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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피 주방비누 만들기 2 (콩기름, 소금5, 설탕2)

2021. 3. 13. solo

오일에 Lye를 부은 직후의 모습.

콩기름 100%로 계피 주방비누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스테아르산 없이 소금과 설탕을 첨가했는데 소금은 비누의 단단함을, 설탕은 거품을 늘려주는 역할로 넣었다. 이 비누 역시 전에 만든 소금 비누의 연장선이다.

그런데 오늘 만든 계피 주방비누는 소금 비율이 좀 높다 보니 물도 많이 들어가서 트레이스가 거의 없이 무르기에 조금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콩기름 100%에 소금까지 많이 넣어서 거품은 적을 수 있지만 여태 만든 비누를 보아 수세미에 묻혀서 쓸 때는 어지간해선 문제가 없을 것이고, 함께 사용한 설탕으로 인해 풍부한 거품이 나올 가능성도 제법 높다고 본다.

여태 비누를 만들며 블로그에 기록하지 않은 비누 중 설탕을 사용했을 때 비율에 따라 푹신하며 아주 풍부한 거품이 나오는 경우가 꽤 있어서 이번 주방비누도 다소 기대 중이다. 그래도 소금을 이만큼 많이 사용한 비누에는 설탕을 처음 넣어봐서 좀 불안하긴 하다.

재료 목록

  • 콩기름: 300g
  • 소금: 15g (5%)
  • 설탕: 6g (2%)
  • NaOH: 41.8g (순도98%)
  • 계피 우린 물: 135g
  • 수분 비율: 45%

만드는 법 (기초, 공통)

  1. 오일을 계량하고 녹인다. (or 녹인 뒤 계량)
  2. 유상 재료를 녹인 오일과 잘 섞는다.
  3. 물과 수상 재료를 계량하여 잘 섞는다.
  4. 수산화나트륨을 계량한 뒤 물에 녹여 Lye를 만든다. (*위험하니 주의)
  5. 오일과 Lye의 온도를 필요한 온도로, 비슷하게 맞춘다. (보통 30~50℃)
  6. Lye를 주걱에 대고 조심스럽게 부으며 오일에 넣는다.
  7. 핸드블렌더나 드릴, 주걱 등의 도구로 혼합된 재료를 잘 섞는다.
  8. 트레이스가 생기면 향료와 색소를 넣고 다시 잘 섞은 뒤 틀에 붓는다.
  9. 비누의 경화가 완료되면 꺼내서 자른 뒤 4~6주 건조하여 사용한다.
물은 가능한 정제수를 사용.

수돗물은 녹이나 기타 금속이온 등이 비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데,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으나 결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트레이스는 추적, 흔적이라는 뜻.

비누 반죽의 점도가 충분히 오르면 주걱으로 그었을 때 주걱이 지나간 자리가 남아 있는데, 이때 주걱을 들어 올리면 주걱에 묻은 비누 반죽이 떨어진 후 가라앉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흔적의 연하고 진하고에 따라 얇은 트레이스, 두꺼운 트레이스 등으로 불리며 최소한 얇은 트레이스는 발생한 뒤에 틀에 붓는 것이 좋다. 보통 별 모양을 그려서 없어지지 않는지 확인한다.

향료와 색소는 트레이스가 발생한 후 투입.

색소는 발색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향료는 종류에 따라 트레이스를 급격히 가속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억제하여 비누 반죽을 무르게 만들기도 한다. 비누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향료의 영향을 받으면 비누의 상태를 착각할 수도 있고 만들 때 불편하기도 해서 보통은 트레이스가 생긴 후 넣는다.

오일을 전자레인지에서 녹이기.

하드오일이 포함된 레시피에서 전자레인지로 오일을 녹일 때 전자레인지 가동 시간을 한번에 길게 하면 오일이 끓어오를 위험이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내열성이 뛰어나지 않은 용기의 경우 변형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안전을 위해 오일의 총량에 따라 10~30초 단위로 전자레인지를 동작시키고 오일을 흔들어 주는 것을 반복하여 온도가 지나치게 오르지 않게 해야 한다.

수산화나트륨 주의 사항

수산화나트륨은 매우 강한 염기성-부식성 물질이며 물과 만나면 많은 열이 발생하므로 Lye 제조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반드시 차가운 물에 수산화나트륨을 "조금씩" 넣어야 하고 그 반대는 절대로 안된다. 잘못하면 폭발하거나 끓어 넘쳐서 피부와 안구에 심각한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차가운 물에 수산화나트륨을 조금씩 넣되 가능하면 큰 그릇에 찬물을 받아 중탕하듯 열을 식혀주면 더 좋은데, 이때 수산화나트륨을 섞는 그릇은 절대로 알루미늄을 사용하면 안 된다.

