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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주방비누 만들기 2 (콩기름, 소금2, 설탕2)

2021. 3. 14. solo

커피 주방비누.

콩기름 100%에 커피, 소금, 설탕을 첨가해서 만든 주방 비누. 세수나 머리 감기 등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처음 생각이 "주방용으로 커피 비누를 만들자!"였기에 주방용으로 분류한다.

제작 일자, 그러니까 틀에서 분리한 날은 2021-02-10이며 비누의 경화는 7.5일간 진행했다.

이 커피 주방비누의 사용감부터 이야기하면 "비누 소모가 다소 빠르며 거품 크기는 작지만 부드럽고 푹신한 거품, 그리고 비누가 생각보다 단단함을 잘 유지한다."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어디까지나 식용유 비누 치고는 단단할 뿐이지만 그래도 나름 쓸만한 느낌이다.

재료가 적은 편이라 비용도 많이 들지 않으면서 다루기 쉬운 재료로 적당히 쓸만한 주방 비누를 만들 수 있으니 제법 괜찮은 비누라고 생각한다.

재료 목록

  • 콩기름: 300g
  • 소금: 6g (2%)
  • 설탕: 6g (2%)
  • 커피: 3g (1%, 맥심모카골드마일드)
  • NaOH: 41.8g (순도98%)
  • 물: 114g (38%)

* 커피 1%는 조금 양이 많았던 것 같다.

만드는 방법 (기초, 공통)

  1. 오일을 계량하고 녹인다. (or 녹인 뒤 계량)
  2. 유상 재료를 녹인 오일과 잘 섞는다.
  3. 물과 수상 재료를 계량하여 잘 섞는다.
  4. 수산화나트륨을 계량한 뒤 물에 녹여 Lye를 만든다. (*위험하니 주의)
  5. 오일과 Lye의 온도를 필요한 온도로, 비슷하게 맞춘다. (보통 30~50℃)
  6. Lye를 주걱에 대고 조심스럽게 부으며 오일에 넣는다.
  7. 핸드블렌더나 드릴, 주걱 등의 도구로 혼합된 재료를 잘 섞는다.
  8. 트레이스가 생기면 향료와 색소를 넣고 다시 잘 섞은 뒤 틀에 붓는다.
  9. 비누의 경화가 완료되면 꺼내서 자른 뒤 4~6주 건조하여 사용한다.
물은 가능한 정제수를 사용.

수돗물은 녹이나 기타 금속이온 등이 비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데,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으나 결코 좋다고 말 할 수는 없다.

트레이스는 추적, 흔적이라는 뜻.

비누 반죽의 점도가 충분히 오르면 주걱으로 그었을 때 주걱이 지나간 자리가 남아 있는데, 이때 주걱을 들어 올리면 주걱에 묻은 비누 반죽이 떨어진 후 가라앉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흔적의 연하고 진하고에 따라 얇은 트레이스, 두꺼운 트레이스 등으로 불리며 최소한 얇은 트레이스는 발생한 뒤에 틀에 붓는 것이 좋다. 보통 별 모양을 그려서 없어지지 않는지 확인한다.

향료와 색소는 트레이스가 발생한 후 투입.

색소는 발색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향료는 종류에 따라 트레이스를 급격히 가속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억제하여 비누 반죽을 무르게 만들기도 한다. 비누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향료의 영향을 받으면 비누의 상태를 착각할 수도 있고 만들 때 불편하기도 해서 보통은 트레이스가 생긴 후 넣는다.

오일을 전자레인지에서 녹이기.

하드오일이 포함된 레시피에서 전자레인지로 오일을 녹일 때 전자레인지 가동 시간을 한번에 길게 하면 오일이 끓어오를 위험이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내열성이 뛰어나지 않은 용기의 경우 변형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안전을 위해 오일의 총량에 따라 10~30초 단위로 전자레인지를 동작시키고 오일을 흔들어 주는 것을 반복하여 온도가 지나치게 오르지 않게 해야 한다.

