 열을 식혀주면 더 좋은데, 이 때 수산화나트륨을 섞는 그릇은 절대로 알루미늄을 사용하면 안 된다.

비누 제작 기록

이 비누를 만들 때 주의할 점이 있는데, 트레이스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트레이스 속도를 느리게 하려면 오일 온도를 낮추면 되지만 그렇다고 온도를 마냥 낮출 수도 없는데, 대략 35℃ 아래에서 오일이 굳기 시작해서 그렇다.

오일과 Lye를 섞으면 열이 발생하니 35℃까지는 괜찮겠지만 기다리다 지쳐 약 40℃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 당시 온도는 다음과 같다.

실내 18℃, 오일 40℃, Lye 40℃.

소금은 정제염 90%의 식용 소금을 사용했으며 처음부터 물에 녹여서 Lye에 포함된 상태였고 클레이(색소)와 향료는 틀에 붓기 전 마지막 단계에서 섞었다. 클레이의 경우 따로 물과 섞어 놓은 뒤 투입했는데 그래도 일부 뭉쳐서 점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다.

트레이스가 워낙 빠르다 보니 오일과 Lye를 섞고 교반하면 급격히 점도가 올라 금방 중간 트레이스 정도가 되지만 그렇다고 바로 작업을 그만두면 비누 반죽이 제대로 안 섞이고 따로 놀면서 일종의 층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트레이스는 금방 생겼지만 약 20분간 미니 드릴과 주걱질을 반복하며 비누 반죽을 잘 섞어준 뒤 틀에 담았다. 보온은 지관 측면에 에어캡을 두르고 골판지 상자 안에 넣었다. (21-02-23 00:10)

비누를 틀에 붓기 전 최종 상태는 두꺼운 트레이스 상태로 제법 된 죽과 비슷하게 툭툭 떨어지는 형태였고 아슬아슬하게 "부어서" 틀에 넣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조금 더 진행되었으면 붓지 못하고 주걱으로 퍼 담아야 했을 것이다.

비누 분리는 18시간째인 21-02-23 18:10에 했는데, 비누에서 얼룩이 보이지 않으며 표면 촉감도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이었다. 절단도 별로 힘들이지 않고 매우 부드럽게 잘 되었고 비누가 칼에 묻어 나오지도 않았지만 절단 후의 비누는 조금 약해 보였다. 그러나 손으로 쥐는 정도로 찌그러질 정도는 아니다.

향료 양이 너무 적어서 비누가 완성된 후에는 오트밀 향이 거의 안 났고 소금 비율이 높아서인지 SO-Salt1에 비해 색이 밝았는데, 절단 후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좀 더 밝아지는 것 같았다.

 

작업 당시 오일 온도는 약 40℃.

 

소금과 스테아르산 때문에 순식간에 트레이스가 생긴다.

 

비누 반죽을 틀에 부은 모습.

 

틀을 바닥에 좀 쳐서 평평하게 만들어준다.

 

분리된 소금비누. 아주 깔끔하다.

 

얼룩도 없고 찌그러진 곳도 없다.

사용감

건조 약 6일째인 03.01에 비누 하나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신문으로 싸서 상자에 넣었다.

비누는 매우 단단해서 엄지로 측면을 강하게 눌러도 자국은 상당히 얕았는데, 몰딩 시점 기준 약 52시간 먼저 제작되었고 무엇보다 수분 비율이 더 낮은 SO-Salt1보다 눈에 띄게 단단하며 송곳으로 이름을 새길 때 보이는 표면의 경도도 이 비누가 더 높았다.

거품 양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평범한 콩기름 비누에 가깝고 비누를 어디에 묻혀서 쓰는지에 따라 차이가 크다.

그리고 겨우 하루 사용이긴 한데, 소금을 소량 넣은 비누에서 보이는 비누 표면이 가죽처럼 층이 지고 밀리는 현상이 아직은 없다(SO-Salt1은 있음). 온수를 사용해도 그렇고 냉수를 사용해도 그랬는데, 여태 만든 다른 비누는 건조기간에 따라 이런 특성이 크게 차이 나지는 않았으니 아마 이 소금비누도 시간이 지났을 때 비슷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 생각된다.

비누의 소모량은 소금과 스테아르산을 첨가한 비누 치고는 다소 빠른 편이었는데, 설거지 한번, 손빨래 두 번, 기타 손 씻기 여러 번 정도로 사용했고 비누 크기를 재어보지는 않았지만 대강 1/4 정도 줄어든 것 같다. 이건 아마 건조가 덜 된 영향도 있을 것이다.

 

아주 대략적이라 테스트라기엔 좀 그렇지만 03.01 밤 ~ 03.02 아침까지 비누 받침대에 올려놓은 채 수시로 물을 부어서 비누 아랫면이 얼마나 불게 되는지 알아봤는데, 다른 비누에 비해 비누 아랫면이 덜 분다는 것은 확실했다.

하룻밤 정도 수시로 물을 부은 뒤의 소금비누 아랫면.

바로 위 사진이 그 상태인데, 비가 오는 날이라 습도가 매우 높았고 밤중에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마시는 등 활동이 있을 때마다 약 반컵 정도의 물을 부었으며 물빠짐이 썩 좋지 않은 비누 받침대에서 이정도라는 것은 팜유가 없는 비누치고는 제법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특이점은 사진에 보이는 하얀 부분을 수세미에 묻혀서 비벼보니 다른 부위에 비해 거품이 확연히 적었다는 것이 있다.

2021.05.02

신문지에 싸서 보관한 비누 중 새로운 덩어리 하나를 꺼내 사용해 보았다.

아직 본격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찬물로 손 씻을 때 사용했는데 거품이 상당히 풍부하고 큼직하게 나온다. 이거 따로 테스트할 필요가 없겠는데?

단단함의 경우 엄지 손가락으로 힘줘서 눌러도 자국이 전혀 남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다.

건조 기간의 경우 비누 분리를 2월23일에 했으니 2개월 조금 넘게 건조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