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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로 비누 만들기 1-2 (콩기름, 보온)

2020. 4. 8. solo

재료 비율 및 제작 방법

비누 재료.

이번에는 지난번 비누 만들기와 똑같은 비율로 만들되, 보온을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실리콘 틀과 종이팩의 차이는 보온성에 있지 않을까 해서다.

수산화나트륨 : 물 : 식용유 = 1 : 2 : 7 의 재료 비율이고 중량은 250g. 즉, 25g : 50g : 175g이다. 식용유는 백설 콩기름으로 약 50도로 데워서 사용했고 수산화나트륨을 녹이는 물 역시 끓였다가 식힌 수돗물을 사용했다.

정제수를 사놓긴 했는데 지난번 비누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수돗물을 사용했다. 막상 정제수를 사니 웬지모르게 아까운 느낌이 들기도 했고...

식용유와 Lye잿물. 고농도의 수산화나트륨 용액.의 혼합물을 젓는 것은 거품기 대신 일반 막대를 사용했고 저어 준 시간은 약 1시간. 우유갑에 붓기 전의 점도는 막걸리 정도로 꽤 묽었다.

비누만들기 관련으로 검색을 하다보니 틀에 붓기 전에는 들었다가 떨어뜨렸을 때 흔적이 남는 트레이스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비누를 저으면서도 계속 왜 이렇게 잘 안되지 하고 생각했는데 우유갑에 붓고 나서 그 이유 중 하나가 짐작이 되었다.

비누를 저을 때 반응열로 온도가 올라가야 하는데 스테인리스 그릇에서 비누를 저을 때는 그릇이 차가웠지만 비누를 우유갑에 부어놓고 잠시 후 우유갑을 만지니 차갑지 않고 오히려 따뜻했던 것.

아마 넓은 그릇 + 얇은 금속 재질로 인해 열이 생기자마자 빠져나갔다고 생각된다.

다음에 비누를 만들 때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서 만들어 봐야겠다. 비누가 너무 많이 쌓이면 또 곤란하니 일단 지금까지 만든 비누를 다 쓴 후에.

보온은 에어캡으로 적당히 둘러 싸는 것으로 했고 확인은 하루에 한번씩 하기로 한다.

비누를 틀에 담고 보온까지 완료한 시간은 오후9시25분. 하지만 편의를 위해 9시30분으로 정한다.



틀에 붓기 전. 지난번에 쓴 콩기름보다 색이 좀 더 노란것 같다.


우유갑에 비누를 넣은 후에 발열이 생겼다.


입구는 집게로 집어서 닫는다.


에어캡으로 감싸서 보온.

그런데 비누화 반응이 끝나지 않았으니 아직 비누가 아닌데 뭐라고 불러야 할지 마땅한 명칭이 없다. 유튜브 같은걸 봐도 oil + lye, solution 이런식으로만 표현하고 있어서 잘 모르겠다.

비누를 틀에 부은 후 꺼내기 까지

2020.04.09 상 분리 발생

오늘 아침에 혹시나 비누가 굳었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열어봤더니 상 분리가 일어나 일부 기름이 위쪽에 따로 고여있고 그 아래로 비누가 있는게 보인다.

기름이 따로 분리된 것이 보인다.

헐... 상상도 못한 상황이다. 이런 일은 처음인데...

너무 차가웠거나 제대로 섞이지 않아서 그런가? 기름이 문제거나 그것도 아니면 덜 섞였나? 아니면 수산화나트륨이 완전히 안 녹아서?이번에는 lye용액[각주:1]을 만들 때 좀 대충 녹인 감이 있기는 한데...

진짜 돌겠네 이거 ㅡ_ㅡ;

아무튼 이대로 버릴 수는 없으니 다시 저어주기로 했는데 미니블렌더와 거품기를 사용했고 약불에서 중탕으로 트레이스가 날때까지 저어주었다.