수산화나트륨 주의 사항

수산화나트륨은 매우 강한 염기성-부식성 물질이며 물과 만나면 많은 열이 발생하므로 Lye 제조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반드시 차가운 물에 수산화나트륨을 "조금씩" 넣어야 하고 그 반대는 절대로 안된다. 잘못하면 폭발하거나 끓어 넘쳐서 피부와 안구에 심각한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차가운 물에 수산화나트륨을 조금씩 넣되 가능하면 큰 그릇에 찬물을 받아 중탕하듯 열을 식혀주면 더 좋은데, 이때 수산화나트륨을 섞는 그릇은 절대로 알루미늄을 사용하면 안 된다.

비누 제작 기록

트레이스는 없었으며 제작 당시 온도는 다음과 같다.

  • 기온: 10℃
  • 오일: 60℃
  • Lye: 60℃

소금, 설탕, 커피는 처음부터 물에 녹여서 사용했고 수산화나트륨을 넣으면 커피로 인한 특유의 쩐내가 발생한다.

 

트레이스는 콩기름 100%답게 잘 생기지 않았다. 미니 드릴을 5v~12v로 전압을 증가시키며 1시간 30분 정도 교반을 해도 뻑뻑하지만 트레이스는 없는 상태라서 결국 포기하고 틀에 부었다. 최종 상태는 무른 스프 정도로, 주르륵 흐르는 모습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난 거지만 어제 만든 계피 주방비누에서 같은 일이 생긴 것을 보아 이 커피 비누 역시 설탕이 문제가 아니었나 하고 의심된다. 다음부터는 설탕을 사용하는 비누는 설탕을 트레이스 후에 따로 넣어봐야겠다.

 

비누는 틀에 부은 후에 약 7.5일간 경화시켰고 별다른 문제 없이 만들어져서 제대로 절단할 수 있었다. 절단 시 칼날이 들어가는 감각이 매우 부드럽고 저항감 없이 들어갔는데, 그렇다고 비누가 찌그러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며 칼날에 묻어 나오는 것도 매우 적었다.

비누 단면의 색 역시 매우 균일하며 특별한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지만 향은 뭐랄까... 다소 구수한 느낌?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나쁘다고 할만한 냄새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냥 냄새를 맡을 때는 나름 괜찮았지만 실제 사용 시 거품에서 나는 냄새는 좀... 내게는 악취로 느껴졌다. 커피를 1% 밖에 안 써서 괜찮을 거라 방심하고 있다가 이런 일이 생겼는데, 다음에 커피비누를 만들 때는 양을 좀 줄여야겠다.

실제 커피를 마실 때 물 100~150ml에 1 티스푼, 대략 1g 근처고 내 경우 오일 300g에 물 100g을 쓰는 게 일반적이니 1/300 이하, 그러니까 0.3~0.2% 이내로 사용하는 게 좋겠다.

 

건조 중에는 비 오는 날에도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지 않았다.

 

커피비누 단면.

 

커피비누 측면.

비누 사용감

4주 건조 후 03-10부터 사용했으며 비누는 상당히 단단하며 탄성이 있어서 옆구리를 엄지로 아주 강하게 눌러도 심하게 파이지 않았다.

찬물에서도 비교적 거품이 잘 나오며 세수, 머리 감기 등에 사용하면 부드럽고 푹신한 거품이 나오고 손빨래나 수세미에 묻혀서 설거지를 하면 제법 풍부한 거품이 발생한다.

커피 때문에 거품에서는 썩 좋다고 하기 어려운 냄새가 나는데, 피부나 식기에 남지 않아서 냄새도 전혀 남지 않으므로 큰 문제라고 하기는 어렵다.

피부에 자극은 없지만 미세한 상처가 난 곳에 들어가면 좀 따갑고, 사용 후 피부가 마르면 약간의 보송함과 매끈함이 같이 남는다.