비누 제작 기록

이번 계피 주방비누는 여태까지 만든 계피 비누와 다르게 계피 분말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뜨거운 물에 우려서 사용했다. 약 150ml의 물에 계피 가루를 시약 스푼으로 한번 퍼서 넣고 전자레인지에서 끓인 뒤 식히고 그것을 필터로 걸러 맑은 계피 물만 사용했다.

그 계피 물에 소금과 설탕을 녹이고 NaOH를 섞었는데, NaOH를 섞어도 색만 조금 뿌옇게 변할 뿐 계피 냄새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계피 가루를 요만큼 사용.
계피 가루를 뜨거운 물에 우려서 필터로 거른다.
필터로 거른 후. 딱 수정과 냄새다.

 

비누 제작 당시 작업 온도는 기온 15℃, 오일 60℃, Lye 50℃. 경화 기간 약 5일이다.

비누 반죽을 틀에 붓기까지.

재료 구성을 보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겠지만 이번 계피 주방비누는 정말 지독하게 트레이스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작업을 한 번에 계속 연달아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교반 하고 좀 방치하다가 다시 작업하는 식으로 진행했고 총 교반 시간은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그런데 특이점이 하나 있었다. 보통 비누 반죽의 점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올라가는데 반해 이 비누의 경우 그 반대였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비누의 교반과 휴식을 반복하던 중 미니 드릴의 전압을 9v, 12v로 올려서 작업할 때 나타났는데, 드릴로 한동안 휘저으니 비누 반죽이 매우 뻑뻑해지며 죽처럼 툭툭 떨어지는 상태가 되었다가 틀에 붓기 위해 주걱으로 섞으니 점점 비누 반죽이 물러져서 트레이스가 사라졌다.

잉? 하며 내가 착각했나 싶어 여러 번 같은 작업을 반복해 봤으나 마찬가지, 일반적인 비누와 완전히 반대의 특성을 보였다.

예전에 테스트한 소금비누는 이런 일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진도 남아 있으니 착각했을 리는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계피가 원인이라기엔 분말 상태로 넣긴 했지만 여태 만든 계피비누의 상태와도 너무 차이가 난다. 그럼 결국 설탕이 문제라고 봐야겠지.

왜?

설탕이 비누를 녹이는 용제의 역할을 해서? 그렇다면 일관된 행동을 보여야지 빠르게 섞을 때는 뻑뻑하다가 가만히 놔두면 묽어지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런 동작은 재료를 서로 뭉치게 해서 큰 덩어리로 만드는 느낌이다. 스테아르산 핸드크림 만들 때 보았던 SA가 지들끼리 뭉치면서 덩어리가 생기고 물과 분리되어 전체 점도는 확 낮아지던 딱 그런 행동.

뭐... 어차피 지금으로써는 정확한 원인은 모르고 분석하고 앉아있기도 힘드니 일단 비누의 경화 결과를 보고 판단해도 되겠지. 설탕 10%를 넣은 비누도 문제없이 만들어졌으니 큰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일말의 불안감은 있지만...

 

재료 구성 상 트레이스는 잘 나오지 않는다.

 

분명 트레이스가 생겼는데...

 

트레이스가 생겼다가 다시 사라진다.

 

틀에 부은 비누.

 

비누를 틀에서 분리. (21-03-19)

비누를 틀에 부은 지 5일째, 약 121시간째 틀에서 꺼냈다. 비누가 아주 물러서 세게 쥐거나 부딪히면 찌그러지지만 경화가 덜되어 그런 것은 아니고 애초에 수분 함량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라 건조하면 단단해질 것이다..

비누의 색은 겉면은 밝지만 안쪽은 밝고 탁한 분홍색인데, 계피 향은 나지 않고 약간 비릿한 듯 시원한 느낌의 약 냄새 같은 게 난다. 이 부분은 여태 만든 다른 계피 비누도 마찬가지였으니 시간이 지나면 계피 향이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비누가 빨간색이지?

계피 비누로 검색해 보면 다른 사람이 만든 계피 비누는 대부분 거뭇한 색이던데 왜... 난 그 색이 더 마음에 들던데.