계속 가스레인지에서 작업한건 아니고 좀 뜨거워진 상태에서는 편하게 저으려고 볼을 방으로 가지고 와서 작업했다.

중탕온도는 온도계가 50도까지만 되는지라 정확히 모르겠는데 물에서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하지만 끓는 소리는 나지 않는 정도니 80도 미만~80도 근처로 보인다.

재작업 시간은 대충 2시간 넘은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작업시간과 강도를 보면 딱 식용유만 사용해서는 트레이스가 나도록 만들기 엄청 어려운거 같다. 사람 힘으로는 답이 없고 힘 좋은 전동블렌더나 거품기를 사용해야 할 듯.

트레이스는 아주 미세하게 났는데 거품기를 슥~ 돌리면 그 자국이 미약하게 남고, 비누액(반죽)을 들어서 떨어뜨리면 거의 흔적이 남지 않는 정도였다. 더 하려니 시간도 문제고 팔이 아파서 안되겠다.

아주 미세한 트레이스가 보인다.

이 상태에서 다시 우유갑에 붓고 에어캡으로 싸서 보온. 반죽 색도 조금 밝아진것 같다.

재작업을 했으니 진행 일자를 리셋해서 오늘 오전 11시를 시작 점으로 삼는다. 확인하는 시간은 딱 맞추기 어려우니 +-1시간 정도로 대강 잡는다. 그정도 시간에 큰 차이가 있지는 않겠지.

근데 이게 제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ㅠㅠ

혹시 기름이 문제인가 싶어서 후면 성분표를 보니 대두유가 아니라 콩기름 100% (대두 함유)라고 적혀있다. 전에 쓰던 오뚜기 콩기름도 그건 똑같았다.

비누 제작에 문제가 없었으면 한두번으로 끝내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여러가지로 테스트를 해 봐야겠는데 할거리 엄청 늘었네 이거.

반응열이 너무 적으니 처음부터 중탕하며 만들기, 블렌더 사용하기, 보온과 비 보온도 다시 테스트 해봐야겠고 염화나트륨이 경화촉진제로 작용한다니 그것도 테스트, 다른 식용유로 비누 제작...

어차피 재미로 하는거긴 한데 일이 점점 커진다. 이거 전에 카보머 만들때도 겪었던거 같은데...

2020.04.10 AM 10:00

하루 후. 큰 변화는 없다. 재작업 직후에 비해 기울여도 잘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점도가 크게 늘긴 했지만 아직은 고체라는 느낌은 없다. 원래 이 정도로 만든 후 틀에 넣어야 하는건데;;

그런데 에어캡으로 그렇게 싸놨는데도 안쪽은 차갑다. 이거 발열이 아예 없다는 뜻인데 보온을 할 의미가 있는건가?

처음으로 기록하며 만들었던 비누는 그냥 공기중에 방치했었는데 어제였나 8일이었나 한번 발열이 있었다가 사라졌다.

혹시 비누화 반응이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균일하게 반응하는게 아니라 일정 수준까지는 속도가 느리다가 이후 급격하게 반응하는 건가?

2020.04.11 AM 10:00

이틀 후. 아직도 큰 변화 없음.

어제보다 물기가 좀 더 줄고 점성도 더 늘긴 했지만 아직은 반죽상태라는 느낌이지 고체라는 느낌은 없음.

2020.04.12 AM 10:00

삼일째. 아직도 굳지 않았다. 다만 우유갑을 옆으로 완전히 눕혀도 흐르지 않는다.

2시간쯤 전에 책상에서 떨어지면서 퍽!하는 소리가 났었는데 다행이 멀쩡해 보인다. 내부는 어떨지 몰라도 육안으로 보이는 겉부분은 찌그러지거나 사방으로 튀어 엉망인 부분이 없었다.

경화 속도가 꽤 느린데, 처음 교반을 잘못해서 그런지 식용유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굳는 속도가 엄청 느리다. 보온을 해 놓아도 비누 1-1과 그다지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느린것 같아 보인다.