비누 사용 중, 특히 온수에서 비누를 사용할 때 표면이 녹으며 투명한 층이 생겨서 마치 가죽처럼 밀리고 벗겨지는 현상이 있으며 그 두께는 최대 2mm 이하로 보였다.

하지만 표면 층이 밀리는 현상이 있어도 그 부분만 떨어지면 안쪽은 단단함을 유지하고 있어서 콩기름 같은 식용유 비누 특유의 끈적하게 녹아내리는 일은 적었고 오히려 스테아르산 5% 첨가 비누보다 나은 듯 보인다. 콩기름에 스테아르산 5% 첨가 비누는 다른 첨가물이 없는 한 물에 오래 닿으면 모양만 유지한 채 힘없는 점토같은 수준으로 변하는 일이 있는데 이 커피 비누는 아직 그런 현상은 없었다.

한참 사용 중에 30~40cm 정도 높이에서 떨어뜨린 적이 있는데 비누를 주워서 이리저리 살펴봐도 찌그러진 부분이 없었으니 식용유 비누 치고는 사용감이 아주 훌륭해 보인다.

 

엄지로 세게 눌러도 심하게 파이지 않는다.

 

비누 표면이 가죽처럼 밀리는 현상.

 

비누 거품은 이런 느낌.

약 5일 방치 후

03-14에 마지막으로 사용하고 03-20오늘까지 방치했는데, 그동안 비누 받침대에 있으면서 씻을 때 따뜻한 물이 가끔 뿌려지는 환경이었다.

오늘 다른 비누를 살펴보다 눈에 들어와서 이 커피 비누를 만져보니 비누 아래가 약간 불어 있어서 얼마나 물러졌는지 손가락으로 꾹 눌러봤다.

결과는 양호.

표면은 무르고 비누 안쪽도 단단하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대책없이 손가락이 파고드는 게 아니라 비누 내부에서는 저항이 좀 있었으니 이 비누에 사용된 재료 치고는 양호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만약 방치하면서 가끔 물이 뿌려지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사용했으면 비누가 다 닳을 때까지 특이점은 느끼지 못했을 테니까 더 그렇게 느껴진다.

물론 비눗갑의 물 빠짐이 좋은 제품일 때 이야기. 예쁜 디자인만 강조한 나머지 비눗갑 구조가 좀 이상하다거나 그러면 재료가 재료다 보니 비누가 아예 불어터질 수도 있다.

 

약 5일 방치된 비누.

 

비누 아래쪽.

 

엄지로 비누를 강하게 누른 결과. 비누 안쪽은 젖어있지 않다.

고의적인 물 붓기 후.

어제 오후부터 비눗갑에 놓고 일부러 비누에 물을 부었다. 간격을 정해놓지는 않았고 오며가며 눈에 띌 때마다 반컵 정도의 물을 부었다.

그 후 03-21 오늘, 점심때 쯤 확인하니 비누 아랫면이 제법 심하게 불어있었고 온수로 씻을 때 사용해 보니 비누의 아랫면과 측면이 반쯤 너덜거리는 상황이 되었다. 원래부터 있었던 표면이 투명하게 녹아 가죽같은 층을 이루는 그 현상 때문인데, 비누의 두께가 얇아져서 상대적으로 녹은 비누의 층이 훨씬 많은 비율을 차지하게 되어 너덜거리는 모양으로 보이는 것이다.

비누 윗면은 비교적 멀쩡한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단단하다는 느낌은 없었고 세게 쥐면 뭉개질 듯한 느낌이었다.

그 대신 거품은 엄청나게 잘 나왔는데, 비누가 녹아서 한번에 많은 양이 묻었으니 당연한 일이긴 하다.

이런 물 붓기는 고온 다습한 장마철을 예상한 시험이었지만 아무래도 콩기름만 사용한 비누에서 2%의 소금 비율로는 많이 부족하겠다. 설탕 영향도 크겠지만...

 

온수에서 사용 후의 커피 비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