농도 차이는 아닌 거 같고... 계피 종자가 다른 건가? 내가 가지고 있는 계피 가루는 봉투에 시나몬이라고 쓰여 있긴 한데 계피 가루 냄새도 그렇고 삶아서 계피 물을 만들었을 때 딱 수정과 냄새던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나중에 시간 날 때 시장에서 통계피를 사서 만들어 봐야겠다.

 

틀에서 꺼낸 모습.

 

분리 후 절단한 계피 비누.

건조 중 특이한 변화.

계피 비누를 건조대에 올린지 약 3일, 21-03-21 비누를 확인하니 뭔가 얼룩이 진 듯해서 자세히 살펴보니 색이 변하고 있었다. 거의 건조 하루쯤에 비누가 단면까지 하얀색으로 변했는데 이젠 하얀색이 사라지며 노르스름하게 변하고 있었고 그게 얼룩 형태로 보였던 것이다.

처음 겪는 현상인데 이유를 모르겠네. 비누가 하얀색이 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다시 노랗게 되다니 이건 대체 무슨 조화냐?

색 이외에 특이한 점은 또 있는데. 계피 향이 하나도 안 난다. 다른 향이 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無 향이다.

그리고 다음 날 확인했을 때는 다시 비누 표면에서 노란 부분은 줄어들고 흰색이 많아진 상태. 음... 뭐지?

 

비누의 색이 변하고 있다.

 

건조 3일째.

 

여기서부터 건조 4일째.

 

다시 흰색으로 변하는 중.

 

옆구리 뿐만 아니라 단면도 같은 현상이다.

사용감

건조 4주+2일째인 2021.04.17에 제일 위쪽의 비누를 사용해 보았다. 결론은 평범한 콩기름 비누. 사진은 특별한 것이 없어서 추가하지 않는다.

비누 색은 완전히 하얀색으로 변했고 계피 냄새는 나지 않았는데, 몇 번 사용하면서 내부가 드러나자 노르스름한 색이 보였다. 그러나 계피 향은 여전히 없고 그냥 평범한 비누 냄새만 난다.

거품은 처음엔 아주 적은 편이었다. 수세미에 묻혀서 열심히 비벼도 크게 풍성한 거품은 아니었으나 사용하면서 내부가 드러난 뒤에는 제법 풍부한 거품이 생겼다.

그러나 여전히 세수나 손 씻기 용으로는 거품이 적어서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비누 거품이라기 보다는 로션이나 크림을 문지른 것 비슷한 모양으로 소금만 넣고 설탕을 넣지 않은 콩기름 비누와 비슷하거나 약간 더 적은 느낌이었다.

이것은 온수로 샤워하면서 사용해도 차이가 없었다. 샤워타월에 뭍혔서 사용할 때만 좀 풍성하게 거품이 나올 뿐 머리 감을 때도 다른 비누에 비해 거품이 적은 것이 느껴진다.

 

음... 하드오일을 쓰지 않으니 거품 나오는데 한계가 있구나.

거기에 계피 비누를 만들 때 통계피를 왜 그렇게 많이 쓰는지 알겠다. 조금만 쓰니까 그냥 계피 안 넣은거랑 차이가 없네.

아직 하루 사용이긴하지만 체크할 것은 다 체크한 것 같으니 이제 특별한 뭔가가 없는 한 업데이트는 없을 것이다.

비누의 윗부분과 아랫 부분이 서로 다르다.

2021.04.27. 기존에 사용하던 비누가 많이 닳아서 잘라 놓은 비누 덩어리 중 가장 아래쪽의 덩어리를 꺼내서 사용했는데, 조금 특이한 부분이 보인다. 처음 사용했던 비누에 비해 거품이 아주 잘 나오고 물에 좀 더 쉽게 분다는 점이다.

처음 사용할 때부터 제일 위쪽 덩어리와 차이점이 느껴졌고 손씻기, 세안, 설거지 등 여러 방면에서 눈에 띄게 거품이 많이 나왔다.

그렇다고 본격적으로 코코넛 오일을 넣어서 만든 비누와 비교할 수준은 아닌데, 그래도 단일 오일에 소금이 5%나 들어간 비누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용 전 비누를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좀 쉽게 파이는 성향이 있었고 사용 중에도 표면이 쉽게 녹지만 흐물거릴 정도는 아니었다. 새로운 비누의 사용 기간이 이틀 정도라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원인을 생각해보면 설탕이 비누 반죽의 아래로 가라 앉아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비누 제작 시 트레이스가 발생했다가 풀린 일이 있었으니 그게 아주 강하게 의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