보온은 그냥 안팎의 색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에 의의를 둬야 할 듯.

2020.04.13 AM 11:00

나흘째. 표면이 두부같이 변했지만 아직 물렁물렁하다.

같은 재료 같은 비율로 만들었는데 이렇게 굳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교반 문제라고 생각되는데 분명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였다. 아주 약간의 점도 차이만으로도 이런 큰 시간차가 생기는 건가?

2020.04.14 AM 12:50

대략 나흘 + 14시간째.

위쪽은 물기가 없고 옆구리를 눌러보면 좀 단단하다. 비누 1-1의 3일째와 비슷한 상태. 지금 뜯으면 아마 비누 1-1처럼 뭉개질테니 더 단단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2020.04.14 AM 11:30

5일 후.

만져보면 좀 더 단단해 진 느낌이다. 하지만 송곳으로 위쪽을 찔러보니 쑥 들어가는게 아직 무른것 같다.

2020.04.15 PM 02:00. 틀에서 꺼냄

6일 후. 1차 건조 완료. 아직 송곳이 쑥 들어가지만 틀에서 꺼냄.

비누가 아직 물러서 손에 묻어나오고 꺼낸다고 힘을 주니 모서리가 뭉개진다. 하지만 우유갑을 찢을 때 비누가 변형될 정도는 아니다.

만졌을 때 촉촉한 느낌도 있었지만 물기가 남아서 손에 묻는 것과는 다르다. 그래도 건조는 더 필요 했을 듯. 확실히 굳힌 후 꺼내려면 진짜 1주일 ~ 열흘 정도 걸리겠다.

알레포 비누 같은 전통 비누가 제조할 때 교반 시간만 며칠씩 걸리는 이유를 일부 알 것 같다...

떨어져 나온 비누 조각들로 손을 씻어보니 뽀득거리는 느낌으로 잘 씻기면서도 피부가 당기거나 건조한 느낌이 없었는데, 건조가 느려서 그렇지 비누 자체는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우유갑을 찢고 비누를 꺼낼 수 있을 정도로 굳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좀 약하다.


보온을 해서 그런지 안과 밖의 색이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색이 조금 다른 것이 보인다.


비누가 물러서 쉽게 잘렸다.

1주일 정도 건조한 후 pH테스트를 할 것이다. 실제 사용은 아마 한달 넘게 건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pH 테스트

2020.04.23에 비누의 pH를 확인했다. 비누를 틀에서 꺼낸 뒤 8일만인데, 안쪽과 바깥쪽을 함께 테스트 했고 이번에도 결과는 둘 다 pH8 근처.

하지만 이번 비누는 1-1과 다르게 안쪽 부분이 아주 조금 pH가 높아 보였다. pH테스트지에 비누를 바를 때 수분 부족 등의 오류가 있었던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든 안쪽이 약간 더 진한 색이었다.

하지만 pH테스트지의 색이 균일하지 않고, 불빛에 비춰보면 더욱 차이가 적어 보여서 별 의미가 없는 pH차이로 둘 다 pH 8이라고 이야기해도 될 것 같다.

왼쪽이 비누의 안쪽인데 약간 더 진해 보인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밝은 빛을 비춰보면 무시해도 될 것 같은 차이다. 특히 양쪽 테스트지의 진한 부분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제 비누의 pH테스트는 끝났다. 초기에 만든 비누 1-1, 1-2, 1-3의 pH테스트 결과 모두 pH 값이 8 근처로 큰 차이가 나지 않으니 다른 비누 역시 비슷할 것이다.

교반이나 재료의 큰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 비누의 pH를 테스트 할 필요는 없을 듯.

비누의 사용감

까먹고 이걸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는데 비누 1-1과 비슷했다. 세정력이나 거품, 사용감 등 아무런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

이걸 보면 비누를 만들 때는 아마 일정 수준 이상으로 교반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고 재료가 더 중요한것 같다.


  1. 농도가 높음 수산화나트륨 용액. [본문으로]